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자의 화랑가 돋보기] "그림 제값 주고 사면 호갱?" 지역 아트페어 할인율 심각
[왕기자의 화랑가 돋보기] "그림 제값 주고 사면 호갱?" 지역 아트페어 할인율 심각
  • 왕진오
  • 승인 2017.10.1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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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미술품 가격 즉 작품 가격의 결정은 누가 할까? 뉴스를 통해 수십억에 달하는 김환기 화백이나 이우환 그리고 천경자 등 작가들의 작품가격을 보면서 도대체 가격을 결정하는 이들이 누구일까라는 의문이 들게 된다.

'2017 아트부산 현장'.(사진=왕진오 기자)
'2017 아트부산 현장'.(사진=왕진오 기자)

전통적인 미술시장에서는 화랑 주인들이 화가의 전시경력과 프로필 즉 스펙 등을 파악한 후 가격을 정했을 정도로 화랑의 입김은 막강할 정도였다.

그림 값의 결정은 일반적으로 1차 미술시장인 화랑과 2차 미술시장인 경매사의 낙찰가로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상황이 2009년 지역 아트페어가 붐을 이루면서 가격 결정이 아트페어 현장에서 팔리는 할인가로 결정되는 경향이 짙어졌다.

특히 아트페어라는 짧은 기간의 판매 시장에서 참가 화랑들 입장은 부수비와 운송비 그리고 체류비 등을 감안하면 작품이 안 팔리면 손해는 물론 다음해 참가 여부에 대한 회의감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역 아트페어의 경우 해외나 서울에서 참여한 화랑들에게 40%를 할인해 달라는 주문이 쇄도하고, 이를 수용하는 화랑들이 늘면서 시중에 알려진 그림 가격이 정상 가격이냐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2017 아트부산 페어가 열린 부산 벡스코 전시장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2017 아트부산 페어가 열린 부산 벡스코 전시장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최근 막을 내린 지역 아트페어인'아트부산 2017' 현장에서도 부산과 대구에서 아트페어 현장을 찾은 많은 애호가들이 작품 구입을 위해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개막 첫째 날 방문해 가격을 흥정한 후 폐막 직전 다시금 참여 화랑부스를 방문해 반 값 수준의 가격 할인을 요구한다. 또한 딜러나 지역 화랑관계자를 동반해서 같은 업자끼리 다 아는 가격이니 결정을 하라는 주문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가 부진하거나, 참여 작가들에게 100만에서 150만원의 참가비를 받아 손익분기점을 넘긴 화랑들은 손쉽게 가격을 할인해 주고 판매가 잘됐다는 소문을 여기저기 내게 된다. 그렇다보니 경매시장이나 화랑 전시에서 내건 그림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호갱님'이라는 말까지 돌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연출되는 가운데 일부 참여 화랑들은 정상가에 할인율을 계산한 가격을 얹어서 고지한다. 구매자가 덤핑 수준의 가격을 요구할 경우 손해를 덜 보려는 의도다.


◆덤핑 수준의 가격 할인 요구 지양되어야◆

화랑에서 개인전이나 아트페어에 참여를 제안 받는 작가들은 평균적으로 판매금액의 5대5로 나누는 계약을 한다. 물론 유명 작가나 기타 특이 사항에 경우는 수익 분배율이 달라진다.

그렇다보니 화랑들이 판매시 운용할 여지는 50프로의 금액이 전부이다. 이 제한된 금액을 토대로 할인율에 화랑 운영 경비 등 다양한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40% 할인을 요구하는 딜러나 지역 화랑관계자들의 제안은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

팔자니 손해 보는 장사이고, 거부할 경우 고집 세고 그림 하나 못 파는 화랑이라는 이미지가 알려질 것에 전정 긍긍하게 된다.

'2017 아트부산 현장을 찾은 서병수 부산시장'.(사진=왕진오 기자)
'2017 아트부산 현장을 찾은 서병수 부산시장'.(사진=왕진오 기자)

주최 측 입장에서는 이들의 속내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내놓을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참여 화랑들의 작품이 많이만 팔렸다는 소식이 나와야 다음 행사에 다른 화랑들이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좋은 뉴스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 그리고 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접점을 이룰 때 공정하게 만들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예술가의 창작품인 그림의 가격 산정에는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합리적인 잣대가 필요하다. 또한 화가의 열정이 담긴 작품을 대형마트의 타임세일처럼 할인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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