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자의 화랑가 돋보기] 안병광 회장, "그림 좋아 모으다 보니, 미술관까지 마련했네요"
[왕기자의 화랑가 돋보기] 안병광 회장, "그림 좋아 모으다 보니, 미술관까지 마련했네요"
  • 왕진오
  • 승인 2017.12.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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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그림이 좋아야 하고, 작가의 인격과 인성을 산다고 생각했어요. 과연 재산 가치가 있느냐가 작품 구입의 조건이었죠."

'서울미술관 안병광 회장'.(사진=왕진오 기자)
'서울미술관 안병광 회장'.(사진=왕진오 기자)

컬렉터로서 “서울에서 가장 훌륭한 미술관으로 이름을 알리기 위해” 서울미술관을 개관했다는 유니온약품 안병광 회장의 그림 구입에 대한 소회다.

2012년 8월 29일 개관을 앞두고 기자와 만난 안 회장은 “미술관이 완공되면, 그동안 수집한 미술품과 공간들이 자연스럽게 내 소유물에서 대중의 공동 소유물이 될 것 같다”며 “건설 과정까지만 내 욕심을 냈다”고 미술관을 오픈하는 마음을 털어놨다.

2010년 서울옥션의 117회 경매에서 당시 최고가인 35억 6000만 원에 이중섭 작 '황소'를 낙찰 받아 화제의 인물이 됐던 안 회장이 미술관 개관으로 또 다시 하이라이트를 받고 있다.

'서울미술관 개관전에 나온 이중섭의 '황소''.(사진=왕진오 기자)
'서울미술관 개관전에 나온 이중섭의 '황소''.(사진=왕진오 기자)

그가 ‘황소’를 구입하기까지의 과정도 하나의 소설 같은 스토리다. 1955년 이중섭의 작품 세 점을 산 사람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길 떠나는 가족'이었다. 그런데 화가 이중섭은 이 구입자에게 새 그림 ‘황소’를 갖고 와서는 “‘길 떠나는 가족’ 그림과 제발 바꿔달라”고 간청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그린 그림은 자기가 간직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한국 전쟁 통에 일본인 아내, 자녀들과 떨어져 살았던 이중섭의 애틋한 사랑을 엿보게 하는 일화다.

여러 경로를 거쳐 이 ‘길 떠나는 가족’은 안 회장의 손에 들어왔다. 그러나 안 회장은 꼭 ‘황소’가 갖고 싶었다. 이야기는 30년 전으로 돌아간다. 제약회사의 젊은 영업사원이었던 청년 안병광은 비가 쏟아지는 어느 날 비를 피하려고 어느 건물 처마 밑으로 들어갔다가 쇼윈도의 그림을 본다. '황소'의 인쇄물이었다.

'석파문화원 서유진 이사장'.(사진=왕진오 기자)
'석파문화원 서유진 이사장'.(사진=왕진오 기자)

그는 마음에 드는 그 그림을 7000원에 사서 아내에게 선물로 주면서 "반드시 돈을 많이 벌어 언젠가 당신에게 이 원작을 사 주겠소"라고 약속했다.

2010년 ‘황소’가 드디어 서울옥션 경매에 나오자 안 회장은 자신이 소장하던 '길 떠나는 가족'을 서울옥션에 넘기고, ‘황소’와의 차액만 지불하는 드문 조건으로 경매에 참여해 ‘황소’를 낙찰 받는다. 30여 년 만에 ‘황소 같은’ 약속을 지킨 것이며, 국내 경매 최고액을 기록한 '황소'는 그의 품에 안긴다.

“30년 만에 이룬 이중섭 향한 꿈"

컬렉터로서 지금까지 10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안 회장은 미술관을 건립하면서 현대미술보다는 이중섭을 중심으로 한 근현대미술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를 마련했다. ‘둥섭, 르네상스로 가세!’ ‘이중섭과 르네상스 다방의 화가들’이란 타이틀로 진행되는 기획전시이다. ‘둥섭’은 이중섭의 애칭이었다.

'서울미술관 개관전 '둥섭, 르네상스로 가세!'' 전 전경.(사진=왕진오 기자)
'서울미술관 개관전 '둥섭, 르네상스로 가세!'' 전 전경.(사진=왕진오 기자)

이주헌 관장의 기획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6.25 전쟁 중인 1952년 12월 부산 르네상스 다방에서 이중섭과 한묵, 박고석, 이봉상, 손응성의 동인전인 ‘기조전’이 열린 뒤 60년 만에 서울미술관의 개관전시로 다시금 재구성된 것이다.

소개되는 73점의 작품들은 고통 속에서도 우리 미술의 르네상스를 염원하며 창작의 불씨를 지켜낸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과 그 가치를 한 자리에서 보여준다.

고난 속에서도 예술과 창작에 대한 열정, 그리고 르네상스처럼 꽃피울 우리 문화예술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잃지 않던 근대 예술가들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그들의 숭고한 열정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기억될만한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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