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자의 화랑가 돋보기] 논란만 있고 결말 없는 미술품 위작, 미술계 위작 잔혹사 5
[왕기자의 화랑가 돋보기] 논란만 있고 결말 없는 미술품 위작, 미술계 위작 잔혹사 5
  • 왕진오
  • 승인 2017.12.2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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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기자] "당신이 본 그림은 모두 가짜다!" 2009년 개봉된 영화 그림복제 사기극'인사동 스캔들'(감독 박희곤)이 내건 홍보문구가 최근 국내 미술시장 위작 논란을 예견한 듯 하다.

2008년 빨래터 위작논란 당시 감정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오광수 감정위원장.(사진=왕진오 기자)
2008년 빨래터 위작논란 당시 감정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오광수 감정위원장.(사진=왕진오 기자)

잊혀질만하면 등장하는 미술품 위작 논란,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돈이 오고가는 시장 논리 때문이라는 것이 화랑가의 정설이다.

국내 미술계에 가장 앞선 위작 사건은 이중섭과 신윤복을 우선으로 들 수 있다. 1992년 이중섭의 황소 그림 두 점을 갖고 있던 소장가가 화랑협회에 감정을 의뢰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한다. 당시 화랑협회는 가짜로 판정을 했는데, 미술평론가가 진품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이 된 사건을 들 수 있다.

위작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공개적인 미술품 경매를 통해 진행되는 것이 최근 10여년 동안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는 그림이 돈이 되고,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하기 위한 관계자들이 피할 수 없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이우환 위작 논란과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진위 논란을 계기로 최근 불거진 미술시장 위작 논란 사건에 대해 알아봤다.

영화 속 복제 전문가 이강준(김래원 분)은 "복제는 위선으로 가득찬 미술계에 대한 도전이자 조롱이다. 의미를 찾기보다 기술에 집착하는 순간 미술의 가치는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서울옥션 메인경매 현장'.(사진=왕진오 기자)
'서울옥션 메인경매 현장'.(사진=왕진오 기자)

2005년 이중섭 드로잉 위작 4점을 경매에 내놔 위작시비를 일으켰던 서울옥션은 그해 10월 이호재 대표가 사임한 데 이어 컬렉터와 미술계 인사들에게 사과문을 발송하기에 이른다. 한바탕 홍역을 치룬 서울옥션측은 대대적인 대응에 나섰고, 결국 위작 논란은 2년 뒤 2009년 11월 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지원합의 25부로부터 "진품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위작 의혹을 제기한 것은 정당하다"며 위작 논란 소송의 종지부를 찍었다.

'빨래터' 이전에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세계의 일로 비춰졌다. 2005년부터 경매에 나온 이중섭 작 '물고기와 아이', 변시지 화백의 작품이 위작 논란, '빨래터'로 정점을 찍은 경매 시장의 신뢰도는 회복할 수 없을 만큼의 치명타를 입고 10여 년 동안 재기를 위한 조용한 행보를 걷게 된다.

"땅, 땅, 땅, 45억 2천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2007년 5월 22일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 작품이 낙찰되는 순간이다. 평창동 서울옥션 하우스에서 진행된 제106회 경매에서 고 박수근 화백이 1950년대 후반에 그린 유화 '빨래터'가 그 주인공이었다.

경매사 출품 위작 일지

미술품 경매에 등장한 그림들 가운데 위작들은 2005년 3월 16일 서울옥션 제94회 한국 근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에 출품된 이중섭 '물고이와 아이'가 미술품 감정협회로부터 위작 결론을 받았다.

당시 이중섭 화백의 들 이태성씨가 서울옥션에 작품 8점을 판매 의뢰해 4점을 팔았으나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이 작품들 모두를 위작이라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이어 김용수 한국고서연구회 고문이 갖고 있던 이중섭,박수근의 작품 2843점을 공개하며 논란의 불을 지폈다.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사진=왕진오 기자)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사진=왕진오 기자)

당시 이중섭 박수근의 그림이 위작이라는 검찰 발표후 이호재 대표가 사임하는 사태를 나았다. 이에앞서 이중섭 박수근의 2834점에 이르는 대규모 위작 사건 1,2심 모두 위작 판결을 받았다.

