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박우홍 17대 회장 "화랑 위상 정립과 경매사와의 상생으로 재도약 발판 마련"
[이사람] 박우홍 17대 회장 "화랑 위상 정립과 경매사와의 상생으로 재도약 발판 마련"
  • 왕진오
  • 승인 2018.01.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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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단독 후보로 나와 3년 임기 회장에 추대된 박 대표는 2대, 6대 협회장을 지낸 화랑 창업주 박주환(86)씨의 아들로 부자가 대를 이어 회장을 맡게 됐다. 단국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으로 20대 중반 1977년부터 동산방화랑의 기획·총괄을 담당했으며, 한국화랑협회 부회장, 한국판화진흥협회 이사 등을 지냈다.

'17대 한국화랑협회 회장 박우홍'.(사진=왕진오 기자)
'17대 한국화랑협회 회장 박우홍'.(사진=왕진오 기자)

설 연휴가 지난 23일 화랑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박우홍 회장은 산적한 화랑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서류를 확인하고,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며 동분서주하는 모습 속에 취재진을 맞았다.

"추락한 화랑의 위상을 되살리고, 회원들 간의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또한 침체된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경매사와 상생의 물꼬를 트려 합니다."

박 회장이 꺼낸 일성은 최근 미술시장이 어려운 가운데 화랑들이 예민해지고, 불신의 벽이 높아진 상태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수년전부터 화랑협회 회장으로 나오라는 주위의 권고를 손사래 치며, 자신의 화랑 일에만 매진했던 그가 협회장으로 단독 출마까지 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전경'.(사진=왕진오 기자)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전경'.(사진=왕진오 기자)

"처음에는 협회 구성원들이 단순히 아트페어만 참가하려는 목적으로 가입한 이들이 많아서, 굳이 이들에게 내가 봉사해야 하는지 고민이 됐다. 당시 아버지가 회장이 분위기를 잘 맞추면 그들도 뜻에 따라올 것이라는 말에 회장 출마를 결심하게 됐죠."

박 회장의 밝힌 것처럼 협회장 선출은 녹녹치 않았던 것이 현실이었다. 강성 기조를 갖고 있던 강남의 한 화랑대표가 3년 전 출마에서 고배를 마신 후 이번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에 화랑대표들이"협회가 자칫 잘못하면 산으로 가는 모양새를 갖출 것이다"는 우려 속에 선거 하루 전까지 50명에게 지지서명을 받게 된다. 선거당일 정오 후보로 출마한다는 화랑대표와 만남을 통해 단독 후보로 선거에 나오게 됐다는 설명이다. 마치 대통령 선거 후보 단일화를 막판에 이룬 긴박함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열린 언로를 통해 화랑들의 의견 수렴을 하겠다."

최근 화랑들이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내부 결속을 통한 언로 개방의지도 피력했다. 임기 중 떨어진 화랑들의 위상을 높이려는 계획도 마련 중이다.  화랑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땅에 떨어진 이유는 서미갤러리라는 화랑이 저질러놓은 사건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외부에서 화랑들을 보는 시각이 각종 대기업 그룹사의 비리와 연루된 곳으로 지목하고, 더욱이 삼성미술관 리움의 홍라희 관장과  그림 값 소송을 진행할 때는 화랑이 비자금의 통로로 치부된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신들 파는 게 몇 십억 짜리인데, 세금 몇 백만 원을 못 내냐?" "화랑과 친한 기업들은 다시 한 번 들여다봐야 한다."는 소문이 정가와 세무당국에까지 나서 화랑에 전화를 걸거나 찾아오는 이들이 없게 됐다는 이야기다.

박 회장은 수년간 지속된 불황의 그림자를 떼기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화랑의 이미지 개선을 화두로 삼았다. 화랑들의 권익이 조금씩 개선되는 첫 걸음이라는 포석이다.

한국화랑협회의 주요 사업 중의 하나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대한 방향 설정과 비전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흑자 나는 행사로 알려졌는데, 작년에 1억 5천만 원 적자가 발생했죠. 실질적으로 3억 정도를 벌어야 수지가 맞는 행사인데 말이죠. 수익이 나야만 5억여 원이 들어가는 화랑미술제에 지원금을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35년 이어온 한국 유일의 미술품 견본시장을 지키려고 협회가 조성한 4억 5천만 원짜리 예금을 깼다. 한국미술계를 위해서 어떠한 경우라도 KIAF는 지속할 것이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경매시장에 뺏긴 미술시장 회복위해 상생의 노력 경주할 터

박우홍 회장은 최근 10년 동안 미술시장에서 화랑의 역할이 줄어든 것에 대해 누구의 탓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바로 화랑들의 노력이 부족해서 경매시장에 손님을 뺏긴 것이라는 것이다.

국내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이 출범했을 당시 대대적인 홍보마케팅을 통해서 그림이 투자 품으로서 매력이 있다고 어필했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 가격이 며칠 사이에 두 세배로 뛰는 것을 보여준 상태에서 구매자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경매시장으로 향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미술품은 투자가 아니다. 한두 달 사이에 그림 값이 달라진다면 이는 투기 수준이다. 미술품은 투자 상품으로는 매력이 없다. 바로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이다. “고 설명했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열린 코엑스 전시장'.(사진=왕진오 기자)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열린 코엑스 전시장'.(사진=왕진오 기자)

이어 "1, 2차 시장의 룰을 우리부터라도 지켜야 하겠다. 서로 충돌을 한다면 다 망한다."며 "지난해 KIAF 개막 몇 일전 양대 경매사가 메이저 경매를 진행했다. 그대로 KIAF가 직격탄을 맞았다. 미술시장에 들어오는 돈은 한정되어 있는데, 미리 사용하게 하니 행사장에는 손님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며 상생을 위해서 최소한 행사 직전에 판매장터를 마련하는 것은 상생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화랑들이 주축을 이루는 1차 미술시장은 작가에 대한 무한 책임감을 갖게 된다. 어쩌면 그 작가의 미래까지도 책임을 지게 된다. 하지만 경매사는 그런 면에서 책임이 없다. 시장에서 수수료만 챙기면 된다는 의식이 커진다면 작가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경매시장에서 살기 위해 다양한 작전이 펼쳐진다. 이럴 경우 피해자가 양산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것이 최근의 경매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작가도 피해자, 컬렉터도 피해자, 미술판 전체가 피해를 본다는 이유다.

박 회장은 10년 전 화랑협회와 두 경매사가 합의한 "1년에 4회 이상 경매를 하지 않고, 발표된 지 5년이 안된 작품은 거래를 안하겠다."는 약속이 지금 지켜지지 않으며, 메이저경매>온라인경매 등 싹쓸이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침체된 미술시장 활성화와 경매사와의 대립관계 해소 그리고 관계당국에서 화랑가를 바라보는 의식의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박우홍 회장의 첫 시험 무대는 오는 3월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33회 화랑미술제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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