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자의 화랑가 돋보기] 기업문화시설, 미술시장 활성화 혹은 붕괴의 신호탄인가
[왕기자의 화랑가 돋보기] 기업문화시설, 미술시장 활성화 혹은 붕괴의 신호탄인가
  • 왕진오
  • 승인 2017.12.2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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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2010년부터 미술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술시장 1번지인 인사동과 사간동, 삼청동 그리고 청담동 지역에 신규 전시공간들이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2011년도 한국그림시장은 기대와 달리 다시 침체 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는 것이 대세이다. 2011년 초 한국아트밸류연구소(소장 최정표)가 발표한 '2011 한국그림시장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그림시장은 다시 침체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리움 미술관 전시 설명회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리움 미술관 전시 설명회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연구소가 밝힌 '한국그림가격지수'에는 2011년 그림가격이 2% 하락한 것으로 나왔는데, 이는 2010년에 8% 상승함으로써 2008년 이후의 폭락 장세가 진정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과 달리 2011년에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미술시장 불황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관계사들이 전시공간과 문화공간을 건립하고, 부지를 물색하고 있어 그 배경에 화랑가와 부동산 업계에서는 주목을 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리움미술관 전시 설명회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리움미술관 전시 설명회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대표적인 화랑가인 종로지역의 삼청동과 사간동 지역에 있는 대기업 미술관련 전시공간들은 OCI(옛 동양제철화학)미술관, 금호미술관, 대림미술관, 쌍용의 성곡미술관, 동국제강그룹의 송원아트스페이스, SK의 아트센터나비, 아트선재센터(대우) 그리고 신문로와 시청인근에는 흥국생명의 일주&선화갤러리, 한진그룹의 일우스페이스, 삼성의 플라토(구 로댕갤러리)가 현재 운영을 하거나 증축 및 신축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여기에 신흥 화랑가로 부상하고 있는 강남 지역에는 (주)삼탄의 송은아트스페이스, 코리아나화장품의 코리아나미술관, 다국적 패션기업인 에르메스의 아틀리에 에르메스가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소격동 지역의 부지를 한화그룹 계열에서 구입해 화랑을 신축하려고 부지를 매입했다는 소문이 부동산 중개업소에 나돌아, 기업들의 화랑가 진출에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외에 미술품만을 위한 전시공간은 아니지만 문화시설로 새롭게 공간을 마련하는 기업은 대한항공, 삼성화재, 신세계가 부지를 구입하거나 건축을 준비 중에 있다.

대한항공은 경복궁 인근에 7성급 호텔 건립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관광 진흥법 개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경우 옛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 13만7000여m2에 호텔을 짓는다는 계획이 현실화 될 수 있다.

이 부지는 대한항공이 2008년 삼성으로부터 매입한 이후 지하 4층, 지상 4층 규모의 고급 한옥호텔과 한국 전통 정원, 게스트하우스, 공연장, 갤러리 등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문화시설을 만들려는 계획을 잡고 추진했던 땅이다.

대한항공의 이러한 움직임에 맞물려 길 건너편 인사동에 삼성화재도 옛 대성산업 인사동 사옥을 인수하고 호텔관련 시설을 건립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어, 대기업 문화시설의 건립 운영이 가시화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기에 신세계백화점이 대형 화랑들이 밀집한 평창동에 700억 원대 대형 부지를 사들이고 문화시설공간을 건립하려는 움직임도 파악이 되어 대기업의 문화시설 건립과 운영이 더욱 가시화 될 전망이다.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화랑미술제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화랑미술제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대한민국 미술문화 1번지, 그 명맥 유지는 가능할까

미술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북촌지역의 삼청동, 사간동, 소격동 그리고 통의동 지역에는 신규 화랑과 미술관들이 새로 자리를 잡고 있고, 기존 시설의 확충도 활발한 상태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기업 관련 문화시설이 들어서면서 미술시장의 판도마저 변화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화랑계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인사동 옛 대성가스 사옥 부지가 신축 공사에 한창이다.(사진=왕진오 기자)
인사동 옛 대성가스 사옥 부지가 신축 공사에 한창이다.(사진=왕진오 기자)

인사동에서 화랑을 운영하고 있는 화랑대표는 "외국인들의 관광 명소로 평일에도 수많은 사람이 오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로 인해 그림을 보러 오는 사람은 오히려 줄었다며, 여기에 대규모 문화시설이 들어오게 되면 그림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발길을 다른 지역으로 옮길 것이라"며 이는 "미술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세간의 눈길이 안가는 조용한 지역에서 그림을 구매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기업이 운영하는 미술관 관장직에서 물러난 안주인들이 미술계에 속속 복귀를 한 것도 요인으로 작용한다. 2008년 6월 삼성특검과 함께 물러난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지난해 3월 복귀를 했고, 2007년 12월 신정아 사건으로 퇴진한 박문순 성곡미술관 관장도 홍 관장과 비슷한 시기에 돌아왔다.

또한 기업들이 문화미술관련 시설을 직접 운영하려는 이유 중에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가 삼성 리움에 소송을 하면서 도덕성에 흠집을 내며 거래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서미갤러리와 오리온그룹의 고가 미술품 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과 화랑불법대출 사건 등이 계속 터졌고,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가 삼성가를 상대로 물품청구소송을 내는 과정에서 그림 값이 최고 23배나 부풀려졌다는 의혹 등으로 기업의 화랑 거래에 대한 불신감은 더욱 팽배해 지게 된 것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사진=왕진오 기자)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사진=왕진오 기자)

최근 인사동과 삼청동 지역 화랑가에는 기업 등의 큰손들의 발길이 끊긴 것도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러한 점이 거래를 위탁하느니 직접 미술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낳기에 기업의 문화시설 공간 설립 붐이 일고 있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화랑들의 이권다툼으로 인해 차별성이 사라진 아트페어는 존폐의 위기마저 직면하여 미술품을 거래할 마땅한 공간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미술품을 거래하고 문화인들이 운집했던 과거의 명맥은 사라지고 새로운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이 대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이 된다.

화랑들이 본연의 기능인 전시와 미술품 거래가 끊기고, 기업 미술관들이 막대한 자본과 네트워크를 동원하여 미술계에 직접 진입한다면 미술인과 애호가들에게 작품성이 아닌 상업적인 기능만이 제공될 우려도 생기게 된다.

미술계는 누군가 나서서 해결을 해 줄 것을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자구 노력을 기울여야만이 화랑가로 들어오는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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