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기 ‘신여성’ 이미지와 담론 조명...'신여성 도착하다'展
근대기 ‘신여성’ 이미지와 담론 조명...'신여성 도착하다'展
  • 왕진오
  • 승인 2017.12.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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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근대적 지식과 문물, 이념을 체현한 여성들을 일컫는 '신여성'이 오랜 시간을 거쳐 그림과 잡지, 영상과 당시 사용한 유물을 갖고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한 듯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왔다.

'신여성 도착하다'전에 설치된 무용가 최승희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신여성 도착하다'전에 설치된 무용가 최승희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자유연애, 결혼,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살펴보는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 '신여성 도착하다'가 2017년 12월 2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전관에서 진행된다.

전시는 시각예술로 신여성을 고찰하는 콘셉을 통해 한국근대에서 사회변화, 우리가 알고 있는 근대성에 본질을 질문하며 남성 중심의 서사에서 벗어나 여성을 통해 한국의 근대성을 바라보는데 포커스를 맞췄다.

'신여성 도착하다'전에 설치된 당시 자유연예를 이야기한 잡지들.(사진=왕진오 기자)
'신여성 도착하다'전에 설치된 당시 자유연애를 이야기한 잡지들.(사진=왕진오 기자)

'신여성(New Women)'이라는 용어는 19세기 말 유럽과 미국에서 시작해 20세기 초 일본과 아시아 국가에서 사용됐다. 국가마다 개념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여성에 대한 사회 정치적, 제도적 불평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자유와 해방을 추구한 근대기 새로운 여성상을 말한다.

조선의 경우, 근대 교육을 받고 교양을 쌓은 여성이 1890년대 이후 출현했으며, 이 용어는 언론 매체, 잡지 등에서 191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해, 1920년대 중반 이후 1930년대 말까지 대대적으로 유행했다.

'근대기 여성 소장품'.(사진=이예진 기자)
'근대기 여성 소장품'.(사진=이예진 기자)

전시장에는 일제강점기 '신여성'이라는 새롭고도 복잡한 형상을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1부에서 관객은 경성의 도시를 거닐던 신여성의 퍼레이드를 만나고, 사진, 인쇄물, 영화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시각화된 '신여성'의 다양한 이미지를 만나게 된다.

'신여성', '별건곤' 같은 대중잡지들의 표지화, 만화, 컷 등을 통해 재현된 여성이미지들은 실제로서의 여성이기보다는 굴절된 식민공간 속에서 따라가야 할 서구문명에 대한 선망과 좌절, 욕망을 투영하는 담론의 장으로서 역할을 했다.

또한 여성 계몽과 해방 운동의 발자치를 더듬어 보는 한편, 엄격한 가부장제 아래서 자유연애와 결혼 등을 거치며 신여성이 맞닥뜨려야 했던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살펴본다.

박래현, '예술해부괘도 (1) 전신골격'. 종이에 채색, 142x61.5cm, 조시비미술대학 역사자료실 소장, 1940.(사진=왕진오 기자)
박래현, '예술해부괘도 (1) 전신골격'. 종이에 채색, 142x61.5cm, 조시비미술대학 역사자료실 소장, 1940.(사진=왕진오 기자)

2부에서는 근대기 '신여성'자체였다고 할 수 있는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왔다. 나혜석, 박래현, 천경자 등 근대기 대표적인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과 함께 근대기 여성의 일로 간주됐던 '자수'의 미학적 가치를 재고한다.

1910년대를 전후로 미술계에서 활동한 첫 여성을 기생 출신의 서화가들이었다. 이들은 사군자나 서예에 특기를 보였는데, 서예와 사군자부가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재외되면서 점차 미술의 범주에서 배제됐고, 기생 서화가들은 그들의 특수한 신분과 맞물려 근대적 의미로서의 화가로 인정받지 못했다.

1920년대부터 기생 서화가들 대신 고급미술의 영역에 자리잡은 것은 여학교나 미술학교 출신의 신여성 집단들이다. 동양화가로는 정찬영, 이현옥, 배정례등이 조선미술전람회를 통해 활동했다.

1940년대 박래현, 천경자가 동경 여자미술학교를 졸업하고 들어와 신세대 동양화가로 주목받았다. 서양화가로는 나혜석, 이갑경, 나상윤 등 주로 동경여자미술학교 출신들이 활동했다.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의 의상들.(사진=이예진 기자)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의 의상들과 악기들.(사진=이예진 기자)

3부에서는 미술 뿐 만 아니라 문학, 무용, 대중가요, 사회운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의 실현되지 못한 꿈을 주제로 한 현대작가들의 신작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화가 나혜석, 무용가 최승희, 음악가 이난영, 문학가 김명순, 여성운동가 주세죽은 바로 각자의 분야에서 시대적 한계와 어려움을 극복했던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나혜석은 여성 최초로 개인전을 연 화가이자 가부장제를 부정하고 금기를 깨뜨리는 글쓰기로 주목받은 여성해방론자요, 소설가였다.

최승희는 여성 최초 창작현대무용을 발표했으며, 이난영은 가수로서 조선 민중의 심금을 울린 '목포의 눈물'로 주목받았다. 1세대 여성문학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김명순은 여성이 남성뿐만 아니라 제국주의, 자본주의에 의해 타자화되는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했다.

근대기 자유연예를 다룬 잡지 표지.(사진=왕진오 기자)
근대기 자유연애를 다룬 잡지 표지.(사진=왕진오 기자)

주세죽은 조선 여성이 겪어야만 했던 겹겹의 고통을 극복하려했던 사회주의 운동가, 독립운동가였다. 이들은 20세기 이전의 전통적 사고가 아직 강해서 근대에 행로는 순탄할 수 없었고, 당대에는 객관적 평가도 받지 못했다.

여기에 현대 여성 작가 김소영, 김세진, 권혜원, 김도희·조영주 등 5인이 신여성을 오마주한 신작을 통해 당시 신여성들이 추구했던 이념과 실천의 의미를 현재의 관점에서 되돌아본다. 전시는 2018년 4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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