안병광 회장 “황소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는 것이 한국미술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
안병광 회장 “황소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는 것이 한국미술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
  • 왕진오
  • 승인 2017.12.0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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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5주년 기념전, 서울미술관 소장품 중 7인을 대표하는 '불후의 명작'전 개최◆

[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주위에서 미술관을 지으면 2년을 버티지 못한다고 하더라. 모름지기 남는 장사를 해야 행복한데, 손해 보는 장사를 하니 속이 아팠다. 3년간 34억 정도 결손이 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2억 4천만 원에 관람객 12만 명이라는 숫자를 보면서 나름 아픔을 달랜 것 같다."

서울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전 '불후의 명작' 설명회에 함께한 안병광 회장.(사진=왕진오 기자)
서울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전 '불후의 명작' 설명회에 함께한 안병광 회장.(사진=왕진오 기자)

개관 5주년을 맞이한 서울미술관 안병광 회장이 다섯 돌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전시 '불후의 명작'전 오프닝을 앞두고 그간의 소회를 거침없이 말했다.

안 회장은 “그림을 모은지 30년이 됐다. 올해가 개인적으로 가장 아픈 기억이 컸다며, 한 점 한 점 소장했던 그림 중 일부는 매각을 해서 젊은 미술학도에게 장학금도 주었는데, 그 중에 331점을 1월에 소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돈들여 구입한 것을 태우는 순간에 속이 많이 상했다. 하지만 시대에 맞고, 미래 가치가 있는 것을 골라 수장고에 남기니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채우기에만 바빴던 시간, 이제 비워놓고 보니 답답했던 마음도 날아갈 것 같이 시원해졌다"고 덧붙였다.

서울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전 '불후의 명작'에 공개된 이중섭의 '황소'.(사진=왕진오 기자)
서울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전 '불후의 명작'에 공개된 이중섭의 '황소'.(사진=왕진오 기자)

서울미술관의 설립은 30년 전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었던 청년 안 회장이 비가 쏟아지는 어느 날 비를 피하려고 어느 건물 처마 밑으로 들어갔다가 쇼윈도의 그림을 보게 됐다.

이중섭(1916∼1956)의 '황소' 인쇄물이었다. 그는 마음에 드는 그 인쇄물을 7,000원에 사서 아내에게 선물로 주면서 "반드시 돈을 많이 벌어 언젠가 당신에게 이 원작을 사 주겠소"라고 약속했다.

2010년 '황소' 원작이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되자 안 회장은 자신이 소장하던 '길 떠나는 가족'을 서울옥션 측에 넘기고, '황소'와의 차액만 지불하는 드문 조건으로 경매에 참여해 '황소'를 품에 앉게 된다. 30여 년 만에 '황소 같은' 약속을 지킨 것이며, 당시 국내 경매 최고액을 기록하게 됐다.

서울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전에 공개된 이중섭의 황소 시리즈 3점.(사진=왕진오 기자)
서울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전에 공개된 이중섭의 황소 시리즈 3점.(사진=왕진오 기자)

'황소'는 서울미술관의 상징물처럼 대표 작품으로 거론되곤 한다. 12월 8일부터 2018년 6월 10일까지 진행되는 특별전 '불후의 명작'에도 이중섭의 '피 흘리는 소', '싸우는 소', '황소' 등 세 마리의 황소가 전면에 등장한다.

최근 '황소'에 대한 가치에 대한 여러 이야기에 대해 안병광 회장은 "주변에서 다시 팔라는 이야기가 여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돈으로 평가할 수 없듯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전까지는 재판매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다"며 "제가 컬렉터로서 살아오면서 멘토로 삼은 간송 전형필선생의 뚝심처럼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아직은 마음속에 가득하다"고 밝혔다.

한편, '불후의 명작' 전에는 천경자(1924∼2015) 화백의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김환기 화백(1913∼1974)의 '산', 김기창(1913∼2001) 화백의 '만종' 등 서울미술관 소장 이래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볼 수 있다.

서울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전에 공개된 김환기 화백의 '산'(왼쪽)과 '섬 스케치'.(사진=왕진오 기자)
서울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전에 공개된 김환기 화백의 '산'(왼쪽)과 '섬 스케치'.(사진=왕진오 기자)

이외에 유영국(1916∼2002), 도상봉(1902∼1977), 박수근(1914∼1965)의 명작을 포함 50여점의 걸작들을 함께 볼 수 있다. 이들 작품들은 단순한 예술 작품을 넘어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유산이다.

특히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전작 30점은 지난 4월 12일부터 11월 7일까지 독일 국립 역사박물관에서 진행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루터효과'기획전에 보험가 100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대여된 작품으로 한국으로 귀국한 후 선보이는 첫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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