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보물창고-⑪] 이건희 국보 '백자 유개항아리', '백자 천지현황명발'
[삼성가 보물창고-⑪] 이건희 국보 '백자 유개항아리', '백자 천지현황명발'
  • 왕진오
  • 승인 2017.12.2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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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백자 애호가로 알려진 이건희 삼성 회장 소유 국보 중 독특한 형태의 국보 제261호 '백자 유개항아리'와 국보 제286호 '백자 천지현황명발'이 동시에 세상 나들이를 나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전시가 있었다.

국보 제261호 '백자 유개항아리'(왼쪽)와 국보 제286호 '백자 천지현황명발'.(사진=문화재청)
국보 제261호 '백자 유개항아리'(왼쪽)와 국보 제286호 '백자 천지현황명발'.(사진=문화재청)

1996년 12월 4일 호암갤러리에서 진행한 '몽유도원도와 조선전기국보전-위대한 문화유산을 찾아서'를 통해서다. 이 전시는 일본에 있던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국내에 소개되어 조명을 받았다.

당시 조선문화관련 전시행사로 최대 규모였던 전시에는 서화 62점, 서예전적 22점, 나전·일반 공예 25점, 도자기 65점, 불교미술 28점 등 179종 202점의 유물이 공개됐다.

이종선 전 호암미술관 부관장은 리 컬렉션을 통해 "당시 백자에 깊지 젖어 있던 그를 두고 일어로 '구로도'(처음에는 기밀문서·소송 등을 다루다가 뒤에는 궁중의 허드렛일을 처리한 직원을 일컬음)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수집에 대한 그의 경지가 이미 보통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회장은 백자를 좀 더 잘 알기 위해 수집가 홍대기 같은 이에게 백자 수업을 많이 들었다. 골동상 K모 씨도 선생 자격으로 출입이 잦았다. 도자기를 알려면 도자기 생산 전반에 대해 알아야 한다. 특히 태토나 유약을 감별하는 일은 감정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한번 빠지면 끝을 보는 성미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중에는 백자 감정까지 해도 좋을 정도가 됐다"고 전했다.

국보 제261호 '백자 유개항아리'.(사진=문화재청)
국보 제261호 '백자 유개항아리'.(사진=문화재청)

※국보 제261호 백자 유개항아리

조선 전기의 격조와 유연성을 가지고 있는 뛰어난 품격의 백자 항아리로 큰 항아리와 작은 항아리 두개로 구성됐다. 1991년 1월 25일 국보로 지정된 후 현재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관리를 맡고 있다.

단정하고 위엄이 있는 이 백자 호들은 경기도 광주일대 우산리, 번천리 등의 가마에서 16세기 전반 경에 의기儀器, 의례때 사용하는 도구)용으로 특별히 제작된 뛰어난 작품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큰 항아리는 총 높이 34.0cm, 입 지름 10.1cm, 굽 지름 13.7cm이다. 작은 항아리는 총 높이 12.5cm, 입 지름 4.2cm, 굽 지름 5.7cm이다. 입 언저리는 밖으로 말아 붙였다.

입 부분에서 서서히 벌어져 어깨부위에서 팽배했다가 풍만하고 여유 있는 곡선을 그리며 서서히 줄어들며 바닥면에 이른다.
뚜껑의 윗면 중앙에는 연꽃봉오리형 꼭지가 있어 손잡이가 되며, 그 주위로 낮은 층단이 있다. 유약은 엷은 청색을 머금고 있으면서 내·외면에 고르게 덮여있으며, 태토와 어우러진 표면의 색조는 유백색에 가깝다.

국보 제286호 '백자 천지현황명발‘.(사진=문화재청)
국보 제286호 '백자 천지현황명발‘.(사진=문화재청)

※국보 제286호 백자 '천' '지' '현' '황'명발(白瓷鉢)

조선 전기에 만들어진 백자발 4점으로 크기는 높이 11.1cm, 입 지름 21.1cm, 굽 지름 7.9cm 내외이다. 정선된 바탕흙을 사용했고, 고르게 입혀진 유약, 순백의 색깔, 단정함 굽, 가는 모래 받침들로 보아 왕실에서 사용할 고급자기를 만들기 위해 국가에서 운영하던 경기도 광주지방의 가마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백자 천지현황명발'은 입이 밖으로 벌어진 당당한 형태를 보여 주고 있다. 문양은 없고 유약은 잘 녹아 밝은 백색을 띠고 있다. 각각의 굽 안쪽 바닥에는 유약을 긁어서 '천, 지, 현, 황' 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이 글자들은 경복궁 근정전 주위에 왕실에서 쓰던 그릇을 보관하던 창고인, '천자고, 지자고, 현자고, 황자고'가 있어 그 용도를 구분했던 글자가 아닌가 추정을 하고 있다.

한국민족대백과에 따르면 천·지·현·황명(銘)이 경복궁 근정전 창고인 천자고(天字庫), 지자고(地字庫), 현자고(玄字庫), 황자고(黃字庫)와 관련된다면, 이러한 명문이 새겨진 백자 대접은 왕실용임이 분명하다고 전하고 있다.

왕실용 백자 대접에 대하여는 ‘세종 조에 백자를 전용(專用)했다’는 ‘용재총화(傭齋叢話)’의 기록이나 세종 7년(1425) 중국 명나라 홍희제(洪熙帝)가 조선 왕실에 10개 식탁분의 대중소(大中小) 백자를 요구함에 따라 경기도 광주 가마에서 제작하도록 했다는 ‘세종실록(世宗實錄)’의 기사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조선 전시 백자로서 백자의 계보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인 '백자 천지현황명발'은 1995년 12월 4일 국보로 지정됐으며, 현재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관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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