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필, '파랑으로 세상을 덮고, 다양한 장소를 낯선 공간으로 풀어내'
조은필, '파랑으로 세상을 덮고, 다양한 장소를 낯선 공간으로 풀어내'
  • 왕진오
  • 승인 2017.12.28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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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사람마다 잘 쓰는 언어가 있듯이 블루는 조은필에게 가장 오랫동안 그녀를 대신해 줬던 언어다. 일반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블루란 단어의 경직성이 작가의 손을 거쳐 완전히 의미가 다른 새로운 단어가 됐다. 일종의 파격일 수도 있지만 그녀의 블루는 그녀와 함께 움직인다.

'조은필 작가'.
'조은필 작가'.

작가는 특정 색상에 대한 집착으로 그녀의 주위는 파란 사물들로 둘러 싸여져 있으며, 이로 인해 기억 속의 개인적인 장소도 모두 블루로 이뤄졌다.

작가가 사용하는 파랑은 희망, 젊음, 신성함, 진실을 상징하는 일반적인 파랑보다는 훨씬 진하고 강한 울트라 마린 블루를 사용한다.

색채심리학에서는 광기란 의미를 내포하는 색이다. 하나의 색깔에 오롯이 집중해온 자신의 모습과 색상의 의미도 일맥상통하게 된다.

작가는 순수한 블루를 찾기 위해서 좀 더 직관적이고 단순한 방향으로 작업을 전개하고 싶어 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다양한 형태에서 가장 원초적인 블루를 보고 싶은 욕망의 표현으로 완전히 순수한 블루를 찾는 여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평소 대형 빌딩과 공간 그리고 바다위에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일렁이는 궁전’을 가지고 파란색을 입히던 조은필 작가가 2015년 9월 18일∼10월 18일 진행되는 소마 야외 프로젝트 S에 'The Feather'를 펼쳐 놓으며 팝아트 작품 같은 요소와 공공미술 형식을 결합해 미술관의 새로운 장소성과 명소화에 정점을 찍는다.

조은필, ‘The Feather 푸른 깃털’.  혼합매체, 소마미술관 야외 설치, 2015.
조은필, ‘The Feather 푸른 깃털’. 혼합매체, 소마미술관 야외 설치, 2015.

이번 프로젝트는 건축가 유재우(부산대학교 건축과 교수)와 함께 공간에 대해 논의하고 작업을 하면서 소마미술관이라는 공공장소를 인식하며 환경과 작품과 관객이 한 공간에 있는 것에 대해 집중한 결과를 풀어놓았다.

조은필 작가는 "건축가와의 컬레버레이션은 공간의 개념을 더 확장시키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개인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환경과 결합할 수 있게 됐고, 작품 설치에 있어서는 예전보다 더욱 간결해지고 견고해 지는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고 설명했다.

은밀한 내적공간에서 자연 공간으로의 확장

프로젝트 'The Feather(깃털)'은 미국의 여류시인 에밀리 디킨슨이 "희망에는 깃털이 달려있어 우리의 영혼에 사뿐히 내려앉고 가사 없는 곡조를 노래하며 결코 멈추지 않는다"에서 따왔다.

작가는 깃털이 복되고 길한 미래의 긍정의 징조이며 갈망의 대상이며, 영혼의 움직임 등의 정서를 설명하는 구절이라고 해석한다. 또한 깃털은 인간에게 날아보고자 하는 염원과 갈망 그리고 노력을 담아 깃털의 긍정적 메시지를 펼쳐 낸 것이다.

조은필, ‘The Feather 푸른 깃털’.  혼합매체, 소마미술관 야외 설치, 2015.
조은필, ‘The Feather 푸른 깃털’. 혼합매체, 소마미술관 야외 설치, 2015.

푸르고 거대한 여러 개의 깃털들이 움직이고 날아다니며 미술관 주위와 벽면으로 퍼져있는 장면은 미술관에 긍정의 기운을 더해 준다. 뿐만 아니라 2미터에서 최대 1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깃털들은 미술관과 자연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펼쳐내어 자연과 미술관이 하나로 결합된 낯선 장면을 구현한다.

거대한 크기의 깃털들이 일상에 공간에 놓여 졌을 때 관객들은 일시적인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음과 동시에 오감을 통해 판타지를 떠올리게 된다. 바로 여기서 공간과 작품과 관객과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기존 작업을 통해 자아에 대한 독백 형식의 내적공간을 지향해 온 작가의 작업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푸른색으로 빈틈없이 채색하는 것으로 충족되지 않는 내면심리를 채워줄 대상을 찾게 된다. 또한 은밀하고 우울했던 내면의 공간을 깃털이라는 유기체 일부에 투영시켜 긍정적인 의미로 전환시키려는 의도도 함께 담겼다.

조은필, ‘The Feather 푸른 깃털’.  혼합매체, 소마미술관 야외 설치, 2015.
조은필, ‘The Feather 푸른 깃털’. 혼합매체, 소마미술관 야외 설치, 2015.

 

그저 형태와 색이 가진 힘만을 극대화한 미니멀 아트를 넘어서서 삶의 전반적인 이야기와 과정을 담아내려 한다. 너무 파랗다는 평도 듣지만, 이 색상이 익숙해질 무렵에 평면과 입체의 새로운 형태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조은필 작가는 부산대학교 조소과 졸업과 동 대학에서 미술학과 박사를 취득했다. 런던대학교 The Slade School of Fine Art 조각 전공 석사 후 경남대학교 겸임교수 및 부산대학교, 경성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200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롯데갤러리, 센텀시티 신세계 갤러리, 석당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펼친 작가는 2013년 전국 조각가 협회 최우수 조각가상, 바다 미술제 대상과 2015년 소마미술관 2015 야외프로젝트 S 최종 당선 등의 수상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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