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출신 김현정 작가, 내면의 심리를 수려한 붓으로 그려내
배우출신 김현정 작가, 내면의 심리를 수려한 붓으로 그려내
  • 왕진오
  • 승인 2018.01.0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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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우리 전통회화의 빛을 잃어가는 지금, 중국 미술계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 김현정(35) 작가가 비단 그림에 자수 기법을 활용하는 '화주수보(畵主繡補), 비단 배접지에 그림을 그려 완성하는 '쌍층(雙層)', 사의화를 공필화로 구현한 '출사입공(出寫入工)'등 새로운 화법으로 그려낸 작품을 '묘사와 연기'라는 타이틀로 2014년 6월 23일부터 안국동 갤러리 아트링크에 그간의 작업을 선보인다.

'김현정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김현정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작가의 작품은 종이에 그림을 그린 후, 다시 그 위에 비단을 붙여 그림을 그려 완성한다. 쌍층 화법은 비단 그림에 속층 종이의 회화적 효과를 적절하게 활용했다. 속층 종이와 겉층 비단에 적절하게 그려진 그림은 부드럽고 그윽한 색감으로 예술적 효과를 배가시켰다.

그녀의 첫 번째 개인전이 주목 받고 있는 것은 1999년 청바지 ‘스톰’ 모델로 데뷔해 드라마 ‘광끼’,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를 괴롭히는 '장 캡틴' 역으로 브라운관과 연극무대에서 얼굴을 알렸던 배우 김현정이 연기 활동을 잠시 접고 2009년부터 붓을 들고 그려낸 야심찬 그림이기 때문이다.

또한 심리 상담을 통해 자신의 내면아이 '랄라'를 만났고, 내면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정서가 작품에 올곧이 배어 있는 것도 특색이다.

잘나가던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알리던 작가는 갑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연극 ‘나비’로 3년간 무대에 선 후부터, 마음속에 먹먹함과 함께 심리적인 위축이 생긴 작가는 감정을 추수리기 위해 심리치료를 받게 됐다고 말한다.

김현정, ‘관심’. 68.7×69.5cm, 쌍층(순지+비단), 화주수보, 2014.
김현정, ‘관심’. 68.7×69.5cm, 쌍층(순지+비단), 화주수보, 2014.

"제가 화를 내는 연기를 잘 못하더라고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 속에 무언가 저를 억누르는 것이 있었던 것 같았죠. 심리 상담을 받으며 '인형치료법'을 통해 내면아이를 알게 됐고, 내면의 감정은 외부 영향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김 작가의 말처럼 '랄라'라는 귀여운 인형들이 초충도, 화조화, 인물화 속에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랄라'는 팝아트에서 흔히 보이는 상징물이 아니라 작가의 또 다른 분신이라는 이해가 우선 다가온다.

작가의 '랄라' 시리즈는 내면아이 랄라를 양육하는 심리학 에세이를 그림으로 형상화 한 것으로, 김현정만의 독특한 예술세계가 반영된 21세기 신문인화이다.

비록 인형과 놀 나이는 지났지만 자신만의 인형을 가지고 자신의 내면에서 보채는 아이를 달랬다. 나아가 자신의 내면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정서를 회화작품으로 완성했다.

김현정, ‘잠자리 천국’. 141×67.7cm, 쌍층(순지+비단), 화주수보, 2014.
김현정, ‘잠자리 천국’. 141×67.7cm, 쌍층(순지+비단), 화주수보, 2014.

"제가 원하는 것은 예술이 아닐지라도 같이 공감하고 싶은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중국의 유명화가 제백서(齊白石, 1860∼1957)의 그림과 신윤복의 그림을 보고 동양화에 매력에 빠져들었다는 김현정은 전통과 모던의 경계를 허물며 신선한 에너지를 화단에 전달하고 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예술이 아닐지라도 같이 공감하고 싶은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의 작업에 주목한 것은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부터 이었다.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중국관 총감독을 맡았던 펑펑 베이징대 예술학과 주임교수는 "김현정의 작품에서 우리는 그녀의 이중의 자아를 볼 수 있다. 하나는 자아를 묘사하기 위한 타자이고, 하나는 자아가 연기한 역할이다"라며 "김현정의 그림은 전통,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의 경계를 허물었다"고 평했다.

김현정, '랄라와 소녀상'.
김현정, '랄라와 소녀상'.

짧지 않은 기간인 5년여의 시간을 이번 작품을 위해 투여한 작가 김현정의 작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미술을 접하는 많은 이들이 찾는 서양화가 아니라,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동양화를 자신의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화법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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