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태 "그림이 오브제가 되고, 오브제가 그림이 되는 순환 과정 보여줄 터"
유선태 "그림이 오브제가 되고, 오브제가 그림이 되는 순환 과정 보여줄 터"
  • 왕진오
  • 승인 2017.12.2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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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알록달록한 색이 칠해진 커다란 책이 전시장 천장에 매달려 있다. 바로 옆 오래된 타자기에는 소인국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오르는 장면이 미니어처처럼 놓여있다.

'작품과 함께한 유선태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작품과 함께한 유선태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서 만날 수 있는 거인이 사는 브로딩낵과 소인들이 사는 릴리프트 등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을 그대로 재현한 것 같은 모습이 관객의 눈길을 모은다.

이들은 유선태(58) 작가가 상상속이나 현실의 모습을 자신만의 시점으로 해석해 화면과 오브제로 표현한 풍경화의 모습이다. 그가 '말과 글 - 풍경 속에 풍경'이란 타이틀로 2015년 10월 30일∼11월 29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3년 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유선태, '말과 글 - 나의 아뜰리에'. Acrylic on canvas, 218.2x 290.9cm, 2014.(사진=가나아트)
유선태, '말과 글 - 나의 아뜰리에'. Acrylic on canvas, 218.2x 290.9cm, 2014.(사진=가나아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오브제와 오브제가 결합되고 그림이 오브제로 들어간 상황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작가는 실제 생활에서 사용된 책이나 액자, 타자기, 시계 그리고 에디슨의 축음기를 작품을 완성하는 오브제로 사용했다.

유선태 작가는 "모든 내 그림의 원천이자 시작은 오브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대적인 이미지를 그려서 또 다른 자연 풍경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고 설명한다.

그의 작업에는 동양과 서양, 자연과 건축, 외부와 내부, 순간과 영원, 말과 글, 그리고 오브제와 자연물 등의 이원적 개념들이 동시에 등장한다. 또한 작가의 자화상이기도 한 자전거 타는 사람이 화면 곳곳에 표현된다.

유선태, '말과 글 - 나의 정원'.  Acrylic on canvas, 130.3x162.2cm, 2015.(사진=가나아트)
유선태, '말과 글 - 나의 정원'. Acrylic on canvas, 130.3x162.2cm, 2015.(사진=가나아트)

유 작가는 "작품 속 조그만 사람은 저를 모티브로 한 자화상입니다. 작가적 상상력이 발휘된 것이죠. 어린 시절 구입한 자전거를 타고 고향 여기저기를 다니며 눈에 담았던 풍경이 작품으로 그려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림은 지울 수 있고 언제든 새롭게 만들 수 있어서 재밌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최신 이동 장치였던 자전거가 지금은 구시대의 산물로 여겨지는 것도 자연 풍경이 변화하는 이치와 같다고 봅니다"고 설명했다.

유선태, '말과 글 - 나의 아뜰리에'. Acrylic on canvas, 227.3x181.8cm, 2014.(사진=가나아트)
유선태, '말과 글 - 나의 아뜰리에'. Acrylic on canvas, 227.3x181.8cm, 2014.(사진=가나아트)

붓을 잡은 지 어느덧 30년이 된 작가.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큰 바위를 짊어진 사람, 중력을 거슬러 공중에 부유하기 위해 날갯짓을 하는 오브제, 끊임없어 페달을 밟아 나아가야만 하는 자전가 타는 사람의 뒷모습은 작가 삶의 대한 은유이다.

이번 전시에는 그간의 대표작들을 한 캔버스 안에 구성한 작품 '말과 글 - 30년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적 태도를 대변한다. 또한 현실을 넘어 과거의 기억, 현재의 시공과 미래를 아우르며 걸어온 유선태의 긴 여정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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