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가] 컬렉터 신옥진의 통근 기부, 대학미술관 기증으로 공공자산으로 변신
[화랑가] 컬렉터 신옥진의 통근 기부, 대학미술관 기증으로 공공자산으로 변신
  • 왕진오
  • 승인 2018.01.0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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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장욱진, 전혁림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과 이중섭이 시인 구상에게 보낸 편지 등 20세기 미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특별한 자리가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마련된다.

'신옥진 공간화랑 대표'.(사진=서울대미술관)
'신옥진 공간화랑 대표'.(사진=서울대미술관)

2015년 8월 12일부터 서울대학교 미술관 갤러리 1에서 진행되는 전시에는 화상(畵商)이자 개인 컬렉터가 40년간 모아온 작품 중 구본웅, 권진규, 김기창, 김흥수, 문신, 박고석, 박수근, 이우환, 장욱진, 전혁림, 최영림, 황재형 등 한국 작가와 윌렘 드 쿠닝, 로버트 인디애나에 이르기까지 총 48 명의 회화, 판화, 사진 등 64점이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기획전시를 위해 소장품과 외부기관으로부터 대여를 한 것이 아니라, 개인 소장가인 신옥진(68) 부산공간화랑 대표가 모아온 작품 중 미술관에 기증한 64점으로 꾸며졌기에 그 의미를 더한다.

'이중섭 작가가 시인 구상에게 보내는 편지, 원고지에 연필, 20x31.5cm'.(사진=서울대미술관)
'이중섭 작가가 시인 구상에게 보내는 편지, 원고지에 연필, 20x31.5cm'.(사진=서울대미술관)

역사적으로 주요 소장가들에 의해 수집된 미술품들은 자택이나 개인 공간에 격리되어 일반 관객에게 공개될 수 없는 곳에 보관되어 온 것이 현실이었다.

부정기적으로 개인 소장가들의 용기 있는 결단으로 공공 미술관에서 전시되거나 때로는 기증되어 개인이 아닌 전 인류의 재산으로 재 편입되는 과정을 거쳤다.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기증된 작품들은 △전시나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며 △큐레이터와 전문 학자들에 의해 작품의 내용이나 시대적 배경, 재료적 측면들에 대해 연구 되고 △보수나 수복 전문가들에 의해 정기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나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도 3천여 점의 주요 미술 작품들을 기증해온 로버트 리만(Robert Lehman, 1891∼1969)이나, 벨라스케스 등 18∼19세기의 주요 회화 작품을 1869년 기증한 루이 라 카즈(La Caze, 화가이자 의사) 등 개인 소장가들의 존재가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규모로 성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이 미술사가 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장욱진, '마을 풍경'. 한지에 크레용, 25.5x18.5cm, 1980.(사진=서울대미술관)
장욱진, '마을 풍경'. 한지에 크레용, 25.5x18.5cm, 1980.(사진=서울대미술관)

신옥진 부산공간화랑 대표의 소장품 중 일부가 서울대학교 미술관에 기증된 것은 미술사적으로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기증된 64점에는 근현대 미술사를 아우르는 48명의 화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이 중에는 장욱진(1917∼1990)의 익살스러운 선의 매력이 돋보이는 드로잉, 추상화 되어가는 연필 선으로 나지막한 수평적 풍경을 담은 박수근(1914∼1965)의 드로잉, 세련된 색조와 절묘하게 짜인 디자인적 구성을 갖는 전혁림(1915∼2010)의 항구 풍경을 비롯한 30명의 한국 작가의 작품이 포함됐다.

또한 일본의 대표적 서양화가 우메하라 류사브로가 근대화의 길목에 선 일본의 전통과 서양식 감각의 절충을 시도한 4점의 유화 및 삽화, 고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근대 일본의 미인화를 계승한 후지타 츠구지의 판화를 비롯한 8명의 일본인 작가의 작품이다.

여기에  2차 대전 이후 미국을 세계 문화의 중심지로 이끄는데 기여한 윌렘 드 쿠닝(1904∼1997, 미국 추상표현주의 대표 작가)과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1997, 뉴욕 출신의 팝아티스트)의 판화 등 10명의 서양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했다.

서울대미술관 측은 "다양한 기증 작품의 시대, 지역적 폭은 개관 10주년을 준비하는 서울대 미술관 소장품의 구성이 보다 알찬 미술사적 참조 대상으로 성장해가기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며 "미술교과서에 이름을 올린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인쇄물이나 화집을 통해 전달되는 2차적인 경험과는 바꿀 수 없는 전율과 감동을 선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흥수, '시대적 사회상]. 캔버스에 유채,30.5x30.5cm.(사진=서울대미술관)
김흥수, '시대적 사회상'. 캔버스에 유채,30.5x30.5cm.(사진=서울대미술관)

평생 모은 유물과 미술품으로 가득한 자택을 박물관으로 지정해 공개한 19세기 영국의 건축가이자 수집가인 존 소안 경(1753∼1837)은 수집의 중요성을 "미래 세대의 공익을 위한 것"이라 정의했다.

그런 관점에서 신옥진 대표의 컬렉션이 배움을 갈구하는 학생들의 터전인 대학교내의 미술관으로 기증된 것은 보다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시는 9월 20일까지.

>기증자 신옥진 공간화랑 대표는?

1947년 부산에서 태어난 신옥진 대표는 출생 후 '신삼기'라는 이름을 지녔다. 폐결핵 투병으로 독학으로 서울신문사 편집국에 턱걸이 입사해 3년여 근무를 하다 병이 도져 낙향하게 된다.

흉곽외과 대수술로 목숨을 부지해 투병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다방을 겸한 '부산공간화랑'을 1975년 개관했다. 전국 화랑들의 모임인 '한국화랑협회'에 가입해 '미술품감정위원회'를 창설하고 초대감정위원장을 역임했다.

서울대미술관 ‘신옥진컬렉션’전 작품을 보는 관람객.(사진=서울대미술관)
서울대미술관 ‘신옥진컬렉션’전 작품을 보는 관람객.(사진=서울대미술관)

이후 서울의 K옥션, 서울옥션, 대구의 M옥션 등에서 미술품 감정 업무를 맡았다. 한편으론 지방 신진작가들을 육성한다는 취지아래 '부산청년미술상'을 만들고 26년간 열정을 쏟았다.

글쓰기에 천착해 몇 번의 개인전과 산문집 '진짜 같은 가짜, 가짜 같은 진짜' 및 시집 '빛난 하루', '잠깐 비움', '점 하나의 예술'등을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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