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화, '가슴에 묻은 시대의 코드, 죽은 나무로 되살리다'
송진화, '가슴에 묻은 시대의 코드, 죽은 나무로 되살리다'
  • 왕진오
  • 승인 2017.12.2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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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목까지 차오르는 울컥하는 느낌을 풀어내고 싶은 마음에 식칼을 들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깎아서 선보였는데,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이 강하게 오더라고요. 이슈를 담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누구라도 느끼고 있는 마음을 보이는대로 표현했죠."

'작품과 함께한 송진화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작품과 함께한 송진화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하얀 이빨을 다 드러내며 웃고 있는 여인의 모습, 식칼을 가슴에 들이대고, 뒷춤에 숨겨들어 마치 자살이라도 할 것 같은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모습 등으로 여성으로서 현시대를 사는 아픔을 드러내는 모양의 조각품을 선보이고 있는 송진화 작가가 3년 만에 개인전을 마련하고 밝힌 자신의 작업관이다.

송진화의 작업을 처음 본 관객들은 인생의 쓴맛 단맛 다 경험한 나이 많은 여성의 인생역경을 작품으로 풀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송 작가의 작품은 대중들에게 특정한 경향을 어필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함께 겪었던 다양한 일상의 모습이다.

송진화, ‘비를 맞아요 몸이 타버릴까봐’, 소나무, 50 x 23 x 15cm, 2014.(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송진화, ‘비를 맞아요 몸이 타버릴까봐’, 소나무, 50 x 23 x 15cm, 2014.(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특히 깨진 소주병이나 식칼 등 부드러운 오브제가 아닌 자극적인 오브제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 송 작가는 "단호하잖아요! 칼이라는 것은 확실한 감성을 자아내는 도구라 생각합니다. 섬뜩하지만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뜨거움과 냉정함을 갖고 있는 대상으로서 매혹적인 것 같아 작품에 자주 등장을 시키고 있는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또한 "작업 초기 힘이 들 때마다 그 칼을 나에게 사용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죠. 마음이 답답하고 너무 힘들 때 가졌던 마음을 해소시켜준 소재인 것 같아서 당분간 작업에 등장시키려고 합니다"고 덧붙였다.

송진화, ‘나는 우산이 없어요’, 소나무, 124 x 38 x 33cm, 2014.(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송진화, ‘나는 우산이 없어요’, 소나무, 124 x 38 x 33cm, 2014.(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송진화는 원래 동양화를 전공한 화가였다. 입시 미술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무슨 작업을 하면서 살아야 되나 라는 대한 의문과 갈증으로 고민하던 2002년 우연히 접한 나무를 깎게 되면서 나무 조각가로서의 새로운 길에 눈을 뜨게 됐고, 이후 지금까지 자신을 닮은 여인을 주인공으로 작업세계를 펼쳐왔다.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나뭇조각 여인은 때로는 삶에 힘겨워하고 분노하고 차갑게 돌아서버릴 것 같다가도 질긴 삶의 끈을 다시 이어가며 하얀 이를 다 보이며 깔깔하고 웃는다. 뜨거운 열정과 사랑, 기다림과 차가운 성찰의 시간을 돌아 돌아 자기 안에 숨겨왔던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고 직시하는 것은 단지 작가에게만 속한 과제는 아닐 것이다.

2002년 전시 이후 3년여 만에 자신의 감정을 살피고 드러내는 것에서 발전해 다른 이의 마음까지 토닥토닥 만지는 작품을 갖고 '너에게로 가는 길'이란 개인전을 2015년 6월 4일∼7월 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 전관에 펼쳐놓는다.

송진화, '너에게로 가는 길' 전시 작품.(사진=왕진오 기자)
송진화, '너에게로 가는 길' 전시 작품.(사진=왕진오 기자)

지난 작품에서 유머러스하고 위트 있는 모습, 때론 격한 감정을 표현하거나 차분하게 사색하는 그녀의 작품에서 우리는 삶의 여러 모습들을 발견했다. 힘들어하고 분노하고 차갑게 돌아서다 다시 애써 웃어버리는 여성의 모습은 묘한 연민마저 자아냈다.

나무로 조각된 그녀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시선이라든지 다양한 몸짓으로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공감하게 된다.

몸짓과 손과 발에 미세하게 드러나는 삶의 기복들은 작품을 점점 더 가까이서 들여다보게 만드는 에너지를 부여한다. 또 나뭇결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무에서 잉태된 듯한 조각의 몸체 역시 재료로서의 나무에 의지하고 그에 따라 손을 놀리는 조각가의 자세를 보여준다.

송 작가에게 나무는 "길가에 버려진 나무를 바라보면서 한때는 누구의 집이었고, 벤치였고……. 쓸모가 다해 썩어 없어져도 그만이지만 새롭게 태어났죠. 나이테가 조밀 할수록, 옹이 질수록 아름다고 대견하지 않아요? 자연스럽게 모양이 떠오른 것을 깎아내고 다듬어내면 원래 갖고 있던 모양을 드러나게 되죠."라고 설명한다.

송진화, '너에게로 가는 길' 전시 전경.(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송진화, '너에게로 가는 길' 전시 전경.(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이번 전시에는 기존의 성숙한 여성의 모습에, 그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아이의 얼굴과 몸짓을 한 작품이 새롭게 등장한다. 동그란 얼굴과 새초롬한 표정을 한 아이의 모습에서, 숨겨져 있던, 자라지 않은 자신의 자아와 만나게 되고 그 시간을 통해 힘들었던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게 된다.

특히 작가의 작품은 제목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바람 불면 설레어 가만히 집에 있을 수 없었지요’,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아’, ‘엄마의 청춘’, ‘우린 정말 사랑했을까’, ‘나는 우산이 없어요’, ‘비를 맞아요 몸이 타버릴 까봐’ 등 저마다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꾸밀 수 도 있는, 마치 무대를 걸어 다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송 작가의 나무로 조각된 그녀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시선이라든지 다양한 몸짓으로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 하는 모습들을 바라보면 제일먼저 드는 생각이 바로 “아, 너였구나"라는  자조적이면서 차분한 깨달음이다.

송진화, '너에게로 가는 길' 전시 작품.(사진=왕진오 기자)
송진화, '너에게로 가는 길' 전시 작품.(사진=왕진오 기자)

누구나 행복을 꿈꿀 수 있는 용기와 삶에 대한 넉 살 좋은 자신감. 과연 우리는 무엇으로 그리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우리의 삶을 위로했고, 누군가를 위로하며 살고 있었는지. 그 동안 돌보지 못했던 자신의 작은 일상에서 오는 소중함이 재발견 되는 순간이 바로 세상 모든 이들과의 만남이 된다.

전시장에서 만난 송 작가는 “제가 살아온 삶이 세상 여성분들의 이야기와 많이 닮아있나 봅니다. 말 못하고 울컥하지만, 상처받기 쉬운 여성들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을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졌는지, 여성 관객들의 저의 작품을 많이 좋아해 주고 있습니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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