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낸 라이프 스토리
김경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낸 라이프 스토리
  • 왕진오
  • 승인 2018.01.01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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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한 연출로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조각 작품"

[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익숙한 모습의 조각 작품들이 우리의 입가에 미소를 자아내고 있다. 마치 할머니가 읽어주는 동화의 내용을 현실 세계로 불어낸 것 같은 알록달록한 채색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작품과 함께한 김경민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작품과 함께한 김경민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조각가 김경민은 가족과의 일상생활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조각품으로 만들어 자신의 속내를 대변하고 있다. 그는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외부 세상의 민감한 문제보다는  현재 자신과 호흡을 같이 하며 살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만이 간직한 이야기를 풀어내려 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존재적 철학, 예술의 담론과 같은 거창한 미학적 내용을 표방하는 대신, 미술사적 흐름과 시대의 변화에도 불변하는 인간의 기본적 윤리를 담음으로써 미술의 원초적 기능을 행하고 있다.

김경민, '친한사이'. acrylic on FRP, 23 x 55 x 44cm, 2011.
김경민, '친한사이'. acrylic on FRP, 23 x 55 x 44cm, 2011.

일찍이 인상주의 이후 작가들이 제목과 텍스트를 반영하는 현대작품 해석의 인식론적 이해에 시동을 걸었다면 뒤샹은 '레디-메이드(ready-made)', '개념미술'과 같은 신개념을 소개해 현대미술의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시켰다.

이렇듯 추상과 비구상 개념과 이즘이 두르러진 난해한 현대미술에서 김경민은 쉽고 재치 있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그 속에는 작가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해학성과 섬세한 모델링, 드라마틱한 연출로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김 작가는 “상처와 고통으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작품을 통해 따뜻함과 치유를 전달해 주고자 했다”며 “복잡함을 털고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작품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김경민, '집으로'. steel, acrylic on F.R.P, 80x15x53cm, 2011.
김경민, '집으로'. steel, acrylic on F.R.P, 80x15x53cm, 2011.

김경민 작가는 주변의 소소한 풍경과 인물을 작가적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해 이를 경쾌한 조각 작품으로 표현한다. 작가이자 동시에 세 아이의 어머니로, 그리고 한 남편의 아내로 생활의 주 무대가 되어 온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모습에 그녀만의 풍부한 상상력을 더해 이를 입체적 인물상으로 빚어낸다.

작가는 여전히 가족이라는 큰 틀을 주제로 작업하지만, 이전에는 어깨가 무거운 엄마 (돼지엄마)나 철딱서니 여동생 (쉿!)을 연상시키는 작품과 같이 집단 내 개개인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최근작품에 있어서는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전체의 균형을 보다 강조했다.

사이좋게 목욕을 하는 모습을 그린 ‘친한 사이’에서는 맞닿음을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고 상부상조하는 부부와 모자의 모습이 눈에 띄고,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는 ‘산책 가족’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는 듯하다.

김경민의 작품에 남편과 두 딸 그리고 아들이 등장한다. 과거 작품에도 등장한 그들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생활을 하면서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대신하기 위해 작품을 만들었다는 설명도 함께 했다.

김경민, '기념일'. acrylic on F.RP, 90x45x150cm, 2011.
김경민, '기념일'. acrylic on F.RP, 90x45x150cm, 2011.

최근작 중에 선물 가방을 들고 멋진 모습으로 귀가하는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이 작품은 작가의 남편이자 조각가인 권치규를 상징한 것인데, 남편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싶은 아내로서의 감성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김경민 작가는 “이 작품 외에도 남편이 금연을 했다며 저의 눈길을 피해 몰래 담배를 피우는 것을 빗댄 ‘똑 똑’ 작품은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남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어 이제는 정말 금연을 했으면 하는 아내의 바람을 담았다”고 했다.

조각가이자 한 가정의 중심으로 여전히 가족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하지만 옛 작업에서는 어깨가 무거운 엄마, 철딱서니 여동생을 연상시키는 작품 등을 통해 사회 속에서 개인이 겪고 있는 내적 무게감을 표현했었다. 

그는 조각 보다는 그림을 그리기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작품들에 눈길을 끄는 화려한 색채가 덮여있다. 수년전만 해도 정통 조각에서 벗어나서 소외도 당했다는 데 이제는 자신이 편안한대로 만드는 게 더욱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에 남을 의식하며 작업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김경민, '외출'. acrylic on F.R.P, 24 x 95 x 125cm, 2011.
김경민, '외출'. acrylic on F.R.P, 24 x 95 x 125cm, 2011.

그냥 김경민 식대로 인체의 모양도 만들고 색도 입히고 복잡하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을 표현하고 싶다는 의도로 보인다.

김경민 작가는 성신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조소과를 전공하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학사 졸업 직후 제 7회 MBC한국구상조각대전(1996)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 초부터 그 실력을 인정받아 온 작가는 이후 국내외 유수 갤러리에서 꾸준한 전시를 선보여 왔다.

강렬한 색채와 특징적 묘사, 해학적 설정이 돋보이는 김경민의 조각은 보편성과 대중성으로 조각공원, 지하철 역사, 대학로 거리 등과 같은 공공 현장에서 종종 발견되며 국립현대미술관, MBC 방송국,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등을 비롯한 주요 기관에도 영구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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