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화가 박수근 명작의 진원지, 창신동...그의 예술 총망라
국민화가 박수근 명작의 진원지, 창신동...그의 예술 총망라
  • 왕진오
  • 승인 2018.01.1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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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가장 한국적이고 서민적이며 독창적인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박수근(1914∼1965)화백의 50주기를 맞아 창작의 산실이었던 창신동과 생애 대표작품 50점이 2015년 4월 30일∼6월 2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이간수문전시장에서 공개된다.

박수근 화백의 장녀 박인숙씨가 DDP에 설치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왕진오 기자)
박수근 화백의 장녀 박인숙씨가 DDP에 설치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왕진오 기자)

해방 전후 어렵고 힘든 시절 우리가 살았던 모습을 선하고 진실한 예술로 그려낸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라고 평을 받는 박수근 화백은 1914년 2월 21일 강원도 양구에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7세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보통학교만 졸업했다.

21세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서울 전농동에서 궁핍하게 살면서도 붓을 놓지 않고 우리네 삶을 그리다 51세인 1965년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창신동은 박수근 화백에게 있어 가장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펼쳤던 작업실이자, 그의 그림에 주요 테마를 이루고 있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담기게 된 공간이다.

전시를 기획한 박삼철 DDP기획본부장은 "전시준비 단계에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를 꾸리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미술관 안으로 들어간 창신동과 동네 사람들이 미술과 외부로 나올 경우 작품에 들어있는 실제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지역으로 동대문에서 전시를 진행하게 됐다"며 "창신동은 국민화가 박수근과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이 거주했던 공간으로 단순히 전시만이 아닌, 문화예술의 발신지로서 동대문을 새롭게 조명하려 했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박수근 화백 50주년 기념전이 열린 DDP이간수문 전시장'.(사진=왕진오 기자)
'박수근 화백 50주년 기념전이 열린 DDP이간수문 전시장'.(사진=왕진오 기자)

전시장을 찾은 박 화백의 장녀 박인숙(71)씨는 "6.25 전쟁 때 아버지가 남측으로 먼저 내려가신 후 어머니와 가족들이 아버지를 만나러 내려왔고, 초상화를 그려 모은 돈을 어머니에게 드렸다. 그 돈으로 집을 구입했다. 흩어져 살던 가족이 비로소 함께 모여살게 된 곳이 바로 창신동이다"며 "당시 아버지는 가족들이 한데 모여사는 것에 행복감을 가졌고, 돈 버는 초상화 대신에 진정한 화가로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 곳이라 뜻 깊은 장소로 기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시에 나온 수채화 작품은 초등학교시절 담임선생님의 도움으로 그림 공부를 할 수 있었던 나를 본 아버지가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으로 선물한 작품을 50여년 만에 직접 볼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국민화가 박수근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어렵고 힘든 시대를 묵묵히 살아간 사람들의 꿈과 의지를 선하고 진실하게 담아냈다. 그의 그림은 50∼60년대 한국을 진실하게 그려내었고, 가장 한국적인 그림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수근 화백 50주년 기념전 전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장녀 박인숙 씨'.(사진=왕진오 기자)
'박수근 화백 50주년 기념전 전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장녀 박인숙 씨'.(사진=왕진오 기자)

박수근이 그려낸 화면에는 모두 우리 서민의 일상의 모습이 등장한다. 골목길 풍경과 일하는 여인, 장터의 여인, 할아버지와 손자, 아이를 업은 소녀, 할머니, 빨래하는 여인 등이다.

나무와 꽃들도 화려하기보다는 애잔한 흰 꽃들이 주를 이룬다. 바위 질감을 느끼게 하는 화강암의 효과를 나타내는 두꺼운 마티에르 효과를 보인다. 거칠지만 소박하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었던 우리 민족의 삶을 투영한 것이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우리 이웃과 가족을 향한 박수근의 따듯한 시선을 통해 그려진 인물들에게서는 시대를 뛰어 넘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박수근의 회고전은 지난 2010년 갤러리현대에서 45주기 특별전과 2014년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진행된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포함해 개인화랑에서 7회, 사립미술관에서 1회 등 모두 8회다.

이른 시기의 회고전은 작품 연구가 충분치 못해 단편적으로 진행됐고, 나중의 회고전은 소장처가 분산되어 대표작품들이 함께 모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DDP 이간수문전시장에 공개된 박수근 화백 50주년 기념전 작품들'.(사진=왕진오 기자)
'DDP 이간수문전시장에 공개된 박수근 화백 50주년 기념전 작품들'.(사진=왕진오 기자)

이번 전시를 위해서 유홍준 명지대학교 석좌교수,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홍라영 삼성미술관 리움 부관장 등이 박수근 기념전시 운영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곳곳에 소장되어 있는 '나무와 두 여인'(1962), '절구질하는 여인'(1954), '길가에서'(1954), '유동'(1963), '앉아있는 여인'(1961) 등 필생의 역작들을 한 자리에 모아 박수근 예술세계에 대한 입체적인 조망을 가능하게 돕는다.

한편, 미술관, 캔버스 안에 있는 박수근을 동네로, 일상으로 불러내는 다양한 노력도 함께 펼쳐진다. 유홍준(미술)+조성룡(건축)+정재숙(미술저널) 공동의 특별강연이 5월 28일 예정되어 있으며, 창신동답사와 양구 박수군미술관 투어(매주 금요일)로 박수근의 삶을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또한 박수근의 유별난 동화책을 따라 만드는 동화책 워크숍, 인형 만들기 등이 창신동 문화예술 공동체의 참여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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