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예술가 探究記-6 이철수 작가'
[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예술가 探究記-6 이철수 작가'
  • 권도균
  • 승인 2018.02.17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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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아트스페이스H] '몽환적인 상상 속 산수를 그리는 한국화 작가 이철수의 우리 강산 이야기'

​현대 미술은 독창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미술 기법이 요구되는 시대다. 또한 세분화되었던 미술 장르도 평면과 입체로 간단히 이분화되었다.

'이철수 작'.
'이철수 작'.

서양화와 동양화 (또는 한국화)로 구분되었던 전통도 이미 무너져버렸다. 서양화 작가가 먹을 사용하기도 하고, 한국화 작가가 캔버스 위에 다양한 재료를 혼합해서 서양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수적인 80년대에 홍익대 동양화과를 다녔던 이철수 작가는 전통 방식의 동양화 기법과 재료에 대해서만 배웠을 것이다. 젊은 작가 건 중견 작가 건 한국화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만나보면, 재료에 관한 고민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지나 장지처럼 종이에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배접을 해야 한다. 배접을 하는 경우에 전문적인 배접 장인을 찾기가 점점 쉽지 않아졌고, 배접을 하는 비용도 의외로 비싸졌다.

​캔버스에 유화나 아크릴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작업이 맘에 안 들었을 경우에는 비교적 쉽게 수정도 가능하지만, 종이에 그리는 한국화는 완성 단계에서 실수로 떨어트린 먹물 한 방울 때문에 작품을 망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생각보다 비싼 재료비를 지불하면서, 고도의 집중력을 통해서 완성된 작품을 미술 시장에 내놓아도, 제대로 된 평가나 대접을 받지도 못한다. 따라서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들은 한국화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다.

종이 대신 캔버스를 택하기도 하고, 먹 대신 분채, 석분, 석채, 심지어는 아크릴이나 유화를 섞어서 작품을 완성하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화에 혼합재료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도 현대적인 소재로 바뀌어가고 있다.

김성복 교수 소개로 64년 생인 이철수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3년 가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마니프에서였다. 이때부터 이철수 작가와 동갑내기 예술가들과도 친하게 되었다.

성신여대 김성복 교수, 정병헌 교수, 유근택 교수, 동덕여대 윤종구 교수, 덕성여대 김연규 교수, 박태욱 교수, 한국 전통문화대 장현숙 교수, 숙명여대 권희연 교수 등이다.

​이철수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작품은 크게 두 종류였다. 한지에 수묵 담채로 그린 눈 오는 달밤의 산속 풍경과 캔버스에 석분과 아크릴이 혼합된 우리 강산 시리즈 작품들이었다.

작가님, 은은한 달밤에 눈 오는 산속 길을 걸으며 산사로 가는 느낌이 있는 이 수묵 담채 작품은 꼭 팔릴 것 같네요. 볼수록 계속 보게 만드는 작품이네요. 맑고 담백한 색감이 시각적으로도 편안한 느낌을 갖게 하는 듯하고요.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작가는 캔버스에 그린 우리 강산 시리즈 작품이 팔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한지에 그린 수묵 담채 작품이 팔렸기 때문이다. 순간 으쓱하고 뿌듯했다. 그 후에 문화부 기자한테 들은 정보가 하나 있다. 이철수 작가의 우리 강산 시리즈 중 커다란 작품이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방에 걸려있다는 이야기다.

갤러리에서 작가를 홍보하는 경우에 가끔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엘튼 존이 선택한 배병우 작가, 빌 게이츠 재단이 선택한 최영욱 작가, 세계적인 컬렉터 울리 지그가 선택한 이세현 작가 등이 있다.

이외에도 더 많은 작가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철수 작가는 롯데그룹이 선택한 이철수 작가라는 홍보 카피를 사용하는 것을 꺼려 한다. 작가는 말을 아끼는 스타일이고, 겸손하며 배려심이 강한 성격 탓인 듯하다.

'이철수 작'.
'이철수 작'.

작가에 따르면, 한지에 그린 작품보다 캔버스에 그린 우리 강산 시리즈가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한다. 캔버스 위에 형상을 스케치한 후 돌을 빻아 만든 석분으로 색을 칠하고, 돌을 화면에 고착시킨 다음 바탕색이 올라오는 정도를 신중히 고려해, 마지막으로 색을 재차 올리는 과정이 오랜 시간과 인내심을 요한다고 한다. 우리 강산 시리즈 작품들은 20여 년 전에 익힌 벽화의 기법으로 표현한 고구려 벽화의 현대적 재현인 것이다.

서양화 작품과 달리, 한국화 작품은 보이는 그대로 보면서, 마음에 와닿는 대로 느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화 감상법은 단순하다. 보고 느껴라, 그 뒤에 천천히 음미하라. 한국화 자체가 작가의 순간적 직관에 의해서 완성되었기 때문에, 감상자는 편안하게 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화 작품에 대한 비평글이 때로는 작품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비우고 무작정 작품 속에 빠져들면 좋을 것 같다.

2014년 9월 북촌 아트스페이스 H 전시 도록에 삽입된 작가 노트를 요약 발췌해서, 작가가 왜 우리 강산을 고집하는 이유를 알아보자.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하얀 화폭과 마주합니다. 내 눈에 꽃이 들어오면, 꽃을 그리고, 마음에 달과 별이 들어오면,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달과 별을 그립니다. 붓을 움직이는 동안 나 또한 이미 자연의 일부가 됩니다. 우리 모두는 자연에서 나와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자욱하게 안개 낀 산의 모습과 소나무를 그릴 때면, 어느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요해집니다.

​젊은 시절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의 풍경이 나이가 들면서 새롭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 강산이 갖고 있는 곡선의 아름다움이 보이기 시작하고, 산비탈에 피어난 이름 모를 풀과 꽃도 눈에 들어옵니다. 언젠가는 돌아갈 우리의 고향을 지금 화폭에 그리는 일은 항상 설레고,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오늘도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하얀 화폭을 조금씩 채워갑니다."

작가는 훗날 자신이 흙으로 돌아갈 우리나라의 산수풍경을 그리면서, 우리나라 자연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알려주고 싶어 하는 듯하다.

작가가 자연을 보는 시각과 생각을 담은 작품을 통해서, 관람자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서, 안정적인 예고 선생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작업에만 전념하는 이철수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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