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기, "규정된 틀과 신비함을 깨고 예술가로서 자유를 만들어야"
최헌기, "규정된 틀과 신비함을 깨고 예술가로서 자유를 만들어야"
  • 왕진오
  • 승인 2018.01.0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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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그대로가 진실이다. 역사도 그 민족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것"

[아트인포=왕진오 기자] 태극기와 오성홍기 그리고 인공기가 그려진 화면 위에 수 많은 사람들이 싸인펜으로 저마다의 흔적을 남겨 배경에 그려진 국기가 어느나라를 상징하는 것인지 알아볼 수 없게 만든 작품이 전시장 입구에 걸렸다.

'성곡미술관 개인전 당시 최헌기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성곡미술관 개인전 당시 최헌기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1994년 중국국립미술관에서 첫 전시를 열었던 재중 교포 작가 최헌기(53)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자화상'이다. 당시 중국내 검열로 인해 온전히 공개하지 못했던 작품과 30여년 넘게 창작의 길을 걸으며 만든 작업을 20여년이 지난 2015년 3월 20일부터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성곡미술관 전관에 펼쳐놓는다.

최헌기에게 자화상은 자신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주요한 모티브이다. 또한 삶과 예술의 정체성에 대한 회의와 탐색을 풀어낸 회화적 비망록이자 여정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부모가 이주한 중국 길림성에서 태어난 작가에게 중국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경계선상에서 차별을 겪었다.

"과거에는 정체성 문제로인해 혼란스럽고 슬펐다. 하지만 지금은 예술가로서 부자가 된 이유가 됐다.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사고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

그의 작품들에는 공통적으로 '6*9=96 , ?*?=!!!'라는 숫자와 기호가 들어있어 그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하지만 작가는 "이 숫자의 내막은 알 필요가 없다. 우리가 보는 그대로가 진실이다. 썼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단지 관람객들이 전시장에 걸린 내 작품을 보지 않고 스쳐지나가지 않도록 만들어 놓은 일종의 함정일 뿐이다"고 설명한다.

'성곡미술관 최헌기 개인전 전시 작품'.(사진=왕진오 기자)
'성곡미술관 최헌기 개인전 전시 작품'.(사진=왕진오 기자)

전시장의 걸린 대다수의 작품들은 액자 밖으로 글씨 형태를 띤 조형물이 뻐쳐나가고 있다. 전통적 의미에서 그림은 액자 틀 안에 놓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자 한 작가의 의도다.

"회화의 상징적 의미인 액자안에 갖힌 그림을 뛰어넘어보려 했죠. 액자가 있고 그림이 있어야 작품이 된다는 회화의 상징성과 한계를 뛰어넘으려 했죠. 그림만 그린다면 화가는 재미었는 존재이다. 창조를 하는 점에 있어서 특별한 방식을 만들어 보여주는 예술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예술가란 관객들과의 소통이다.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남을 배려하는 생각에서 출발해 창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예술가가 가져야 할 숙명이라는 것이다.

그냥 아무렇게나 그려놓고, 관객들보고 일방적으로 이해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며, 붓을 들고 그림 그리는 화가의 한계라는 주장도 펼친다.

천장에 매달린 레닌, 바닥에 뒹구는 마오쩌둥과 마르크스등 미술관 한 편을 차지하는 대형 설치작업 '붉은 태양'을 통해 작가는 사회주의 사상가들의 입바른 말들과 자본주의적인 욕망이 공허하게 뒤엉킨 기형적 풍경을 보여준다. 이 작업은 작가가 사회주의 사회에서 살았던 당시 강요된 삶이 아니라, 자신의 심장에 맞추어 독립적으로 살고 싶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성곡미술관 최헌기 개인전 전시작품'.(사진=왕진오 기자)
'성곡미술관 최헌기 개인전 전시작품'.(사진=왕진오 기자)

또한 미술사에 있어서 가장 완벽란 미모를 자랑한다는 모나리자가 벌거벗은 대형 조각품과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과 밀로의 비너스상이 서로 연애하듯 배치한 작품과 자신의 얼굴이 깔려있는 모나리자 액자가 함께 걸려있어 눈길을 모은다. 이 작품들은 최헌기가 추구하는 세상이 규정하고 틀에 얽매인 것을 깨기 위한 그만의 방식의 표현이다.

"명작 앞에서 궁금했던 것들, 아무것도 아닌데 말을 못하는 관객들에게 모나리자가 갖고 있는 신비성을 깨기 위해 벌거벗은 대형 모나리자를 4년 동안 만들었다. 내가 추구하는 미의 방식을 한 편의 코미디극 처럼 만들었다"며 "관객들이 모나리자 조각이 우리가 알던 모나리자라는 사실을 알고, 미술 수업에 사용되는 다비드와 비너스가 만나 연인이 될 수 도 있겠다라는 상상을 한다면 내 전시는 성공한 것이다"고 를 설명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도화지에 펼쳐보이듯 시각으로 보이는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도록 작품을 만들고 있다.  작품에서 구체적인 모든 이에게 작품속에 담겨있는 본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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