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 타카노, “대지진 이후 슈퍼플랫의 이미지를 숭고한 평화의 메시지로”
아야 타카노, “대지진 이후 슈퍼플랫의 이미지를 숭고한 평화의 메시지로”
  • 왕진오
  • 승인 2018.01.02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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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안에 녹아든 숭고와 평화의 의미를 몽환적 이미지로 드러내'

[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안개가 걷힌 바닷가에서 보는 몽환적인 색채를 연상케 하는 전시장 조명 아래 가로 6미터, 세로 2미터의 대형 그림이 보는 이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부산 조현화랑에 설치된 작품과 함께한 아야 타카노'.(사진=왕진오 기자)
'부산 조현화랑에 설치된 작품과 함께한 아야 타카노'.(사진=왕진오 기자)

자극적이거나 추상적이지는 않지만 어디서 본 듯한 이미지들로 인해 화면에서 좀처럼 눈을 떼기가 어렵다. 화면 안에 놓인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 또한 이채롭다. 현실의 세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상상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마치 프레스코화를 연상시키는 기법으로 판타지를 떠올리는 일본 현대회화 작가 아야 타카노(39)의 '오월에는 모든 사물이 바다 속에서 축복 받는다'라는 작품의 모습이다.

이 작품과 함께 작년 부산을 방문했을 때 바다를 보고 얻은 영감을 토대로 작업한 신작 17여 점이 2015년 10월 2일∼11월 22일 부산 해운대구 조현화랑 전관에서 진행되는 아야 타카노의 한국 첫 개인전에 공개된다.

타카노는 일본의 오타쿠 문화를 미술이라는 고급문화에 접목시켰다는 평을 들으며 일본의 전통 미술과 대중문화를 원천으로 '슈퍼 플랫'의 개념을 만들어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53)의 첫 어시스트로 일본 망가와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이중적인 특성과 일본 소비문화를 보여주는 일본의 슈퍼 플랫 작가 중 한 명이다.

어린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아버지 서재에서 책을 읽으며 보낸 작가는 아버지 서재에 주를 이루고 있던 자연 과학 및 SF 소설에서 영향을 받는다. 자연과 동물의 비정상적인 생김새에 매료되어 작품 안에 그러한 형태를 담으려고 했다.

아야 타카노, 'In the Midst of Fertility'. Oil on canvas,100 x100cm, 2015.(사진=조현화랑)
아야 타카노, 'In the Midst of Fertility'. Oil on canvas,100 x100cm, 2015.(사진=조현화랑)

데즈카 오사무(일본 만화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만화가)의 SF 소설은 그녀 작품세계의 또 다른 초기 영향으로, 그녀가 현실을 꿈처럼 인식하는데 지속적인 영향을 주었다.

타카노는 일본의 망가와 SF 소설적 세계관, 그리고 에로티시즘과 변형된 자포니즘(19세기 중반이후 20세기 초까지 서양 미술 전반에 나타난 일본 미술의 영향과 일본적인 취향 및 일본풍을 선호하는 현상)을 중심으로 작업을 펼쳐왔다.

또한 주로 소녀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밝고 팝적인 일러스트에 에로틱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요소가 섞여있는 것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한국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은 기존 작품과 달리 여성도 남성도 아닌 양성적인 외모로 바다 속을 부유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여기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부각시키는 다양한 동물들이 함께한다.

