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보물창고-⑱] 이건희 소유 보물 '청자철화초충문 매병'
[삼성가 보물창고-⑱] 이건희 소유 보물 '청자철화초충문 매병'
  • 왕진오
  • 승인 2018.01.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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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2003년 12월 30일 보물 제1383호로 지정된 고려 중기 12세기 '청자철화초충조문 매병 (靑磁鐵畵草蟲鳥文 梅甁)'은 높이 29.1cm, 입지름 5.9cm, 밑지름 9.3cm으로 이건희 삼성회장 소유로 , 리움미술관이 관리하고 있다.

'보물 제1383호 '청자철화초충조문 매병 (靑磁鐵畵草蟲鳥文 梅甁)'.(사진=문화재청)
'보물 제1383호 '청자철화초충조문 매병 (靑磁鐵畵草蟲鳥文 梅甁)'.(사진=문화재청)

청자에는 다양한 장식 기법이 있는데, 그 중에서 칼을 이용하여 새기는 음각이나 양각, 투각, 음각 후 다른 흙을 채워 넣는 상감 등의 기법, 붓을 이용하여 각종 안료로 문양을 그려 넣는 ‘화(畵)’ 기법이 있다.

이 중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화기법이 철화기법으로 철화안료를 사용해 청자 위에 문양을 그리는 방법이다. 철화청자의 문양은 동 시기 다른 청자에 비해서 매우 대담하고 파격적이다.

철화청자는 청자의 표면에 산화철이 함유된 자토로 그림을 그리고 청자유를 씌워 구운 것으로, 기형과 문양이 북송(北宋) 자주요(磁州窯)와 닮은 점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유약은 대부분 산화번조(酸化燔造)되어 황갈색을 띠는 경우가 많으며, 문양은 선이 굵고 대담하게 표현해 매우 활기차 보인다.

이 매병은 구연이 평평하게 벌어지고 둥근 어깨와 몸통의 선이 거의 일직선으로 내려가 굽에 연결되는데, 이러한 형태를 중국 매병의 특징으로 보는 관점에서 아직 고려화가 덜된 초기적인 형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토를 약간 두텁게 발라서 문양부분이 두꺼워져 있고 흑갈색은 깊고 윤기나는 색감을 띠고 있다.

문양은 어깨부분에 한 줄의 횡선을 둘러서 전체를 상단과 하단으로 구분하고, 좁은 상단에는 변형된 국화당초문 한 줄기를 두르고 넓은 하단에는 마치 참외덩굴과 같아 보이는 절지문을 크게 그린 후 큰 새 한 마리와 나비 한 쌍과 벌을 그려 넣었다.

유약은 엷은 담황색을 띠지만 맑고 투명한 편이며 빙열은 없다. 굽은 안바닥을 깎아 내었고 접지면에 굵은 모래를 받쳤던 흔적이 남아 있다.

대부분 철화청자의 문양은 당초문을 시문한 예가 많지만, 이 철화매병의 경우에는 새와 나비, 포도 넝쿨이 기면(器面)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문양은 마치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원근과 크기가 무시되었지만 새의 눈, 부리, 깃털 등 새의 특징이 비교적 섬세하게 잘 표현됐으며, 포도 역시 잎과 넝쿨, 포도 알까지 특징이 제대로 잘 표현됐다.

또한 약간 거칠기는 하지만 나비의 표현에서는 신속한 필치의 능숙함도 엿볼 수 있다. 종속문의 경우에도 대개 동시기 다른 매병에는 변형된 S자형의 연판문이 시문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매병은 변형된 당초문을 돌린 점이 특이하다.전체적으로 문양간의 구도와 비율 등은 원근이나 대소가 무시되어 어색하고 균형을 이루지는 못하지만, 역으로 각각 문양의 조합과 구성 자체는 보기 드문 것으로 여겨진다.

유색에 있어서 철화가 시문된 청자들은 황색을 띠는 경향이 강하여 의도적으로 산화번조(酸化燔造)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강진에서 생산된 철화청자 중에는 비색을 띠는 경우도 있다. 이 철화매병은 안굽으로 굵은 모래를 받쳐서 번조했다.

이러한 전반적인 기형상의 특징은 문양과 더불어 중국 북송의 자주요(磁州窯) 매병과 닮아 있다. 이 매병과 같이 출토된 유물들의 상황을 근거로 전성기 청자가 나타나는 12세기보다는 조금 이른 시기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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