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보물창고⑤] 이건희 국보 제235호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
[삼성가 보물창고⑤] 이건희 국보 제235호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
  • 왕진오
  • 승인 2017.10.1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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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대방광불화엄경은 일명 '화엄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 화엄종의 근본경전으로, 부처와 중생은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기본 사상으로 하고 있는데, '보현행원품'은 화엄경 가운데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방법을 보현보살이 설법한 부분이다.

고려 말기에 감색의 종이에 금니로 쓴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은 1986년 11월 29일 국보 제235호로 지정됐다.

국보 제235호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사진=문화재청)
국보 제235호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사진=문화재청)

한국민족문화대박과에 따르면 이 책은 당나라 반야가 한역한 '보현행원품'으로 지정연간(1341∼1367)에 고려의 삼중대광 영인군 이야선불화(李也先不花)가 자신의 무병장수와 일가친족의 평안을 빌기 위해 간행한 '금강경', '장수경', '미타경', '부모은중경', '보현행원품' 가운데 하나이다.

검푸른 색의 종이에 금색으로 정성스럽게 옮겨 쓴 것으로, 병풍처럼 펼쳐서 볼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으며, 접었을 때의 크기는 세로 26.4㎝, 가로 9.6㎝이다.

표지에는 금·은색으로 꽃무늬가 묘사되어 있고, 그 중앙에 ‘대방광불화엄경행원품’이라고 금색으로 쓴 제목이 있다.

책머리에 행원품의 내용을 요약해 묘사한 '변상도'(變相圖)가 금색으로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책 끝의 간행기록에 간행연도가 지워져 있어 정확한 연도를 알 수 없으나, ‘지(至)’자로 시작되는 점과 사경의 품격으로 보아 고려 말인 1341∼1367년 사이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 일본에 전래되었다가 되돌아온 것으로 습기로 인해 간행기록 등 몇 곳에 훼손이 있으나 그 외에는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특히, 현존하는 고려시대 사경 중 뛰어난 변상도를 지녔을 뿐 아니라 뒷면에 ‘행원품변상문경화(行願品變相文卿畵)’란 글씨가 있어 변상도 작가를 밝히고 있는 점에서 고려시대 사경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변상도는 불교의 교리에 입각하여 표현되는 종교화이다. 즉 진리의 내용을 변화하여 나타낸 것이므로 변상이라 하며, 도상적 성격(圖相的性格)을 지니므로 변상도라고 한다.

변상도는 석가모니의 전생을 묘사한 본생도(本生圖)와 현생(現生)의 전기를 담은 불전도(佛傳圖) 그리고 정토(淨土)의 장엄도(莊嚴圖)가 중심이 된다. 따라서 변상도는 이들과 관련된 조각이나 회화 등의 조형체(造形體)를 포괄하는 명칭이기도 하다.

국보 제235호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사진=문화재청)
국보 제235호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사진=문화재청)

변상이 불교 조형에서 처음으로 확인되기는 불탑(佛塔)의 표면을 장식하는 고대 인도의 여러 탑과 탑문(塔門) 등에서 그 형태를 추출할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앞선 것은 이미 서기전 수 세기에 속하는 것도 있다. 고대 인도 사회의 사상과 역사를 살피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변상의 종류로는 석조 조각에 나타나는 부조상(浮彫像)의 형태와 일반 불교 회화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불교회화의 형태가 많이 나타난다. 회화 형태의 변상도는 벽화·탱화·사경화(寫經畵)·경판화(經板畵), 또는 단청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불화 변상의 경우에는 고려 중기 이전의 것은 전래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려 후기에 속하는 상당수의 작품이 발견됐다.

이들 변상도의 특징은 장황한 경전의 내용이나 심오한 교리적 의미를 한 폭의 그림 또는 한 장의 경권 변상 속에 요약해 함축한다. 이 요약된 그림을 통해 보다 심오한 경전의 세계로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일깨워 준다는 데에 변상도가 지닌 참 의미가 있다.

변상도는 여러 경전의 내용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아미타불변상도·비로자나불변상도(毘盧遮那佛變相圖)·석가모니불변상도(釋迦牟尼佛變相圖)·약사여래변상도·관음보살변상도·지장보살변상도(地藏菩薩變相圖) 등 매우 다양하다. 이밖에도 사천왕(四天王)이나 천부중(天部衆) 등 불보살을 외호해 주거나 장엄해주 는 신중(神衆)을 묘사한 변상도도 있다.

