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보물창고-⑭]이건희 국보 134호 '금동보살삼존입상'
[삼성가 보물창고-⑭]이건희 국보 134호 '금동보살삼존입상'
  • 왕진오
  • 승인 2017.12.3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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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기자] 1997년 7월 1일 60∼70년대 문화재를 수집한 김동현 옹의 수집품 398점을 공개하는 대규모 전시가 삼성문화재단 호암미술관에서 진행됐다.

'국보 제134호 금동보살삼존입상'.(사진=문화재청)
'국보 제134호 금동보살삼존입상'.(사진=문화재청)

당시 전시 유물 중에는 국보·보물 등 지정문화재 17건에 달해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이 중에서 강원도 춘천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는 국보 제134호 금동보살삼존입상이 포함돼 있어 그 입수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특히 출토지와 양식상의 특성으로 보아 고구려계 불상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이 전시는 김 옹이 국보 5건, 보물 5건을 비롯해 400여 점에 이르는 유물을 호암미술관을 세운 이병철 회장에게 1982년 당시 7억 원에 양도했던 유물이기 때문이다.

유물의 원소유자였던 김 옹은 1966년 '10만 원짜리 가짜 금불상'사건으로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로 인해 2005년 당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윤 의원이 국정감사를 통해 "삼성이 보유한 문화재에 대해 수집경로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문화재에 대한 삼성가의 욕심"사례로 1960년대 적발된 문화재 도굴 사건을 들었다. 1963년 문화재 도굴범들이 대규모로 검거된 사건에 장물 문화재 대다수가 국립박물관에 접수됐지만, 대가야 금관으로 추정되는 관 등 일부 유물은 어디론가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국보 제134호 금동보살삼존입상'.(사진=문화재청)
'국보 제134호 금동보살삼존입상'.(사진=문화재청)

행방이 묘연했던 이 금관은 1971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된 '호암컬렉션' 특별전에 전시되면서 국보 제138호로 지정됐다. 이 금관은 이병철 회장의 형 이병각 씨가 도굴꾼들로부터 구매했으며 최종 구매자가 이병철 회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도굴, 해외 밀반출 등이 성행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사실이든 아니든 현재 우리 문화재로 감상할 수 있음을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보 제134호 금동보살삼존입상

하나의 광배(光背)에 삼존상을 배치한 형식이며, 불신(佛身), 광배(불상의 머리나 몸체 뒤쪽에 있는 원형 또는 배 모양의 장식물로 부처님의 몸에서 나오는 빛을 상징화하여 장엄한 것  ), 대좌(臺座)가 함께 붙어 있으며 한 번에 주물로 만든 작품이다.

1970년 12월 30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소유로 국보에 지정됐고, 현재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관리를 맡고 있다.

본존 보살은 머리에 관(冠)을 쓰고 있으며 얼굴은 둥근 편이다. 가슴에는 대각선으로 내의를 얇게 걸쳐 입었고, 두껍게 걸쳐 입은 겉옷은 보살상의 앞면에서 'X'자로 교차됐다가  새의 날개깃처럼 좌우로 퍼지고 있다.

치마는 발목까지 길게 늘어졌으며, 약간의 주름을 선으로 표현했다. 손 모양은 오른손을 어깨 높이로 올려 손바닥을 밖으로 보이고 있으며, 왼손은 손가락이 밑을 향하고 마지막 두 손가락을 구부리고 있는 모습이다.

머리를 깎고 합장한 채 서 있는 두 나한상은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서 세부묘사나 옷주름의 특징을 살피기가 어렵다.

'국보 제134호 금동보살삼존입상'.(사진=문화재청)
'국보 제134호 금동보살삼존입상'.(사진=문화재청)

보살상 뒤의 광배는 가장자리에 도드라진 테를 두른 배(舟) 모양이며, 머리광배와 몸광배를 3줄의 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머리광배 안에는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고, 머리광배와 몸광배의 바깥쪽에는 섬세한 불꽃무늬가 새겨져 있다.

보살상이 서 있는 대좌에는 큼직한 연꽃무늬를 이중의 선으로 새기고 있다. 대좌를 이러한 양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부여 부소산에서 출토된 정지원명 금동석가여래입상(보물 제196호)이나 금동미륵보살반가상(국보 제83호)과 비슷해 백제시대 작품일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그 표현에 있어서는 더 섬세한 면이 있다.

이 작품은 'X'자로 교차된 옷, 새의 날개깃처럼 퍼진 옷자락, 왼손 손가락을 굽힌 표현 등에서 삼국시대 불상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보살상을 중심에 두고 양 옆에 나한상을 배치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보이는 수법으로 불상의 양식 가운데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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