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태 "내 그림을 보고 사는 것 보다 그리고 싶어지기를 바라죠"
문형태 "내 그림을 보고 사는 것 보다 그리고 싶어지기를 바라죠"
  • 왕진오
  • 승인 2017.12.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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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끼니를 거르지 말라는 당부를 받는다. 좋은 하루를 보내라는 안부도, 작업이 좋으면 칭찬을 받고 작업이 게으르면 기다려주는 너그러움도 받는다. 돈도 받고 고맙다는 인사도 받고 건강해달라는 부탁도 받는다. 날마다 나를 일으켜 세우고 매일 새로운 영감으로 태어나는 그대에게, 그림 그리는 손가락을 잘라서 국을 끓여드려도 좋겠다."

'진화랑 개인전 전시 작품과 함께한 문형태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진화랑 개인전 전시 작품과 함께한 문형태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지방에서 그림 그리겠다고 서울로 올라온 지 10년 만에 미술 시장에서 그를 잡기 위해 줄을 설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작가 문형태가 전시회를 꾸리면서 자신과 세상에 털어놓은 속내이다.

그림 그리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은 별로 알지도 못하고, 작업실에 처박혀 하얀 캔버스 앞에서 무수한 밤을 새우던 그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세상과의 교감을 통해 얻었던 감정들을 정리하는 자리를 2016년 5월 28일부터 서울 통의동 진화랑에서 펼치고 있다.

'생각하는 잠수함' 이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건 전시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보이는 피에로가 다양한 모습으로 여러 가지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소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진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문형태 작가의 ‘생각하는 잠수함’전 모습.(사진=왕진오기자)
진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문형태 작가의 ‘생각하는 잠수함’전 모습.(사진=왕진오기자)

문형태 작가는 “작업 한 점을 끝낼 때마다 마음의 샘으로부터 피가 나도록 바닥을 긁는 기분입니다”고 말한다.

그림 그리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은 모르고 살았다는 문 작가는 꼼수부리지 않고, 유명한 지인 옆에서 뒤꿈치 들지 않고, 현란한 포장지로 내용물을 싸매지 않고, 똑똑한 붓질로 잘난 척 하지 않는다 한다.

어차피 이해시킬 수 없는 것들을 설득하기 위해 애쓰지 않고,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이 작업을 하고, 적어도 작가는 이를 끊임없이 증명하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문 작가는 상업적으로 성공했다는 사실 때문에 작품에 대한 편견과 일부의 시기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작품으로 승부하고 싶다는 의지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진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문형태 작가의 ‘생각하는 잠수함’전 모습.(사진=왕진오기자)
진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문형태 작가의 ‘생각하는 잠수함’전 모습.(사진=왕진오기자)

진화랑에서 갖는 '생각하는 잠수함'전에는 감정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회화 42점, 오브제 6점, 드로잉 13점 등 60여점이 넘는 다양한 작품을 내놓았다.

우리는 끊임없이 깊어지려고 노력하는 사유의 존재들이다.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라기보다 스스로 고립된 채 떠도는 잠수함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세상을 엿보는 창을 떠올릴 때마다 잠항중인 잠수함의 잠망경을 상상하곤 했다고 말한다.

또 기쁨과 슬픔이 섞이는 관계의 혼란에서 모두가 짜디 짠 바닷물을 두 눈으로 쏟아낼 때마다 이대흠 시인의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는 말도 상상하곤 행했다고 귀띔한다.

작가는 숨 쉬기 위해 떠올라야 하는 과정에서 숨 가쁘게 들이키는 산소란, 우리를 끝끝내 살아내게 하는 바로 그 힘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좌표를 숨기고 밀항하는 잠수함처럼 결국 우리는 살기 위해 산소처럼 서로를 들이켜고 토해내는 생각하는 잠수함을 닮았있다는 것이다.

문 작가는 “흥분과 감동을 주는 최고의 칭찬은 내 그림을 보고 '사고 싶다'가 아니라, '나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 입니다. 난 늘 내가 무엇을 그리고 또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조차 모릅니다”고 말한다.

문형태 작가는 “어떤 이는 길 위의 메모를 줍는 발견자로 선다. 새 길이 아니라 모두가 걷는 헌 길이다. 잃어버린 메모를 찾아 돌려주었을 때 우리는 크게 껴안고 함께 새 길을 찾아 더듬거린다. 그 것이 모두가 공감하는 창조이며 예술가의 역할이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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