대체로 이들은 불전(佛殿)이나 석굴 사원의 내부를 장식하는 벽화나 탱화 또는 단청 등에 묘사된다.

우리나라 변상도의 중심을 이루는 경전 변상도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법화경'·'화엄경'·'열반경'·'아미타경'·'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무량수경'·'유마경(維摩經)'·'보은경(報恩經)'·'능엄경(楞嚴經)'·'미륵경'·'약사경(藥師經)'·금광명경(金光明經)'·'금강경'·'부모은중경' 등의 변상도가 많다. 이 중 특히 많이 남아 있는 것은 법화경변상도·화엄경변상도·부모은중경변상도 등이다.

국보 제235호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사진=문화재청)
국보 제235호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사진=문화재청)

현존하는 고려시대의 중요 변상으로는 영주 부석사의 조사당(祖師堂) 벽화를 들 수 있다. 이는 14세기경의 작품으로 제석(帝釋)·범천(梵天)과 사천왕 등 6폭의 그림이다. 국내에 현존하는 것 중 가장 오래된 벽화 변상이다.

그리고 이 시기에 해당하는 상당수의 고려의 변상 그림이 일본에 현존하고 있다. 대체로 이들은 아미타불과 여러 보살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장보살시왕도(地藏菩薩十王圖)·관음보살·석가여래 또는 여러 천신의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사경 변상으로는 일본 문화청(文化廳) 소장의 감지금니대보적경변상(紺紙金泥大寶積經變相)이 주목된다. 이는 1006년 목종의 모후인 천추태후(千秋太后)와 김치양(金致陽)에 의해서 이룩된 것이다.

이 변상도는 세로 29.2㎝, 가로 45.2㎝이며 결계(結界) 내부에는 3구의 산화보살공양도(散華菩薩供養圖)를 유려한 금선으로 나타내었다. 배경으로는 화면 가득히 꽃과 구름을 묘사하였다.

이와 함께 1275년(충렬왕 1년)에 간행된 '불공견색신변진언경'의 변상 역시 감지금니의 신장 그림을 나타내고 있다. 크기는 세로 26㎝, 가로 36㎝이다.

또 이것과 같은 형식인 1276년 제작된 '문수사리문보리경(文殊師利問菩提經)' 은 감지금니에 세로 29.2㎝, 가로 44.3㎝로서 '불공견색신변진언경'과 같은 유의 신장변상이다.

'화엄경'의 변상으로는 1337년에 제작된 감지금니로 세로 15.8cm, 가로 35,6cm 의 호암미술관 소장 화엄경보현행원품(華嚴經普賢行願品) 제31권 변상도가 있다. 또 동국대학교 박물관 소장의 변상도가 주목된다. 1390년(공양왕 2년) 간행의 백지금니(白紙金泥) 변상으로서 세로 32㎝, 가로 30㎝이다.

이들은 종이의 질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 면에 있어서는 모두 보현행원의 경전내용을 묘사하고 있다. 14세기 고려 변상도의 경향을 살필 수 있는 귀중한 것이다.

국보 제235호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사진=문화재청)
국보 제235호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사진=문화재청)

고려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경판 변상은 화엄경변상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화엄경변상은 3본(本) '화엄경' 가운데 60권본의 구화엄(舊華嚴)과 80권본의 신화엄(新華嚴)이다. 이들 가운데 해인사 소장본의 구화엄은 산판(散板)으로 12매의 변상이 확인됐다. 그리고 신화엄은 80매 전권이 보존되어 있다.

대체로 이들은 화엄경 매권의 권수를 장식하는 권수 변상으로서 각기 권수에 맞추어 60매와 80매로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양본은 그 체재가 거의 같으며 그 형식은 이 시대에 성행한 사경 변상과 동일하다. 화면의 우측에는 설법주 비로자나불과 제대보살(諸大菩薩)을, 좌측의 부분에는 각 권 속의 중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근래 새로 발견되어 국보로 지정된 80권본 '화엄경' 제36권에 수록된 변상 역시 해인사본과 동일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변상도의 내용은 해인사본과 동일하지만 그 크기와 판식은 서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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