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향불 작가 이길우] "묵묵히 살아가는 이야기 향불로 태워보냅니다"
[이사람-향불 작가 이길우] "묵묵히 살아가는 이야기 향불로 태워보냅니다"
  • 왕진오
  • 승인 2018.01.1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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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아스라한 분위기의 배경 뒤편에 교복을 입고 촬영한 졸업 앨범 속 학생들의 모습이 이채롭게 시선을 모은다. 마지막 교복 세대였던 화가 이길우(49)가 부인과 학생때 앨범을 꺼내어 보며 떠올렸던 당시의 기억이 작품 속에 녹아들었다.

'인사동 선화랑 전시 작품과 함께한 이길우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인사동 선화랑 전시 작품과 함께한 이길우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향불과 인두 작업으로 미술계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이길우 작가의 개인전 '오고 간 길, 스쳐 지난 풍경'이 2016년 11월 30일부터 12월 13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대표 원혜경)에서 막을 올린다.

이 작가는 "살아온 과정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려 했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는 하루하루가 녹녹치 않은 삶이고, 뉴스를 통해 접하는 세상의 모든 사건들로 인해 하루라도 조용할 수 없는 것 자체가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이후부터 신문 기사를 콜라주해서 나름의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작업을 선보이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이길우, '2거나 5이거나 01'. 순지에 향불, 장지에 채색 한지 콜라주, 배접, 코팅,70 X 80cm, 2016.
이길우, '2거나 5이거나 01'. 순지에 향불, 장지에 채색 한지 콜라주, 배접, 코팅,70 X 80cm, 2016.

그의 작업은 연필 인두와 향불로 한지를 태워 여러 겹의 이미지를 중첩, 배접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또한 장지를 다양한 색으로 물을 들인 후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독특한 기법으로 완성시킨다.

1년여 만에 여는 개인전에는 작품 안에 삶이 묻어나는 작업이 함께한다. 또한 이길우 작가가 살고 있는 도시와 여행을 다니며 눈에 담았던 풍경들이 아련할 정도로 스며있다.

"항상 새롭게 창작을 하기 위해 무단히 애를 쓰는 작가로 세상에 남고 싶습니다. 힘들어도 제가 걸어가는 길을 따라서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제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죠." 그래서일까 그의 독특한 작업 방식에 매료된 해외 유명 인사들의 주문도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이길우, '오고 가는 길 스쳐 지난 풍경 009'. 순지에 향불, 장지에 채색 한지, 신문 한지에 프린트, 콜라주, 2016.
이길우, '오고 가는 길 스쳐 지난 풍경 009'. 순지에 향불, 장지에 채색 한지, 신문 한지에 프린트, 콜라주, 2016.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알 무자디디 알 왈리드' 왕자의 초상화 작업 그리고 2012년 중국 톱여배우 판빙빙도 그에게 향불 초상화를 의뢰했을 정도다.

10 여 년 전 늦가을 은행나무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마른 잎들이 하늘에 까맣게 그을린 것처럼 보여, 향불로 한지를 태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작가에게 이 작가에게 향불은 동양철학의 담론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향불이 뿜어내는 종교적인 의미인 정화나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역할을 작품을 통해 세상에 풀어내고 싶다는 것이다.

이길우 작가는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 후 서울, 베이징, 런던, 독일 등 국내외 주요 도시에서 다수의 전시를 했다.

이길우, '보동리 234번지 02'. 순지에 향불, 장지에 혼합 기법,배접, 코팅, 80 X 80cm, 2016.
이길우, '보동리 234번지 02'. 순지에 향불, 장지에 혼합 기법,배접, 코팅, 80 X 80cm, 2016.

작가의 독특한 기법은 '2012 런던올림픽’ 기간의 사치갤러리 전시, 독일 ZKM미술관 아시아 100인전 초대, 두바이 아트페어, 스페인 아르코 ARCO' 07, 프라하 비엔날레 등을 통해 세계 각국의 평론가들로부터 크게 호평을 받았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관하는 제19회 대한민국미술대전(2000)에서 특선을 수상, 제14회 방글라데시 비엔날레 (2010)에서 '무희 자연'으로 대상을 받은 바 있다. 현재는 국내외로 본인의 작품 활동과 더불어 모교인 중앙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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