타카노는 "전설 속의 동물들이라기보다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멧돼지와 사슴 등 여러 동물들이 물 위를 떠다니는 것을 봤습니다. 그들이 천국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을 저만의 표현으로 그려낸 것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작품에서 인물들은 주로 양성적인 외모에 부분적으로 옷을 입거나, 아예 옷 없이 가상의 현실세계를 떠다닌다. 소녀로 보이는 인물은 창조에 대한 갈망과 자유지향적인 작가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아야 타카노, 'The Galaxy Inside'. Oil on canvas,181.8 x 227.8 cm, 2015.(사진=조현화랑)
아야 타카노, 'The Galaxy Inside'. Oil on canvas,181.8 x 227.8 cm, 2015.(사진=조현화랑)

타카노는 "양성적인 인물은 태아와 같이 자유롭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낸 저만의 캐릭터이자 저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연예나 향락적인 생활에 관심이 많아 그렸던 에로틱한 표현과 달리 새롭게 등장한 이미지들에 대한 설명이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으로 생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자연과 함께 영예로운 것들이 무엇인가를 찾는 과정에서 바다 속에 있는 모든 것이 숭고하다는 의미를 찾았다는 이야기다.

재난 이후 그녀의 작품에는 강렬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 더욱 신화적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지만, 결국은 정신적, 육체적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수퍼플랫 이후 차세대 일본 현대 미술의 블루칩 작가로

아야 타카노라는 작가를 이야기 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수퍼 플랫'과 무라카미 다카시이다.

그녀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 플랫' 대표 작가로 20여 년간 활동해 왔다. 무라카미 다카시가 기획한 '수퍼 플랫(Super Flat)', '리틀 보이(Little Boy)' 전 주요 작가로 참여하며 2002년 프랑스 파리 나노갤러리 개인전, 2003년 파리 엠마누엘 페로텡 갤러리 개인전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아야 타카노, 'Draped in Eternal Cloud'. Oil on canvas,145.8 x 112 cm, 2015.(사진=조현화랑)
아야 타카노, 'Draped in Eternal Cloud'. Oil on canvas,145.8 x 112 cm, 2015.(사진=조현화랑)

일본의 ‘수퍼 플렛’ 무라카미 다카시는 1996년 예술 공장, ‘히로뽕(Hiropon)을 설립하며 제프 쿤스, 데미안 허스트와 같은 블록버스터 아티스트의 반열에 오른다.

현재 카이카이 키키라고 불리는 이 회사는 도쿄, 롱아일랜드 시티, 퀸즈에 위치해 있으며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그의 그림, 조각품, 루이비통 가방, 비디오, 티셔츠, 키체인, 고급 장난감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07년 무라카미는 루이비통과 협업하여 인기절정의 핸드백 디자인을 만들어냈고, LA에 위치한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에서 특별한 루이비통 기프트 숍을 구성해 전시했다.

아야 타카노는 14세기 이탈리아 종교화, 우주인의 유적, 혹은 MTV와 같은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받아 미래지향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여성적인 관점과 익살 적이며 모호한 미래의 환상은 현실의 사슬로부터 자유로운 그녀만의 신화를 창조할 수 있게 하는 통로를 만들었다.

아야 타카노, 'Memories of the Earth'. Oil on canvas,162 x 130 cm, 2015.(사진=조현화랑)
아야 타카노, 'Memories of the Earth'. Oil on canvas,162 x 130 cm, 2015.(사진=조현화랑)

초자연적인 모티브를 기반으로 여성의 욕망과 수 없이 변화하는 공상을 생태학적 배경에 배치시킨 그녀의 작품은 천재적인 감각과 자유로움이 동시에 배어있다.

이번 전시는 일본 현대미술 속에서 변두리로 치부되던 애니메이션 작업의 오늘을 재발견함과 동시에 소더비, 크리스티 등 글로벌 미술 경매시장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녀의 신비한 초현실적 세상을 경험하게 만든다.

2002년 타마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한 아야 타카노는 현재 일본의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가 이끄는 작가 집단 ‘카이카이 키키’ 소속으로 도쿄에서 거주하며 작업 중이다.

주요 개인전으로 200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LACMA) ‘아야 타카노, 디지털 갤러리를 위한 웹 프로젝트’전, 2006년 프랑스 리옹 현대미술관 ‘아야 타카노’전, 2007년 스페인 미로미술관 ‘전통과 현대’전, 2010년 독일 프리더 부르다 미술관 ‘아야 타카노’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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