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창, '카메라의 눈 그리고 내면의 시선'
구본창, '카메라의 눈 그리고 내면의 시선'
  • 왕진오
  • 승인 2017.10.1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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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사진가로서 작가로서 구본창의 삶과 작업의 세련되고 정제된 조화, 지속적 숨결, 일관된 맥을 함께 선을 보이는 총 48점의 작품이 국제갤러리 신관에 2011년 3월24일부터 4월30일까지 걸린다.

'구본창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구본창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사진가로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가 전시장에 가득 메운 것은 사진 작품 보다는 그의 사진을 오늘에 있게 만든 그의 어린 시절부터 손때가 묻은 소장품들이었다.  빈 액자, 서양 잡지 등 마치 유물과도 같은 일상의 눈 여겨 보지 않던 하찮은 물건들이었다.

구 작가는 “한국적인 매력, 아시아적인 매력에 대한 고민을 가지게 되었다며, 특히 독일 체류 시절 현지 박물관 등에 한국의 자료는 귀퉁이 한 켠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한국에 돌아온 이후 드러내지 않는 우리의 미덕에 대해 주목을 하며 자신이 감성으로 담아내려는 노력을 경주했다고 했다.

이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회화가 아닌 사진으로 대상을 담는 것이 되었다고 하는 그가 현재의 감성을 가지게 된 것은 유년시절의 삶이 현재 예술 활동의 모티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열등감 때문에 삶의 고민을 가졌지만 책과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에 힘도 얻게 되었고, 혼자 활동하던 자신에게 상상하며 이야기 하는 것이 익숙해 졌다”며 “어린 시절 일본 식 주택에서 살면서 바라본 비포장 길에서 발견한 물건들에 애착을 가지게 된 것도 최근의 사진의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구본창 전시 작품들'.(사진=왕진오 기자)
'구본창 전시 작품들'.(사진=왕진오 기자)

그의 작품들에는 빛이 사라진 대상들이 등장한다. 인위적인 빛을 그는 은근한 빛의 궤적을 담아내기 위해 인공의 조명이 아닌 태양광의 변화를 시간을 통하여 피사체에 올려 놓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또한, 대상의 정형적인 물성을 담기 보다는 그를 둘러싼 외면에 대한 관찰을 통해 대상의 본질을 올바로 담아내려는 노력이 작품에 표출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 백자 컬렉션의 경우다 대표적인 그의 작품으로 알려진 것도 이러한 작업의 결과물로 받아들여 진다. 낡고 텅 비어 있는 것에 관심을 가지던 가운데 우리 문화재 중에 백자를 관찰하면서 채워지지 않은 백자의 넉넉함에 매료가 된 것이 현재 다른 대상을 포착하는데 있어서도 연관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상이 가진 힘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 바로 사진가의 능력이 아닌가” 라는 말로 그는 각 개인의 삶에 따라 대상을 이해하는 것이 다르고 작품을 보고 느끼는 감성도 다른 것 아닌가라며 프랑스 기메박물관에서 보았던 18세기 한국의 탈의 경우 탈이 가진 본성을 드러내기 위해 정면으로 촬영을 하게 되었다며 백자와 탈의 이미지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자신의 작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구본창, 'JUN 03'. 154 x 123 cm,  C-print, 2010.(사진=구본창, 국제갤러리)
구본창, 'JUN 03'. 154 x 123 cm, C-print, 2010.(사진=구본창, 국제갤러리)

일상의 소소함을 자연의 빛으로 담아내다

그가 대상을 카메라에 포착한지 30 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다양한 피사체를 그만의 시각으로 담아내면서 우리는 그의 작품만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일까 이번 전시품들은 그의 작품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그의 정서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어린 시절부터 모아온 일상의 소소한 컬렉션들은 대중적이기 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오브제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잡다한 것을 모았어요, 관심을 가지는 것이 너무 광범위한 것 같았다”는 그는 “모든 대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정성을 드리는 것에 비례하여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잇는 것 같다며, 가방이던, 건축물이던 역사성을 가진 모든 것을 찾아내는 것이 재미난 일이었다. 고가의 물건들도 아니고 특정한 아이템도 아니다. 길거리를 지나다 스치는 많은 것들 중에서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것을 모았다”고 했다.

최근 사진 인구가 급증한 가운데 사진가로서 좋은 사진을 담아내는 것에 대해 그는 “여럿이 다니며 촬영하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대상과 대화를 해야 합니다. 집중적으로 그 대상을 바라보고 시간을 기울여야 하죠, 그런데 여럿이 다니면 대상의 본질을 놓치기 일쑤입니다. 일상을 색다르게 보는 것 바로 대상과의 교감을 가져야 그 곳에서 발산되는 에너지를 발견할 수 있기에 혼자서 집중해서 카메라에 담아내라고” 주문을 했다.

지금까지 사진가의 길을 걸으며 행복한 삶을 걸어왔다는 그는 자신의 사진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에 늘 감사하고 있다. 대상을 담는 것에 있어서 결과물을 담아낼 때 동일한 것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촬영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흥분과 기쁨을 얻을 수 있는 현재 자신이 사진을 통해 얻은 기쁨이라고”했다.

구 작가는 지금 까지 비움과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사진에서 비무장지대와 이산가족에 대한 관심이 뇌리를 스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전쟁에서 어머니가 아들을 잃어버린 이후 겪는 아픔에 특별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다음 작품의 주제는 전 세계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를 담아서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비극적인 가족의 아픈 이미지를 통해 전쟁에 대한 상흔이 얼마나 인간에게 고통과 격정을 일으키는 것인가를 그 만의 잔잔한 이미지로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구본창, 'MGM 03'. 62 x 80 cm, Archival pigment print, 2009.(사진=구본창, 국제갤러리)
구본창, 'MGM 03'. 62 x 80 cm, Archival pigment print, 2009.(사진=구본창, 국제갤러리)

사진가 구본창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독일 함부르크 조형미술대학에서 사진 디자인을 전공, 디플롬 학위를 취득했으며, 계원예대, 중앙대,서울예대 등에서 강의를 했고 런던 세인트 마틴 스쿨에서 초청강의를 한 바 있다. 현재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 교수, 박건희 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2001년 삼성 로댕갤러리, 2002년 미국 피바디 에섹스 뮤지엄, 2003년 한미사진미술관,2004년 파리갤러리 카메라 옵스큐라, 2006 국제갤러리, 교토 카히츠칸 미술관, 2007 년 부산 고은 사진 미술관, 2009년 비엔날 라움 미트 리히트 갤러리,2010년 필라델피아 미술관 등 국내외에서 30 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구본창의 작품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휴스턴 뮤지엄 오브 파인 아트, 교토 카히츠칸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삼성 리움 등 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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