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뭐 있나요? 돌처럼 둥글게 사는 것” 삶을 대처하는 정해윤의 'PLAN B'
“인생 뭐 있나요? 돌처럼 둥글게 사는 것” 삶을 대처하는 정해윤의 'PLAN B'
  • 왕진오
  • 승인 2017.12.31 14: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어떤 하나에 목을 매고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안을 열어두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삶을 대하는 것이 아닌 듯 합니다."

'작품과 함께한 정해윤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작품과 함께한 정해윤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실과 서랍, 박새 이미지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던 작가 정해윤(44)이 파이프와 돌을 전면에 내세운 신작을 들고 4년 만의 개인전 'PLAN B(플랜 비)'를 2016년 5월 4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진행한다.

정 작가는 실을 주요 소재로 삼아 관계의 문제를 꾸준히 탐구해왔다. 그의 작품에서 실은 인간 사이를 연결하는 관계망이었다.
또한 별자리를 그려 신화를 재현하거나 새로운 이야기의 실마리를 만들기도 했다.

정해윤, 'Difference'. Oriental water color on thick mulberry paper, 144x182cm, 2016.(사진=가나아트)
정해윤, 'Difference'. Oriental water color on thick mulberry paper, 144x182cm, 2016.(사진=가나아트)

그동안 개별적 이미지인 서랍과 박새를 통해 인생의 부여된 시간을 보여줬던 작가는 새롭게 선보이는 작업에서 '파이프'와 '돌'을 주요 소재로 등장시킨다.

작가가 선택한 파이프는 전작에 사용된 실과 동일한 의미가 부여된 소재이다. 만남의 관계를 이어주는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재료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선택 역시 고정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정해윤, 'Plan B'. Oriental water color on thick mulberry paper, 80.3x100cm, 2016.(사진=가나아트)
정해윤, 'Plan B'. Oriental water color on thick mulberry paper, 80.3x100cm, 2016.(사진=가나아트)

파이프가 실보다 더 좋은 효과를 가져다줄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갖고 있던 사고의 확장을 열어 줄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선택한 소재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 정 작가는 삶의 무게를 드러내기 위해 화면에 돌을 등장시켰다. 작품 속 돌은 표면 질감이 탁월하게 표현되어 실제의 것을 연상시키지만 동시에 부피감은 있으되 무게감은 느껴지지 않는 이질적인 감각을 보여준다.

정해윤, 'Plan B'. Oriental water color on thick mulberry paper, 182x554cm, 2016.(사진=가나아트)
정해윤, 'Plan B'. Oriental water color on thick mulberry paper, 182x554cm, 2016.(사진=가나아트)

또한 각각의 돌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유기적으로 맞닿아 모서리가 마모되고 둥글어져 있다. 이는 곧 마주하고 소통함으로써 성숙해진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연물 중 유독 변하지 않는 것이 돌인 것 같습니다. '세상 뭐 있나'라는 생각에서 관계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사람이듯 새를 대치한 구상적인 이미지로 돌을 등장시켜 구상적이지만 추상적인 의미를 보여주고 싶었죠."

정해윤, 'Playground of Life'. Oriental water color on thick mulberry paper, 227x364cm, 2016.(사진=가나아트)
정해윤, 'Playground of Life'. Oriental water color on thick mulberry paper, 227x364cm, 2016.(사진=가나아트)

4년 만의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새로운 주제에 대한 탐구와 더불어, 작업의 본질인 '삶'과 '성숙'에 대한 고찰을 살펴볼 수 있는 신작을 선보인다.

또한 인간적 관계와 소통을 주제로 개인과 시대를 초월한 삶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볼 수 있다. 전시는 23일까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