2009년 2월, 1심 법원은 김용수씨를 사기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판결했다. 이에 김씨가 불복, 항고했지만, 2013년 1월, 2심 재판부는 김씨의 압수물 전량에 대해 위품 확정 판정을 내리고 항고를 기각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심리 중이다.

2006년 4월 25일 서울옥션 제101회 경매에 출품된 변시지 화백의 작품 위작 논란과 함께 도난당한 불화 등이 출품되려다 붙잡히는 사건도 있었다. 이해 연도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이뤄졌다.

2007년 12월 -5월 진행된 서울옥션 제106회 경매에 출품된 박수근 '빨래터' 위작 의혹 제기. 이사건은 박수근의 ‘빨래터’가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국내 경매 사상 최고가인 45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미술잡지 ‘아트레이드’가 위작 의혹을 제기했고, 서울옥션은 이 잡지를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 2년여 법정 공방을 펼쳤다.

이후 서울옥션 빨래터는 ‘진품 추정’ 판결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원문에는 ‘(빨래터가) 위작이라는 근거로 볼 수 없다’거나 ‘(원소장자인) 존 릭스가 박수근 화백으로부터 교부받았을 것으로 일응 추정된다’ 등의 표현이 적시돼 있었다. 또한 법원은 ‘원고(서울옥션)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미인도 위작 논란에 프랑스 뤼미에르 감정단이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왕진오 기자)
미인도 위작 논란에 프랑스 뤼미에르 감정단이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왕진오 기자)

1991년 천경자 '미인도' 위작 논란 :천 화백 사망 이후에도 진위논라은 계속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주최의 ‘움직이는 미술관’에 출품된 복제판 ‘미인도’의 원화에 대해 작가 자신이 “내 작품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면서 사건은 불거졌다.

작가가 부인하는데도 불구하고 한국화랑협회는 “천경자의 진품이 맞다”고 감정했다. 이에 작가는 “자기 자식도 못 알아보는 부모가 있느냐”며 진품설을 부인했다. 생존 작가의 작품까지 진위의 시비가 되는 희대의 사건이 한국에 일어난 결과였다.

의견 차이는 끝내 좁혀지지 않았고 양측은 자존심 싸움을 계속했다. 양측의 주장에 일장일단이 있어 쉽게 판단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도 있었다. 결국 분노한 화가는 미술계에 대한 항의 표시로 예술원 회원직을 사퇴하고 절필을 선언하며 외국으로 떠났다. ‘미인도’ 진위 문제는 미궁에 빠지면서 인신공격에 가까운 발언이 계속됐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그림을 본 천 화백이 "내 그림이 아니다"고 주장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과 감정위원들이 "진품이 틀림없다"고 했지만, 천경자는 "자기 자식을 몰라보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며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붓을 꺾었다. 이후 한국을 떠났고, 2003년 미국 뉴욕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소식이 끊겼다. 12년 만인 지난 22일 '두 달 전 별세'라는 보도로 8월6일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초 고 천경자 화백의 차녀를 비롯한 유족들이 과거 '미인도' 진위 논란을 끝내겠다며 친자 소송에 나서서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이우화 화백'.(사진=왕진오 기자)
'이우화 화백'.(사진=왕진오 기자)

2015년 이우환 위작 논란:

2015년 10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서울 인사동의 유명 화랑이 이우환(80) 화백의 위작을 유통시켰다는 첩보를 받아 압수수색했다. 수사대에 따르면 이우환 화백의 '점으로부터'등 위작 10여 점이 지난 2013-2014년 쯤 유통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며 미술계를 발칵 뒤집은 사건이다.

여기에 올해 2월 이우환 화백의 작품을 압수한 경찰에게 작품 감정을 의뢰받았던 최명윤 국제미술과학연구소장이 "감정을 의뢰받은 작품 12점에 대해 과학감정과 안목감정을 실시한 결과 모두 위작으로 판단했다"고 밝혔고, 이우환 화백은 변호사를 내세워 반박을 하며 논쟁은 끝이 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위작 논란과는 별도로 도난품이라는 주장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도 있다. 2012년 서울옥션 경매에 나왔던 겸재 정선의 '황려호'가 그것이다. 현재 작품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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