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개념미술가들의 애호 컬러, '블랙'으로 그린 그림들 한 자리에
동시대 개념미술가들의 애호 컬러, '블랙'으로 그린 그림들 한 자리에
  • 왕진오
  • 승인 2018.01.3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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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레슬리 폭스크롭트, 퀸터움버그, 리차드 세라, 곽인식, 김호득, 문범, 심문필, 제여란, 최명영 등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인다.

'BLACK SELECTIONS, 최명영 작'.(사진=갤러리 신라)
'BLACK SELECTIONS, 최명영 작'.(사진=갤러리 신라)

대구 갤러리 신라가 2월 2일부터 꾸리는 'BLACK SELECTIONS'전에는 개념미술가 그룹에 속하는 많은 동시대 작가들이 많이 선택해 온 칼라인 '검정'을 주재료로 사용한 작가들의 작품이 모였다.

애드라인하르트는 환원주의 때문에 검은색에 매료됐다고 한다. 즉, 라인하르트의 블랙작업은 부정 또는 부재를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공간 안에서 중첩된 검정색, 즉, 어둠은 실제로 진동의 원천이 됐다.

동양적 관점에서 볼 때도 흑색 또는 검정은 공간 창조적 에너지의 근원으로 볼 수 있다. 하늘과 빛과 공기로부터 에너지를 끌어낸다. 그것의 아래 땅에서 에너지를 끌어오고 모든 것을 하나로 모으는 일종의 역할을 한다고 본다.

참여작가 레슬리 폭스크롭트(Lasley Foxcrofr, 69)는 MDF 와 카드보드지 등을 소재로 전시 공간과 벽에 설치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녀는 일상적 소재인 MDF와 종이 오브젝트를 통해 조각의 재료가 아닌 아티스트의 선택에 의해 조각품의 가치가 부여되는 것을 좋아한다.

퀀터움버그(GuterUmberg, 76)는 회화를 매우 특수한 관계로서 바라본다. 그는 그림에 매우 가까운 연관관계를 허락한다. 또한 그는 색의 존재로서 칠해진 색을 이해한다.

그의 검정화면은 알루미늄판에 흑연과 같은 안료를 무수히 입혀서 제작한 방식으로 깊이 있는 무한의 절대적인 검정 안에는 우주의 한 부분을 떼어 온 것처럼 무한히 움직이는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는 통로를 엿본 것 같은 자극을 주기도 한다.

조각가이며 소묘가인 리차드 세라 (Richard Serra, 79)는 미니멀 아트와 과격한 현실 요구의 결정적인 토대를 함께 지니고 있다. 이 현실 요구는 예술 작품이 이념의 수행자 역할을 한다고 파악하지 않고, 예술 작품이란 작품 그 자체가 표현된 것이라고 본다.

이번 전시작품은 그의 80년대 판화작업으로 조각 설치 작업의 과정에서 느낀 이미지를 형상화한 작업으로, 인타글리오 기법으로 제작됐다.

곽인식(1919-1988)은 전통적인 양화(洋畵)를 주류로 하는 일본 미술의 흐름에서 벗어나 입체,오브제 등 공간 전체에 걸친 다양한 실험을 하여 일본 아방가르드적 미술을 했다.

그의 작품은 먹을 이용한 무수한 점을 통해 중첩과 반복에 의한 흑색과 물성을 잘 표현해주고 있으며,한국의 단색화 작업의 단초를 제공한 작가라고 여겨진다.

'BLACK SELECTIONS, 퀀터 움버그'.(사진=갤러리 신라)
'BLACK SELECTIONS, 퀀터 움버그'.(사진=갤러리 신라)

수묵의 필치와 발묵, 파묵, 선염 등의 전통적 묵법을 대범하고 독창적으로 구사해 현대적 표상으로 자신의 시각언어를 완성하고 있는 김호득(68) 작가는 사념과 의식을 담고 있는 동양의 정신성과 상통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단순히 먹과 여백으로 구성된 작가의 모노크롬 화면은 표면의 진동과 빛의 파장이 서로 조화하고 충돌하며 화면위로 색의 층위를 쌓아가고 극도의 단순함으로 압축된 형상은 동양의 정신성을 담고 있다.

문범(63)은 붓 대신 손이나 장갑 등을 사용해 안료의 농담과 속도를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독특한 형식과 색채의 농담을 만들어 냈고, 이 작업은 그의 대표적인 평면작업 스타일이 됐다.

화면 안에는 거대한 산수화에서 나오는 듯 한 산봉우리와 폭포 바위와 언덕, 구름처럼 보이는 형태들이 거칠고 활달한 터치로 나타난다.

심문필(60)작가는 일률적이고 매끈하게 펼쳐진 색(주황, 빨강, 초록, 검정)면을 가로지르는 아주 가늘거나 좁은 띠로 된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색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기 다른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이 선들은 단색면을 자르고 조정함으로써 색과 면의 관계에 리듬을 불어넣고 있다. 또한 채색된 직사각의 면들도 각각의 지평선들을 따라 역동적이면서 열린 감각을 보여준다.

유한한 캔버스에 창조와 소멸의 무한함의 과정을 주제로 작업하고 있는 제여란(58)작가는 순간의 에너지를 운용하며 창조의 산물들과 하나가 돼 스스로 작품의 도구가 되는 과정을 만들어낸다.

그녀는 대담한 몸짓, 스퀴즈의 움직임으로 표현되어 재료, 신체, 과정의 상호작용으로 하나가 된 작품들로 감상자들에게 하여금 대자연의 힘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물질과 비물질 경계를 '중첩'과 '반복'에 의해 형성된 물감의 다층적 레이어를 통해 훌륭히 표현하고 있는 최명영(77) 작가는 무엇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완전한 평면회화를 창조해내어 더욱더 돋보이게 한다.

최명영의 작품은 ‘평면성과 단색’ 두 조건만을 가지고 물감의 속성을 추구했던 시기부터, ‘한계 내외’,‘단위면적’,‘전개 면적’ 시리즈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이 있다.

1980년대부터 진행하고 있는 ‘평면조건’은 회화가 구체적인 형태에 얽매이지 않음을 전제로 하고, 수직·수평의 선과 면을 최소 단위로 해 캔버스 위에 흰색 붓질을 중첩해 나가면서 회화의 평면성으로 회귀하고 있는 작업이 주를 이룬다. 전시는 3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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