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컴퍼니] ②롯데백화점 "예술, 판매 촉진을 위한 도구일뿐"
[아트&컴퍼니] ②롯데백화점 "예술, 판매 촉진을 위한 도구일뿐"
  • 왕진오
  • 승인 2018.01.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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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2014년 11월 잠실 석촌호수 위에 떠 있는 무게 1톤짜리 노란색 오리를 보기 위해 비가 내려도, 해가 저문 저녁에도 수많은 인파들이 호숫가로 몰려들었다.

잠실 석촌호수 위에 떠있는 러버덕.(사진=왕진오 기자)
잠실 석촌호수 위에 떠있는 러버덕.(사진=왕진오 기자)

한 달간 공개된 이 오리는 무려 360만 명의 관람객과 SNS는 물론 국내 거의 모든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며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오리는 롯데월드몰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이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네덜란드 출신 공공미술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38)이 2007년부터 전 세계 16개국에서 20회 이상 순회하면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러버덕 프로젝트'를 한국에 유치하면서 탄생했다.

롯데백화점 문화 사업부 관계자는 "이 오리를 호숫가에 띄우고 전시를 진행한 비용은 10억 원 대이다. 하지만 행사기간 잠실 제2롯데몰 과 에비뉴엘 면세점 매출과 방문객은 20%이상 증가했다. 우리로서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버덕'은 홍콩에서 800만 명의 관객과 수백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자 롯데복지재단이사장'.
'신영자 롯데복지재단이사장'.

롯데는 신격호 회장의 장녀 신영자(72) 롯데복지재단이사장(전 롯데쇼핑 사장)이 미술품에 관심이 많아 화랑가를 돌며 미술품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와 미술품 거래를 진행했던 화랑 대표 S씨는 “오너 부인들과의 친분 때문에 그림을 구입했지만, 집에 걸린 그림들은 아마추어 수준의 작품들이 대다수다. 경기도에 자리하고 있는 딸 장선윤의 집에 팝아트 계열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걸려 있는 것 외에는 고가의 그림을 구입한 이력은 미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롯데는 여느 대기업에 비해 미술품을 재화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아트웍이라는 이름으로 표현하며 백화점과 호텔에 사용되는 인테리어 차원에서 구입을 하고 있다. 또한 경비 절감 차원에서 진품보다는 유명 그림의 인쇄물이나 무명작가의 저렴한 작품을 요구한다.“ 며  "상위 1% VVIP를 위한 전원형 리조트를 내세워 수십억 원대의 분양가를 기록한 롯데 제주리조트 아트빌라스 조차도 몇 십만 원짜리 복사된 그림을 구해달라고 할 정도로 비용처리에 난색을 표명하는 기업이었다”고 설명했다.

>10억 짜리 노란 고무 오리로 마케팅 효과 극대화

롯데그룹은 재계 서열 5위의 기업으로 국내 유통산업에서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롯데백화점은 ‘문화백화점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취지 아래 1979년 서울 본점에 다양한 전시를 진행하기 위한 갤러리를 오픈했다. 이후 현재까지 전국 지역의 백화점 13곳에  미술 전시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롯데 측은 외부에 알리는 활동보다는 오너 중심으로 그림을 구입하고, 예술품보다는 인테리어나 행사용 임대를 통해 고객 서비스의 확장 수단으로서 미술품을 활용하고 있어 예술문화를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는 미약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롯데 김포몰 건물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아트 투사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롯데 김포몰 건물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아트 투사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전시공간의 숫자만큼 운영인력도 상당수에 이르지만, 하나의 지휘체계 없이 각 사업단위별로 홍보 마케팅부서와 혼용되어 운용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지점별 갤러리의 전시 형태는 백화점 이벤트와 연계되어 있고, 이와 관련한 전시를 자체 기획보다는 외부 대형갤러리나 기획사에게 납품받는 형태를 취하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발렌타인데이, 크리스마스 등 각종 이벤트데이와 맞물려 펼쳐지는 전시는 본점에서 시작해 전국을 순회하는 양태를 띠며, 100여개가 넘는 전시에 다양한 장르의 예술품이 등장한다.

백화점 판촉 행사에 치중하던 롯데가 대형프로젝트인 '러버덕'을 전면에 내세운 것에 대해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2롯데월드의 개장과 맞물려 세간의 이목을 돌리려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롯데백화점 판매 행사에 러버덕이 등장하면서 '힐링의 전도사'라는 본래 취지와는 동떨어진 홍보 마케팅용으로 사용됐다는 지적이 여전히 일고 있는 것도 주지할 만하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영플라자 러브릿지에 설치된 상어 작품들.(사진=왕진오 기자)
롯데백화점 본점과 영플라자 러브릿지에 설치된 상어 작품들.(사진=왕진오 기자)

당시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러버덕은 국민의 힐링이 아닌 신격호 회장과 롯데 직원의 힐링이 아니었을까 싶다"며 "마케팅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롯데 측은 엄청난 효과를 거두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롯데의 최근 아트 마케팅 사례로는 2010년 키스 해링과 이동기의 작품을 VVIP 고객을 위한 사은품, 쇼핑백에 활용했다. 2011년 5월 사랑의 달, 선물의 달 마케팅 일환으로 로버트 인디애나의 대규모 전시를 열었고, 8월에는 스페인 유명 여류 작가 에바 알머슨이 등장했다.

2012년 비틀즈 탄생 50주년 이벤트, 2013년 소공동 본점과 영플라자 사이에 놓인 러브릿지에 하늘을 나는 상어 조형물과 역대 대통령들의 휘호를 한 자리에 모아 화제를 모았다. 2014년 상반기에는 월드컵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브라질 만화 거장 '마우리시 지 소자'의 만화 특별전을 열었고 하반기 러버덕으로 방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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