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 같은 한국 특유의 풍광을 담은 김우영의 '우리 것'
수묵화 같은 한국 특유의 풍광을 담은 김우영의 '우리 것'
  • 왕진오
  • 승인 2017.12.2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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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눈이 온다는 소식을 접하면 시외버스를 타고 무조건 지방으로 내려갔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서원과 사찰들의 모습을 담아낸 중간보고서 형식의 작업을 선보이는 자리죠."

'혜곡 최순우기념관에서 포즈를 취한 김우영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혜곡 최순우기념관에서 포즈를 취한 김우영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보았던 사막, 바다, 햇빛, 공기, 바람과 같은 원초적 자연이 공존하며 버려진 건물들이 있는 도시 풍경을 순수예술 사진작가의 시선으로 담았던 김우영이 한국에 눈을 돌린 사진을 들고 전람회를 연다.

2년여 동안 청평사, 송광사, 화엄사, 부석사 등 한국의 사찰과 소쇄원, 도산서원 등의 서원을 찾아다니며 한국 특유의 풍광을 그만의 시선으로 담아낸 작업들이다.

2016년 9월 6일부터 서울 성북구 혜곡최순우기념관에서 막을 올린 '김우영 사진, 우리 것을 담다'에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고 보존하는데 평생을 바친 혜곡 최순우(1916∼1984)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정신을 이어 받아 사진을 통해 만나는 한국의 미를 담은 작품이 함께한다.

김우영, 'Soswaewon II'. folding screen, hanji print, 188x193 cm, ed. of 5. 2016.(사진=박여숙화랑)
김우영, 'Soswaewon II'. folding screen, hanji print, 188x193 cm, ed. of 5. 2016.(사진=박여숙화랑)

최순우 옛집에 걸린 김우영의 사진들은 수년 동안 해외에 체류하면서 바라본 한국성, 한국미학에 대한 화답으로 '우리 것'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그의 수행적 고찰이 드러난다.

김 작가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이상하게 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미를 간직한 건축물들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과 개발로 인해 곧 사라질 수 있다는 아쉬움에서 셔터를 누를 때마다 애잔함이 강한 작업이 된 것 같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캘리포니아 건물과는 달리 한국의 미를 간직하고 있는 풍경에 감명을 받았고, 이 작업에 풍덩 빠져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렌즈로 바라본 산사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정말 한국 사람이고, 그래서 더욱 열심히 아름다운 한국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다"고 포부도 드러냈다.

김우영, 'Soswaewon I'. folding screen, hanji print, 188x193 cm, ed. of 5. 2016.(사진=박여숙화랑)
김우영, 'Soswaewon I'. folding screen, hanji print, 188x193 cm, ed. of 5. 2016.(사진=박여숙화랑)

'우리 것을 담다'라는 작업에는 봄·여름·가을의 풍경이 담기지 않는다. 가까이 보면 흑백 수묵화 같은 풍경이 아로 새겨져있다. 또한 흰 눈이 내릴 때만 촬영을 해서 사찰과 서원의 건물은 선과 면이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작품을 혜곡최순우기념관에 마련한 과정도 독특하다. 갤러리나 미술관의 전시공간이 아닌 전통 한옥의 구조가 강하게 드러나는 장소에서 눈 덮인 겨울 풍경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비어있는 아름다움을 배가 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고 한다.

여기에 최순우 선생이 평소 강조한 건축의 아름다움이 여실히 드러나는 공간에서, 또한 최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더해져서 공간에 어우러지는 한국 건축의 풍경사진이 조화를 이루는데 한 몫 했다.

김 작가는 "최순우옛집은 한옥 구조가 강해서 서로 부딪치지 않고 서로의 장점을 부각시키려는데 중점을 두었다. 마당에서 집안을 바라볼 때의 시선을 고려해 방의 위치에 따른 작품 크기 그리고 색상까지도 조화를 이루려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우영, 'Cheongpyeong Sa II,'.archival pigment print, 125x161 cm, ed. of 7. 2016.(사진=박여숙화랑)
김우영, 'Cheongpyeong Sa II,'.archival pigment print, 125x161 cm, ed. of 7. 2016.(사진=박여숙화랑)

김홍남 혜곡최순우기념관 관장은 "아름답고 고요하고 평화롭다. 거기에는 사진이란 매체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작가의 확신과 자부심, 우리의 산천초목, 그 땅에 의지하고 조화를 이룬 전통가옥들, 그리고 소박한 옛 것들에 담긴 우리의 뿌리 깊은 정서, 이것만은 영원하리라는 염원이 알알이 들어있다"고 김우영의 사진에 대해 평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이전 작품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선과 면이 등장한다. 흑백사진처럼 보이지만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실제 풍경을 그대로 담은 컬러사진의 이미지다. 눈 덮인 겨울의 풍경은 마치 백지처럼 하얀 여백을 떠오르게 한다.

그의 렌즈를 통해 담아낸 마당과 실내공간을 이어주는 마루, 돌담장, 곡선미를 자랑하는 기와의 흐름은 드로잉, 또는 수묵화에서 느낄 수 있는 단아한 조형미를 발견하게 한다. 전시는 10월 8일까지.

사진가 김우영은 90년대 광고사진계를 접수하며 송승헌과 소지섭의 데뷔 무대를 '스톰' '닉스'를 통해서, 이영애를 모델로 세운 '헤라' 화장품을 세상에 알렸던 광고 사진의 전설로 불린다.

김우영, 'Cheongpyeong Sa I'. archival pigment print, 161x125 cm, ed. of 7. 2016.(사진=박여숙화랑)
김우영, 'Cheongpyeong Sa I'. archival pigment print, 161x125 cm, ed. of 7. 2016.(사진=박여숙화랑)

홍익대학교 도시계획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다. 1994년 뉴욕의 스쿨 오브 비쥬얼 아트에 입학해 다시 사진 전공으로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1998년 뉴욕 광고 페스티벌에서 브론즈상을 받았고,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포토디렉터를 맡았던 Neighbor를 비롯, 다섯 개의 매체를 론칭시키는 것은 물론 패션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건축가, 영화감독, 연극인, 사회 단체를 파트너로 우리의 눈과 감각, 마음과 이성을 자극하는 수많은 작업을 계속해왔다.

2014년 박여숙화랑, 박여숙화랑 제주에서 개인전 'Boulevard Boulevard'를 개최했고, Art Hamptons, L.A Art Show, SCOPE Miami 등의 해외 아트페어와 KIAF 아트 부산, 화랑미술제 등 국내 아트페어에 꾸준히 출품하며 순수 예술영역에서 사진작가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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