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자하 하디드, "DDP등 압도적 스케일은 건축가의 특권"
건축가 자하 하디드, "DDP등 압도적 스케일은 건축가의 특권"
  • 왕진오
  • 승인 2017.12.2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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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건물 자체가 곧 지형이 되도록 한 접근법이 독창적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이라는 지역성과 역사의 조화를 생각하다 보니, 놀라운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DDP를 찾은 자하 하디드'.(사진=왕진오 기자)
'DDP를 찾은 자하 하디드'.(사진=왕진오 기자)

2014년 3월 21일 개관을 앞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1950-2016)가 방한해 자신이 설계한 DDP에서 대해 말문을 열었다.

이라크 출신인 하디드는 2004년 여성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세계적인 건축가로 명성을 높이고 있다.

하디드는 DDP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최대 3차원 비정형 건축물’을 만든 또 하나의 프로필을 쌓았다. DDP는 피부 같은 금속재질과 우주선 같은 외관으로 서울의 새로운 랜드 마크로 주목받고 있다. 곡선을 그리는 열린 디자인으로 경계 없는 공간이자 장소와 맥락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혁신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난 7년여 동안 찬사와 비판이 동시에 쏟아졌다. 4800여억 원의 천문학적인 건축 비용과, 역사적인 동대문운동장을 헐어내고 지역과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 장소의 특성을 무시한 흉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동대문디자인플라자 외경'.(사진=DDP)
'서울동대문디자인플라자 외경'.(사진=DDP)

“사실 어떤 건축물과 지형을 하나로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이번에는 지역의 특성과 역사성, 건축물의 조화를 고민하다 보니 굉장히 독창적인 결과물이 탄생했다.”

하디드는 끊이지 않는 논란을 의식한 듯 “독창적이고 고유한 건물”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함께 내한한 자하의 건축 파트너인 패트릭 슈마허(53)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 공동대표도 “건축물과 주변의 지형의 조화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부연 설명했다.

자하 하디드는 “금속과 콘크리트 그리고 잔디로 만들어진 DDP는 기술적인 도전이었고, 그 도전이 성공을 거뒀다”며 “지붕을 잔디로 덮은 것을 보면 건축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비추어진다며, 새로운 지형을 인공적으로 창조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자하 하디드'.(사진=왕진오 기자)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자하 하디드'.(사진=왕진오 기자)

DDP의 독특한 외형만큼이나 내부구조도 독특하다. 전시장 자체가 박스형태가 아니라 지형과 유기적인 결합을 했다. 내부에는 기둥 대신에 물 흐르듯 이어지는 유려한 곡선으로 만들어졌다. 층간 구분도 모호하다. 공원과 DDP를 매끄럽게 하나로 연결하며, 건축물과 자연 간 경계를 허물고 있다. 도시와 공원, 그리고 건축물을 하나로 연결하는 유려한 풍경을 만들어 낸 것이다.

외관이 빚어내는 여백과 곡선은 방문자들로 하여금 혁신적인 디자인의 세계를 엿보게 한다. 도시의 자연과 역사, 현재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DDP 디자인은 도시의 맥락과 지역문화, 혁신적 기술이 집약된 결과물로 공간적 경험의 측면에서 건축물과 도시, 그리고 그 풍경을 하나로 아우름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징은 건축과 도시의 풍경,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무너뜨려 서울을 위한 새로운 시민의 공간을 창조한 것으로 평하고 있다.

'서울의 과제는 어바니즘의 새로운 구현'

‘DDP의 규모가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하디드는 “무엇을 기준으로 과하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스케일은 건축가에게 주어진 특권”이라고 강하게 발언했다.

'서울 동대무 디자인플라자를 찾은 자하 하디드'.(사진=왕진오 기자)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를 찾은 자하 하디드'.(사진=왕진오 기자)

“지형과 조화를 이루려고 일부러 곡선을 많이 사용했다”며 “만약 곡선 대신 직선을 이용해 박스 형태로 건축물을 지었다면 지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더 거대해 보였을 것”이라며, DDP의 규모가 너무 과하다는 일각의 지적을 일축했다.

“끊임없는 전투를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연 하디드는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건축이라는 직업 자체가 힘들다. 물론 여성이기 때문에 더 많은 장애물에 부딪히는 것 같다. 하지만 30년 동안 건축가로서 활동하다보니 여성건축가로 인정을 받기 어려웠다. 동료와 스승, 정치가, 클라이언트 등 전투의 연속이다. 편견과 차별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힘든 것 같다”고 여성건축가에 대한 시선을 설명했다.

이어 “최근 서울을 비롯한 세계 여러 도시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데, 앞으로 어바니즘(urbanism)을 어떻게 구현하는지가 서울이 집중해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어바니즘에 대해 “새 건물을 짓는데 만 열중하는 게 아니라 도시의 변화라는 특성을 살리고 그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설계에 반영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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