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자의 화랑가 돋보기] 12억에 팔렸다던 ‘정조어찰첩’ 알고 보니 경매사 스스로 구입
[왕기자의 화랑가 돋보기] 12억에 팔렸다던 ‘정조어찰첩’ 알고 보니 경매사 스스로 구입
  • 왕진오
  • 승인 2018.01.0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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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경매사의 관행적 영업방식 VS 낙찰가 경신위한 꼼수

[아트인포=왕진오 기자] 국내 미술품 경매에 나온 작품이 얼마에 팔렸는지, 위탁자가 누구인지 구매자가 누구인지를 알기에는 철저히 베일에 쌓여있을 정도로 보안이 철저하다.

'K옥션 메인경매 현장'.(사진=왕진오 기자)
'K옥션 메인경매 현장'.(사진=왕진오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지정문화재인 국보나 보물급의 물품이 경매에 붙여진 경우는 누가 구입을 했는지 알려지곤 한다.

2012년 9월 K옥션 경매에 붙여진 보물 제585호 '퇴우이선생진적첩'은 34억 원에 삼성문화재단이 낙찰 받았고, 2015년 9월 서울옥션 경매에 나온 보물 제 1638-2호 ‘하피첩’은 7억 5000만 원에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30일 문화재청이 발표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지정 예고 목록에 2013년 3월 27일 진행된 K옥션 경매에 12억에 낙찰됐다는 '정조어찰첩'이 올라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케이옥션측은 "정조어찰첩이 경매에서 한 전화응찰자에게 12억 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물 지정 예고된 '정조어찰첩'은 응찰자가 개인이나 문화재단이 아닌 경매당사자인 K옥션에서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K옥션은 "작품 위탁자에게 약정 금액을 보증(개런티)을 하고 작품을 수급한 것이다. 팔릴 줄 알고 경매에 붙였으나 약정한 금액이상의 응찰자가 없었기 때문에 해당 금액을 위탁자에게 지급을 해야 했다. 매입 후 보관하던 과정에서 지정문화재로 지정 받기 위해 절차를 밟게 된 경우이다"며 "경매사에서 관행적으로 진행하는 위탁 보증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케이옥션 메인경매 현장'.(사진=왕진오 기자)
'케이옥션 메인경매 현장'.(사진=왕진오 기자)

하지만, 이런 경매사의 거래관행을 모르는 일반인과 투자자의 경우는 경매사 발표만 믿고 해당 작품이 고가에 팔린 것으로 알게 되고, 미디어도 경매사의 발표만을 믿고 낙찰총액과 낙찰률을 기록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또한 경매에 나와 낙찰된 작품의 가격대를 믿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발생한다. 위탁자와 낙찰자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영업을 위한 전략적인 방법이라는 말을 듣기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 사례다.

인사동과 사간동에서 화랑 업을 하는 복수의 대표들은 "팔리지도 않은 그림을 전화나 서면 응찰자가 샀다는 말을 이제는 믿을 수 없게 됐다. 마치 주식시장에서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하는 '공매도'와 다를 게 없다. 자기가 내놓은 물건을 스스로 구입한다는 것은 가격 조작의 의혹까지 들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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