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옥, '소멸,생성,순환의 자연'을 담아내다
박현옥, '소멸,생성,순환의 자연'을 담아내다
  • 왕진오
  • 승인 2017.10.1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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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시간의 흐름을 물리적으로 잡아놓을 수는 없지만, 그 순간의 흔적을 화면에 담아낼 수 있는 것이 예술가의 천부적인 능력일 것이다.

'박현옥 작가'.
'박현옥 작가'.

화가 박현옥은 이러한 시간의 궤적을 꽃의 피고 지는 것을 통해 그 생명의 여정을 2011년 5월11일부터 21일까지 경운동 장은선갤러리에서 우리에게 전한다.

작가는 자연의 흔적을 잘 그려진 정물그림으로 표현한 다양한 꽃을 선보인다. 잘 그려진 정물이나 풍경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한국 미술에 있어서 자연주의는 신선한 감동이 없고 진부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생명력이 결여된 자연, 생명감이 없으니 자연의 한 생애 과정이라 할 수 있는 소멸의 애환도 없어진 것 이다. 혹자는 그림들이 운치가 없다고 이야기 한다.

어느 평론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란 생성하고 만개하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성과 소멸의 한 생애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줄 때 진정한 아름다움의 현신을 보게 할 수 있는 것이라 한다.

박현옥, 'Flower14'. 53 x 33.4cm, Oil on canvas, 2010.
박현옥, 'Flower14'. 53 x 33.4cm, Oil on canvas, 2010.

박 작가가 그려내는 대상은 자연이다. 산, 숲, 들, 나무와 꽃과 풀 등 전형적인 자연이다. 그러나 그 자연들은 형상의 사실성에 초점을 맞추어 표현되는 것들이 아니다.

자연의 외피적 모습보다는 그의 심리적 시각으로 보여지고 느낀 마음의 자연이다. 안개 속을 걷는 듯한 풍경이지만 생명의 강인한 기운을 잃지 않고 있는 자연, 그것은 작가의 내면 풍경을 여실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꽃의 자태나 색채를 꼼꼼히 따져 그리지도 않고, 꽃으로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생명이 살아 숨쉬는 자연스러운 꽃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기저기 피어있는 수 많은 꽃에서부터 장미에 이르기까지 사진이 아닌 꽃병에 꽂아 놓고 대화를 나누며 그려내고 있다.

박현옥, 'Flower5'. 116.8x91cm, Oil on canvas,2010.
박현옥, 'Flower5'. 116.8x91cm, Oil on canvas,2010.

그의 작품에 대해 학고재 손철주 주간은 “꿈꾸는 자는 끝없이 미래의 길을 찾는다. 그러기에 그런 꿈의 언어와 색상이 있는 그림은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치열한 자의 꿈은 불꽃과 같고 유장한 자의 삶은 도도히 흐르는 물살처럼 끊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화면은 이 두 가지 꿈으로 엮어지는 설화의 장이다. 자연이라 한들 어찌 자연으로만 존재할 것인가 자연과 인간은 서로의 분신처럼 밀접하게 연결되고 교감 되어 있는 것을 인생에게서 자연의 섭리를 깨닫는다. 원숙한 연륜의 작가들 작품이 단순히 대상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내면과 삶의 풍정을 느끼는 것은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조화 시켜 그려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상들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그래서인지 화면에 등장하는 대상에 대한 해석이 충실하게 드러난다. 그 대상이 지닌 기운과 향기와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언어로 구사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관점 때문인 것이다.

그의 작품들이 생동감, 생명력을 실감나게 느끼게 하는 요인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그림이란 작가 자신의 심상을 발현한 것이다. 마음으로 이미 다 그려진 형상이 손을 통해 화면에 옮겨진다. 그래서 그의 화면에는 진지하게 애환의 여정을 거친 그의 사유와 숨결이 엿보인다. 중년의 연륜에도 순수 무구한 영혼의 언어들을 읽게 되는 것이다.

박현옥, 'Flower24'. 33.5x24cm , Oil on canvas, 2010.
박현옥, 'Flower24'. 33.5x24cm , Oil on canvas, 2010.

박현옥의 작업에서 마음으로 보여지고 느껴지는 대상을 모티브로 해 작업 할 때 더 높은 차원의 조형을 이룰 수 있는 감성을 느끼게 된다.
그의 자연주의가 여타의 작가들의 작업에서 나오는 것과 구분되고 새로운 감흥으로 전해지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별개의 존재가 아닌 서로 교류하고 상징되는 관조와 터득의 결과로서 그의 작업이 빛을 발하고 있는 이유이다. 그러기에 작가가 이야기하는 미래의 언어들에 대해서 더욱 많은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화여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한 후 작가의 길을 시작한 박현옥은 파리, 시드니, 서울에서 13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싱가폴,L.A ,핀란드 등의 해외전과 코엑스,인사아트센터,가나포럼, 동아미술제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하여 작업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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