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용펑 "파괴와 고통의 시각은 우리 시대의 현상을 대변하는 것"
캉용펑 "파괴와 고통의 시각은 우리 시대의 현상을 대변하는 것"
  • 왕진오
  • 승인 2017.12.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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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화폭의 길이가 10m가 넘는 대형 작품의 크기에 관람객들의 시선이 압도된다. 더욱이 화면에 담긴 내용들을 꼼꼼히 살피고 난 후 황량함이 더욱 강하게 다가오는 감성 때문에 진한 여운이 남는다.

왼쪽부터 이동재 아트사이드갤러리 대표와 캉용첸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왼쪽부터 이동재 아트사이드갤러리 대표와 캉용첸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생명력을 주제로 아름다움과 파괴 그리고 고통의 시각으로 바라본 대상을 두꺼운 물감의 마티에르 효과를 사용해 표현하는 중국 작가 캉용펑(Kang Yongfeng, 37)의 작품이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위해 중국에서 공수됐다.

'열정(熱情) 캉용펑 개인전'이란 타이틀로 6월 2일부터 막을 올린 전시에는 작가의 강렬한 에너지가 응축된 회화 작품 20여 점이 함께한다.

작가는 작품의 소재를 중국내 현실에서 찾는다고 전한다. 시골에서 살던 그가 대도시로 이주한 이후 낙후지역과 도심에서 겪은 다양한 사회적 변화상을 작품의 소재로 삼은 것이다.

캉용펑, 'Scenery Splinters No.53'. oil on canvas, 120x100cm, 2014.(사진=아트사이드)
캉용펑, 'Scenery Splinters No.53'. oil on canvas, 120x100cm, 2014.(사진=아트사이드)

또한, 물감을 두껍게 바르는 것에 대해서는 작품의 물질감 그리고 토지의 비옥함과도 같은 느낌을 드러내기 위해서 선호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생명'과 '생명력'을 주제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펼치는 작가의 작품에서 생명이라는 것은 '아름다움과 기쁨', '파괴와 고통'의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황량항 벌판에 쓰러진 고목, 부서진 오토바이와 자동차 그리고 죽어 있는 가축들, 마치 우리 사회와 그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대변하는 작가의 상징적 소재이다.

캉용펑은 "파괴된 것은 에너지와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것 보다는 세계적인 것 같다. 개인의 노력과 관심으로 우리 주변을 돌아보는 방식을 다르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설명한다.

캉용펑, 'Scenery Splinters No.51'.  oil on canvas, 200x120cm, 2014.(사진=아트사이드)
캉용펑, 'Scenery Splinters No.51'. oil on canvas, 200x120cm, 2014.(사진=아트사이드)

또한, 전시장에는 반 고흐, 렘브란트 등 그가 존경하는 예술가들을 소재로 그려낸 자화상들이 함께한다. 특히 고흐는 캉용펑이 학창시절에 그의 자서전을 읽고 그림들을 접하며 이들을 이해하는 동안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예술가였다.

작품 속 두텁게 쌓아올린 물감의 무게감과 질감은 다양한 색채들이 뒤엉키며 발산하는 에너지와 응축되어 한 예술가의 삶과 열정적인 예술세계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이 외에 차갑고 혹독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풍경 속 만개한 매화의 표정은 이채롭다. 매화가지는 꺽이고 부러진 상처의 흔적이 있고, 가지 사이 곳곳에 충격으로 인해 균열되고, 파괴된 모습이 자리한다.

캉용펑은 "내 매화는 아주 강렬합니다. 처음 그릴때는 매화를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 상상 속에서 떠오른 이미지를 그렸는데, 이제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전통적인 이미지를 타파한 매화로 봐주시길 바랍니다"고 말했다.

'작품과 함께한 캉용펑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작품과 함께한 캉용펑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한편, 길이 10m의 대작 'Moonlight night of soring'는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작이다. 거칠고 마른 고목들, 제대로 알아 볼 수도 없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정면을 응시하는 사자 한 마리 등이 보인다.

수많은 잔해들과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색채와 붓 터치를 통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황량항 달빛 풍경은 달빛이 비치는 밤과 봄의 계절적인 색채로 서정적이며 몽환적인 느낌을 극대화시킨다. 전시는 7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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