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후기 단색화’ 거품 빠진 단색화 부흥에 후기 단색화 앞장선다
‘한국의 후기 단색화’ 거품 빠진 단색화 부흥에 후기 단색화 앞장선다
  • 왕진오
  • 승인 2018.01.0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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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미술시장에 광풍처럼 몰아친 '단색화' 열풍이 3년여를 못가고 정체기를 겪고 있는 시점에 우리만의 미술사조로 여겨진 단색화를 부흥시키기 위해 차세대 작가들이 한 자리에 뭉쳤다.

리안갤러리 한국의 후기 단색화 전을 기획한 윤진섭 평론가.(사진=왕진오 기자)
리안갤러리 한국의 후기 단색화 전을 기획한 윤진섭 평론가.(사진=왕진오 기자)

'한국의 후기 단색화'란 타이틀로 1월 5일부터 종로구 창성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막을 올리는 전시에는 김근태, 김이수, 김춘수, 김택상, 남춘모, 법관, 이배, 이진우, 장승택, 전영희, 천광엽 등 11명의 명작이 함께한다.

전시를 꾸린 윤진섭 평론가는 "김환기 이후 해외 시장에서 전기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이 고공 행진 중에 있다. 하지만 이것이 언제까지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중국 4대 천황도 거품이 꺼지는 상황이다. 단색화도 마찬가지다. 국제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사조인 단색화를 지속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기 단색화 작가로 불리는 박서보, 하종현, 윤형근, 정상화 등의 작품들이 국내외 컬렉터, 기관, 미술품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70∼80년대 작품들이 공급 면에서 어느 정도 고갈된 단계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따른 평가다.

왼쪽부터 김택상,'Breathing Light-Jade Green',남춘모, 'beam 17-132'.(사진=리안갤러리)
왼쪽부터 김택상,'Breathing Light-Jade Green',남춘모, 'beam 17-132'.(사진=리안갤러리)

2014년부터 단색화를 주도한 국내 메이저 갤러리들이 1세대 작가들의 초기 작품의 우수성을 홍보하면서 국내외 미술계와 언론의 시선이 여기에 집중했고, 이에 따라 작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간 것도 사실이었다.

윤진섭 평론가는 "1세대 전기 단색화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작품 숫자가 한정된 상황에서 2000년대 이후 대부분의 작품들이 마치 공예품처럼 계속 뽑아내는 상황이고, 일부 작가들이 조수를 시켜서 생산하는 작품은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자본주의의 폐해지만, 돈에 위력에 작가 영혼을 팔아먹는 조류도 양산시킨 것도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런 시기에 후기 단색화 작가들이 전기 단색화의 퇴조를 만회할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에 주목한 전시 '한국의 후기 단색화'는 30년 이상 한 길을 걷고 있는 작가들이자, 전기 단색화 작가들의 후배 들이다.

왼쪽부터 김근태, 'DISCUSSION#2016-17' Purity of Trace', 김춘수 'ULTRA-MARINE 1757'.(사진=리안갤러리)
왼쪽부터 김근태, 'DISCUSSION#2016-17' Purity of Trace', 김춘수 'ULTRA-MARINE 1757'.(사진=리안갤러리)

전기 단색화 작가들이 일제강점기 이후 유교적 사회분위기에서 생활했고, 일본어 교육과 6.25 전쟁을 겪은 분들이지만, 이들은 모더니티를 몸소 겪고 대학을 다녔던 세대라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삶에 경험을 체화시켜 캔버스 속에 녹인 작가들이라는 것이다.

후기 단색화 작가들은 현재 50∼60대의 연령에 도달한 세대이다. 이들은 유럽과 미국 등 서구사회에서 미술을 전공한 유학세대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이배, '무제'. Acrylic medium with Charcoal black on canvas, 162.2x130.3cm, 2017.(사진=리안갤러리)
이배, '무제'. Acrylic medium with Charcoal black on canvas, 162.2x130.3cm, 2017.(사진=리안갤러리)

전시를 준비한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단색화 열풍이 주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까지도 해외 전시에서 좋은 자리에 작품이 걸리고 관심이 지대했다. 꺼져가는 인기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단색화 열풍을 멈추지 말고 이후의 한국 작가는 누구인가라는 답변을 제시할 시기에 좋은 작가들을 한 데 모아 선보이는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전시에 이어 대구 리안갤러리에서 3월 8일부터 4월 14일까지 전시를 이어갈 것이다. 또한 해외 프로모션도 진행할 계획이다"며 "단색화 이외에 그 다음 주자로 나설 수 있는 한국 작가를 선보여야 할 시기에 적절한 기획인 것 같다"고 말했다.

3일 종로구 창성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린 '한국의 후기 단색화'설명회에 함께한 김근태, 김춘수, 김이수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3일 종로구 창성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린 '한국의 후기 단색화'설명회에 함께한 김근태, 김춘수, 김이수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한편, '한국의 후기 단색화'전은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한국의 단색화'전 이후 본격적으로 후기 단색화를 조명한 전시로는 처음이란 점에서 향후 후기 단색화의 흐름과 방향을 가늠하게 해주는 좋은 기회로 여겨진다. 전시는 2월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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