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보물창고-⑩] 이건희 소유 국보 제258호 ‘청화백자죽문각병’
[삼성가 보물창고-⑩] 이건희 소유 국보 제258호 ‘청화백자죽문각병’
  • 왕진오
  • 승인 2017.12.2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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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정처 없이 떠돌다 엉겁결에 건진 보물'

일제강점기 1935년은 백자에 대한 인기가 별로 없었던 시기였다. 당시는 청자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으로 인해 시장에 나오는 족족 1922년 일본인 고미술상들이 만든 경매회사 경성미술구락부를 통해 일본으로 팔려나갈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국보 제258호 ‘청화백자죽문각병’.(사진=문화재청)
국보 제258호 ‘청화백자죽문각병’.(사진=문화재청)

이종선 전 삼성미술관 호암미술관 부관장은 '리 컬렉션'을 통해 “어느 날 시청 앞에 있던 골동품 가게 우고당에 진열된 특이한 백자 병 하나가 금속유물 전문가 차명호의 눈에 띄게 됐다. 가격을 흥정하자 당시 기와집 한 채 값인 1천원을 불렀고, 결국 차명호에게 넘어오지 못하고 마땅한 임자를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다 훗날 삼성에 인수됐다”고 청화백자죽문각병에 일화를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주인을 찾은 이 항아리가 바로 1991년 1월 25일 국보 제258호로 지정된 '청화백자죽문각병'이다. 현재 삼성미술관 리움이 관리를 하고 있다.

'청화백자죽문각병'은 조선시대 만들어진 백자로 몸통 전체를 모깎이 방법을 사용해 8각의 모를 이룬 병으로, 높이 40.6cm, 아가리 지름 7.6cm, 밑 지름 11.5cm이다.

국보 제258호 ‘청화백자죽문각병’ 뒷면.(사진=문화재청)
국보 제258호 ‘청화백자죽문각병’ 뒷면.(사진=문화재청)

길게 뻗은 목과 도톰한 아가리, 둥근 몸통과 높고 넓은 굽이 있다. 문양은 밝은 청화 안료를 사용해 몸통 아랫부분에 선을 두르고, 대칭되는 양 면 중 한쪽 면에 조그만 대나무 한 그루가 그려져 있다. 또한 다른 면에는 여러 그루의 대나무가 밀집해 있는 모습을 간결한 붓질로 묘사했다.

굽다리 측면에 의미를 모르는 '井'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이 병은 모깎기한 모양이나 간결한 청화문양, 투명에 가까운 백자유가 사용된 것을 볼 때 18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활달하면서도 운치 있는 대나무 그림이 당시 선비들의 기개를 나타낸 듯 한 격조를 풍기고 있어, 당시 대표적인 백자 병으로 손꼽힌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조선의 청화백자는 중국의 청화와는 다른 멋과 분위기를 풍긴다. 조선의 회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백이 미 추구 태도가 도자기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이 백자각병은 그런 우리 식의 취향이 그대로 발휘된 명품이다.

문양은 밝은 청화안료로 몸체 아랫도리에 먼저 한 줄의 선을 둘러 지문(地文)으로 삼고, 대칭되는 앞뒷면에 한쪽에는 자그마한 대나무를 한 그루만 그리고, 다른 면에는 여러 그루의 대나무가 밀집해 있는 모습을 그렸는데, 몰골법(沒骨法, 윤곽선을 그리지 않고 직접 대상을 그리는 화법)의 간결하면서 담백(淡白)한 붓질로 소략하면서도 기품 있게 묘사됐다.

국보 제258호 ‘청화백자죽문각병’ 굽다리안쪽 명문.(사진=문화재청)
국보 제258호 ‘청화백자죽문각병’ 굽다리안쪽 명문.(사진=문화재청)

유약(釉藥)은 약간 담청색(淡靑色)을 띠었지만 거의 순백에 가까운 투명한 백자유로, 잘 정련된 깨끗한 태토(胎土)가 곱게 드러나 보이며, 굽다리 측면에는 의미를 모르는 ‘井’이라는 음각명(陰刻銘)이 있고, 접지 면에는 모래받침 흔적이 남아 있다.

깨끗하고 준수한 병모양이나 모깎기 수법, 간결하면서도 품위 있는 청화문양, 그리고 거의 투명에 가까운 백자유 등으로 보아 18세기 전반 영조 연간에 경기도 광주 금사리요(金沙里窯)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도자미(陶磁美)의 극치라고 극찬 받고 있는 18세기 전반경의 특징적인 청화백자 가운데에서도 기형이 당당하고 위엄이 있으면서 간담(簡淡)한 청화 죽문(竹文)이 당시 선비들의 기개를 나타낸 것 같이 격조가 높아 단연 이 무렵의 대표적인 백자 병으로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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