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시대의 인물을 통한 실재와 허구를 이야기 하다'
강형구, '시대의 인물을 통한 실재와 허구를 이야기 하다'
  • 왕진오
  • 승인 2017.12.3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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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강형구(55)는 빈센트 반 고흐, 앤디 워홀, 오드리 헵번 등 유명인들의 초상을 극 사실적으로 표현하는데 있어 가장 높이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이다.

'작품과 함께한 강형구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작품과 함께한 강형구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그는 단순히 복사되고 복제되는 사진은 회화의 중요성을 떨어뜨린다고 믿는다. 대신, 그의 극사실적인 기법은 사진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머리카락이나 주름과 같은 섬세함이 필요한 표현을 가능케 한다. 이는 사진이 나타낼 수 있는 것들보다 더 사실적이다. 강형구는 이러한 세밀한 묘사를 통해 캔버스에 생명을 부여한다.

작가의 초상화에서는 표면의 문제보다는 강렬한 색채와 잦은 시각적 왜곡을 통한 드라마틱한 이미지가 보는 사람의 정서적인 반응을 압도하고 자극한다. 그의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인생을 마주하여 역사와 그 모든 것들의 시험 속에서 살아남은 강한 감각을 가진 대상들에 대한 연민이다.

강형구, 'Self-portrait'. Oil on canvas, 193.9x259.1cm, 2007.
강형구, 'Self-portrait'. Oil on canvas, 193.9x259.1cm, 2007.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의 깊은 눈매는 작품 속 인물들이 보낸 세월의 흔적과 자취, 그리고 그들의 내면세계를 완곡히 드러낸다. 또한 정면으로 응시하는 인물들의 두 눈을 통해 관객과 심도 있는 대화를 시도한다. 작품과 관객, 그리고 작가의 눈을 통한 응시는 상호간의 소통이 되어 관객들을 잡아끈다.

많은 인쇄물과 디지털 형태로 접하게 되는 이미지의 홍수인 이 시대 속에서 이미지들은 우리로 하여금 그것들을 보게는 하지만 응시하게 하지는 않는다. 반면, 강형구의 회화는 무엇보다도 이런 우리가 멈추어 보게 만드는 정교한 시도들이다.

강형구, 'Theresa'. Oil on aluminum, 240x240cm, 2011.
강형구, 'Theresa'. Oil on aluminum, 240x240cm, 2011.

동시대 현대미술의 대형 인물 초상의 사유적 표현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표적인 작가 강형구 2001년부터 현재까지 본인의 자화상과 시대적 아이콘인 해외 유명 인사들을 캔버스 가득히 채워 그려내고 있다.

화면에 가득한 작품 소재는 당대의 유명인이 많이 등장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자신이 그리고 싶은 인물을 그린다는 나름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가 선보이는 작품 중에서 이목을 끄는 것은 2009년 아라리오갤러리 개인전  이후 최대 작품들과 최초로 공개되는 윤두서의 자화상이 대중에게 선을 보였다. 이 작품은 그가 중국전을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한국적인 소재를 만들어 보고 싶은 그의 의도가 여실히 배어있는 작품이다.

강형구, 'Lincoln in the book 10'. mixed media, 210x310x110cm, 2009.
강형구, 'Lincoln in the book 10'. mixed media, 210x310x110cm, 2009.

그는 “윤두서의 실제 자화상은 매우 작습니다. 구도를 동일하게 하면서 캔버스로 옮겼는데  화집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을 현대의 관점에서 바라본 느낌을 그려낸 것”이라며 “윤두서가 사진기가 없는 시대의 동양화로 전달시킨 느낌을 현대에는 사진적인 느낌이 강한데, 허구를 재현하고 싶었다며 자신은 리얼리즘 작가가 아니기에 얼굴을 잘 그리는 작가로서 그의 자화상을 그려낸 것” 이라고 했다.

강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내 그림은 그냥 편히 예술을 즐길 권리가 있듯이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잠재적으로 어린 아이부터 어른들까지도 각자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그림은 예술이다. 논문이 아니지 않는가, 누구라도 즐길 수 있어야 예술인 것 같다”고 밝혔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개성의 상징 얼굴"

부호화된 자기 고유 이름이 사람에게 누구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상 속에서 타인과 구분되는 부호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동일한 이름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사람의 얼굴은 저마다 다르게 생긴 것도 사실이다.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자신의 상징이 바로 얼굴인 것이다. 얼굴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자연적인 대상으로 그대로 노출되어지는 부분인 것이다. 그래서 얼굴의 독립성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강형구, 'Hepburn in red hat'. 520x162.2cm,oil on canvas, 2010.
강형구, 'Hepburn in red hat'. 520x162.2cm,oil on canvas, 2010.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그가 얼굴, 즉 자화상에 집착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사회적 이슈를 그리고 인류 사회의 메이커들을 그려낸 그의 작품에는 단순히 개인의 얼굴이라는 감정의 변화가 아닌 자연 속의 변화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줄 수 있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모노톤의 작가라 불리는 강형구는 그 대상이 자신의 색채와 어울리면 그 대상의 지위 고하를 상관없이 선택해 그리고 있다고 한다.

그가 주로 그려왔던 마릴린 먼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매번 다른 인물로 그려진다고 한다. 개념이 틀렸다는 것이다. 원경보다는 근경에서 바라볼 때 강형구가 그린 작품임을 알게 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 스스로 이름으로 고착되는 화풍을 싫어한다. 작가로서 예술가적 권리가 포기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최근 국내 미술시장이 실력과 재주에 비교해서 너무나 상업적인 면으로 개념과 질서를 무시하는 상태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강형구, 'Marilyn Monroe'. Oil on Aluminum Board,240x120cmx2pieces, 2008.
강형구, 'Marilyn Monroe'. Oil on Aluminum Board,240x120cmx2pieces, 2008.

“시장의 벽면은 작품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아도 팔리는 것은 운명 같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데로 그리고 싶다며 자신은 아트페어에서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려내기에 대작이 위주인 것 같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강형구 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는 세간의 자신에게 쏠린 이목에 대해 “팔리는 것 보다 안 팔겠다는 의지가 더욱 어렵기에 반 고흐의 정신을 자신의 멘토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작품을 팔릴 목적으로 그리는 것은 운명이 아니다. 작가 스스로 즐기는 것이기에 감상으로서의 기본적인 본질을 작업에 담아내어 예술을 즐기는 것 자체로 그릴 때 내 작품이지, 완성 이후는 작가의 작품이 아니다”라며 그림의 기능이 온전히 발현되는 상황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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