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보물창고 ②] 국보 제309호 백자 달항아리
[삼성가 보물창고 ②] 국보 제309호 백자 달항아리
  • 왕진오
  • 승인 2017.10.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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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백자 달항아리의 넉넉하고 꾸밈없는 형태처럼, 국보와 보물을 우리 곁으로’

호암 이병철(湖巖 李秉喆, 1910∼1987) 회장이 수집하고 삼성문화재단(이사장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이 관리하고 있는 국보급 유물들은 소장 과정과 관계없이 주목해야할 점이 있다.

'국보 제309호 백자 달항아리'.(사진=문화재청)
'국보 제309호 백자 달항아리'.(사진=문화재청)

해외로 반출된 한국문화재가 16만 여점에 달하는 현실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내고 국내에 머물게 했다는 점에서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재를 온 몸으로 지켜낸 간송 전형필(澗松 全鎣弼, 1906∼1962) 선생과 함께 높이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다.

‘삼성가 보물창고 대공개’ 시리즈의 첫 번째 유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국보 제309호 ‘백자 달항아리’(이하 달항아리)에 대해 알아본다. 이런 종류의 ‘달항아리’는 조선왕실의 그릇을 전담해 생산하던 경기도 광주 일원의 사옹원 분원이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전반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흰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힘든 부정형의 원이 그려 주는 무심한 아름다움을 모르고서 한국미의 본바탕을 체득했다고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둥그런 원을 그린 것도 아닌 이 어리숙하면서 순진한 아름다움에 정이 간다." 미술사학자 최순우(1916∼1984) 선생이 백자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평한 말이다.

조선백자의 진수라는 달항아리는 눈처럼 흰 바탕색과 둥근 형태가 보름달을 닮았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백자 달항아리는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정서가 가장 성공적으로 표현된 예술품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국보 중에 균제미와 그 미학적 의미를 대표할 수 있는 '백자 달항아리'는 국내에 남아있는 달항아리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힐 만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미술관 리움에 전시 중인 백자호'.(사진=왕진오 기자)
'삼성미술관 리움에 전시 중인 백자호'.(사진=왕진오 기자)

2004년 보물로 지정됐던 '달항아리'는 2005년 문화재청이 일괄공모를 통해 백자대호 총 29점 중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보물 1437호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 소장 보물 1438호 △최상순 소장 보물 1439호 △남화진 소장 보물 1440호 △(주)아모레퍼시픽 소장 보물 1441호와 함께 국보 추천 검토를 위한 도자사 분야 소위원회를 통해 국보지정 후보 6점에 들어가게 된다.
 
2007년 10월 26일 개최된 국보 지정 검토를 위한 국보지정분과위원회에는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 소유의 보물 1438호, 남화진 소장의 보물 1440호 그리고 이 회장 소유의 보물1424호 백자 달항아리가 후보에 오르게 된다.

한편, 가나아트 소유의 보물 1438호는 법무법인 김앤장 설립자인 김영무 변호사에게 2005년 매각 돼 소유권이 변경됐다. 또한 보물 1440호는 신동방그룹 3남이자 고려산업 회장 신성수 회장의 부인 남화진씨의 소유다.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국가지정문화재에 대한 국보 지정을 통해 해당 문화유산 분야의 대표성 및 상징성을 부여하고자, 우리나라 도자문화의 독자성과 정체성을 대표한다고 평가되는 '백자대호'를 대상으로 국보 지정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보 제309호 백자 달항아리'.
'국보 제309호 백자 달항아리'.

특히, 백자대호는 동산문화재의 보존·관리를 위한 새로운 시도인 '일괄 공모를 통한 조사·지정'의 첫 번째 대상으로서 1차적 조사·검토가 이루어졌고, 지정 수량도 적어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조사·검토가 가능한 문화재 분야로 평가됐다.

이 회장 소유의 백자 달항아리는 높이 44.2cm, 몸지름 42.4cm, 입지름 21.3cm, 밑지름 16.5cm이다. 태토는 자기질화되어 매우 단단하며, 유색은 상아색 계통이나 뭉친 부분에서는 약간 파르스름한 색을 머금고 있는 등 용융상태가 우수한 편이다.

굽다리 바닥은 수평을 맞추기 위해 약 4mm 내외를 갈아낸 흔적이 있다. 몸통 내면에는 물레자국이 선명하며 중간에 상하반부를 이은 돌출대가 있고, 그 주위에 터진 금이 있다.

2007년 문화재심의위원으로 참여했던 윤용이 문화재위원은 "풍만하면서 정원을 그리며, 안정적 균형을 이룬 항아리로 파손 및 결손 부분이 없다. 외면에 간장 등의 잡물이 스며 색상이 변질된 부문이 있지만, 국보지정 대상으로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영원 문화재전문위원은 "삼성 소유 백자대호는 몸통은 거의 안정적 구형을 이루며 풍만하나 비대칭이다. 전체적인 조형은 전형적인 조선 중기의 특징을 보여준다. 기면 전체에 퍼져 있는 얼룩은 한 폭의 추상화 같다"고 말했다.

고재식 한국미술품감정센터 대표는 이 회장 소유의 '달항아리'에 대해 "크기, 풍만한 형태, 완벽한 원에 가까운 측면 곡선, 좌우균제, 구연부와 굽 벌어짐의 조화로움, 안정감, 위아래를 흔적 없이 이어붙인 깔끔한 마무리, 투명도가 높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엷은 미색의 유약, 그리고 다양한 상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용 흔적 등 조선 후기 순백자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보 제309호 백자 달항아리'.(사진=문화재청)
'국보 제309호 백자 달항아리'.(사진=문화재청)

국보나 보물은 우리 문화유산의 인류 문화적 가치를 표현하는 것으로 그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 11월 29일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17회 홍콩경매 고미술 섹션에 출품된 일본 개인 소장가의 백자 달항아리가 22억 원에 팔린 것만 봐도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자 달항아리 외에 이 회장 소유의 국보는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235호) △감지은미묘법연화경(234호) △감지은니불공견삭신변진언경 권13(210호) △금동수정장식촛대(174호) △금동관음보살입상(12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118호) △ 금동보살삼존입상(134호) △금동보살입상(129호) △금동신묘명삼존불입상(85호) △백자천지현황명발(286호) △백자유개항아리(216호) △백자청화매죽문항아리(219호) △백자 청화죽문 각병(258호) △전 논산 청동방울 일괄(146호) △전 덕산 청동방울 일괄(255호) △청자상감용봉모란문합 및 탁(220호) △청자양각죽절문병(169호) △초조본대반야바라밀다경 권249(241호) △초조본 현양성교론 권11(243호) △투겁창 및 꺾창(137-2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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