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예술가 探究記 5 '신수원 작가'
[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예술가 探究記 5 '신수원 작가'
  • 권도균
  • 승인 2018.02.0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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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아트스페이스H] '그림일기를 그리는 화가 신수원의 일상 이야기'

​2017년 3월 18일 토요일, 초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서울예고에서 오보에를 전공하는 동창 딸의 금호 아트홀 공연을 보러 갔다. 공연과 뒤풀이 사이에 시간이 남길래 페이스북을 했다. 당시에는 페친 신청을 많이 하던 때라 몇몇 작가분들과 페친을 맺었다. 그중 한 사람이 신수원 작가다.

신수원, 'patissiere'. 53X45.5cm.
신수원, 'patissiere'. 53X45.5cm.

페친 수락이 이루어진 후에 페북에 서로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고, 즉답을 하는 성격상 메신저로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다. 특별히 신 작가와 소통을 자주 했던 이유는 당시에 작가가 남편과 아이를 한국에 남겨둔 채 홀로 프랑스에서 유학하는 중이었어서, 외롭고 고독한 타향살이가 무척 안쓰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과거에 영국에 유학했었을 때 느꼈던 향수병이 생각나서였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인연으로 작가를 알게 되었고, 작가가 귀국해서 처음 만났을 때도 이미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이러한 인연으로 2018년 3월 화랑미술제 참가와 9월 초대전을 하게 됐다. 작가의 성격은 비교적 소탈한 편인 듯 보인다. 물론 작가들의 일반적인 성격처럼, 자신의 작품에 대한 고집과 자존심은 센 편에 속한다.

​신 작가의 작품 세계는 유학 가기 전과 유학한 후로 나누어볼 수 있다. 유학 가기 전의 작품들의 첫인상은 동심적이면서도, 민화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민화적인 느낌은 천년의 도시 경주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영향 탓일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부엉이나 이름 모를 새들, 산과 꽃과 나무, 별과 달, 예쁜 이층 집과 꽃병 같은 소품 등. 초등학생 아이가 크레파스로 그림일기를 그릴 때 자주 등장하는 소재들이다.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도 어린아이의 방법과 유사하다. 소재들을 캔버스 가득 채우기보다는 비움과 덜어냄을 추구한다. 그림 곳곳의 빈 공간은 따뜻한 색으로 부드럽게 채운다.

​작품의 재료는 아크릴과 오일 파스텔을 주로 사용한다. 오일 파스텔을 쓰는 이유가 어릴 적 크레파스 느낌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서란다.

알다시피 크레파스는 색의 혼합이 잘 안된다. 이런 연유로 작가는 의도적으로 물감을 혼합해서 색을 만들지 않고, 자신의 마음에 꼭 와닿는 따뜻한 느낌을 주는 색만을 골라 내서 원색 그대로 사용한다.

​어린아이들은 대상을 단순하게 그린다. 작가도 그릴 대상물을 동심의 시각으로 무척 단순화 시킨다. 작가의 작품에는 단순함과 따뜻함, 편안함과 쉬움이 공존한다. 작가는 어른이 되어서도, 어릴 적 순수했던 시절의 추억을 잊지 않고 간직하고 싶어서, 일상을 어린아이의 그림일기처럼 기록한다.

​프랑스 유학을 하면서, 작품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해서는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한 것이 아니라서 유학이란 용어가 부적합할 수도 있다. 원래는 정식 학위 과정을 등록하려고 했지만, 예술가에게 학위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작품을 그리고, 파리의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신수원, '세상을 마주할때'. 90.9X72.7cm.
신수원, '세상을 마주할때'. 90.9X72.7cm.

대학 다닐 때부터 그토록 바라던 파리에서의 체류는 이루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에 남겨 둔 아들이 보고 싶어지고, 한국 음식을 포함한 모든 한국적인 것이 그리워져서, 향수병과 고독감으로 인한 커다란 정신적 고통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러한 고통은 작품에서 성숙한 어른의 시각으로 녹아들기 시작한다.

​프랑스 체류하면서 그린 작품들은 얼핏 보면 서양 작가의 손으로 완성된 그림 처럼 보인다. 단순하지만 세련되어졌다. 등장하는 소재도 성인 남녀, 집안 거실에 있는 소품들, 커피나 티를 마시면서 대화하는 어른들의 일상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작가는 더 이상 어린아이의 시각에 머물러 있지 않는 듯 보인다. 하지만 작품은 여전히 원색적이고, 따뜻하고, 미니멀하다. 여전히 작가는 선을 긋는 행위를 남발하지 않는다.

​작가는 파리에서 세상과 마주할 때라는 전시 제목으로 전시를 했다. 파리지엥들의 반응도 좋아서, 올해 레지던시로 다시 파리로 간다고 한다. 파리 시절 작가 노트를 발췌 인용해서 작가의 마음을 훔쳐보자.

​예술 작품이란 표현된 것이다. 표현된 것이란 작가 내면의 표현, 또는 자아의 현현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들이 각기 다른 특징과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작가들이 처한 환경, 상황, 태도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는 나의 삶, 사상, 개성 등이 다양한 방법으로 녹여져 있다. 작품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나는 형태보다는 색채에 중점을 두어, 내면을 드러내려고 한다. 색채가 주는 심리적 효과가 작품의 이해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험을 통해서, 세상을 다른 각도의 시각으로 바로 보는 순간이 있다. 일상의 삶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대상들이 분석과 사유의 영역 안으로 인지되어 들어온다. 여행을 하면서 마주하게 된 프랑스 어느 시골 마을의 정서와 풍경을 마음의 한구석에 담아본다. 감성의 느낌으로 체득된 자연의 소소한 이미지들이 숨겨져 있던 내면의 자아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낸다.

​빈센트 반 고흐는 말한다.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을 정확히 표현하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내 방식대로 강렬하게 표현하기 위해 나는 색채에 심취해 있다고. 나의 작품은 일종의 일기를 쓰는 방식이다. 성장의 일기처럼 마음의 풍경을 가슴으로 담아서, 일상의 이미지, 현재의 모습, 마음의 심경 등을 화폭에 옮긴다.

​신수원 작가는 천천히 그렇지만 꾸준히 변화와 발전을 시도하는 작가다. 그녀는 작가라는 직업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평생 그림만을 그릴 것이라고 다짐한다.

설령 유명 작가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따뜻한 감성을 지닌 작품 한 점이라도 세상 속에 살아남는다면 만족한다고 말한다. 신수원의 그림일기장은 오늘도 하루의 이야기로 채워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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