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Bravo, My Life 1'
[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Bravo, My Life 1'
  • 권도균
  • 승인 2018.02.25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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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아트스페이스 H] 매일 아침 샤워를 하면서, 스마트폰 속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다. 물로 몸을 정화하고, 음악으로 영혼을 정화한다. 샤워하는 몇 분동안 많은 생각을 하기도 한다.

'김성복 개인전 '도깨비의 꿈'에 설치된 도깨비 방망이들'.(사진=왕진오 기자)
'김성복 개인전 '도깨비의 꿈'에 설치된 도깨비 방망이들'.(사진=왕진오 기자)

즐겨 듣는 음악 장르는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통기타 발라드 음악이다. 어떤 음악을 듣게 되면, 당분간 그 음악만 질리도록 듣는 습성이 있다. 노래 가사가 맘에 와닿을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

요즘 매일 듣는 음악이 바로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다. 이 음악을 들으면, 가사 내용이 긍정적인 마음을 생기게 하는 듯해서 기분이 좋아진다. 가사 내용처럼 앞으로 남은 삶을 도전하는 삶, 노력하는 삶을 살려고 한다. 가사 전부가 마음에 들지만, 제일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다. 

"앞으로 나가,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고개 들어 하늘을 봐, 창공을 가르는 새들. 너의 어깨에 잠자고 있는 아름다운 날개를 펼쳐라..."

​노래 가사가 가수의 운명을 바꾸기도 하고, 작품 제목이 예술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 동영상에 김광석 서른 즈음에와 거리에서 노래가 함께 있는 콘서트 동영상이 있다. 그 노래를 부르기 전에 김광석은 짧은 멘트를 던진다.

김성복, '꿈수저(Dream Spoon)'. 스테인리스 스틸, 70x45x187cm, 2018.(사진=사비나미술관)
김성복, '꿈수저(Dream Spoon)'. 스테인리스 스틸, 70x45x187cm, 2018.(사진=사비나미술관)

가수가 부르는 노래 가사처럼 가수의 인생살이가 그렇게 된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동안 안 불렀던 노래가 있습니다. 바로 거리에서입니다. 결국 김광석은 자신의 말처럼, 네 번째 정규 앨범인 서른 즈음에 음반을 1994년 6월 25일 날 발표하고, 1996년 1월 6일, 32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그래서 거리에서 가사를 살펴보았다.

​그리운 그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그곳으로 떠나버린 후. 사랑의 슬픈 추억은 소리 없이 흩어져, 이젠 그대 모습도 함께 나눈 사랑도 더딘 시간 속에 잊혀져가요.

​김광석은 노래 가사처럼 살아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머나먼 세상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을 부른 차중락도, 내 사랑 내 곁에를 부른 김현식도, 가리워진 길을 부른 유재하도, 슬픈 노래를 부른 천재 가수들은 이렇게 짧은 생을 비극적으로 마감했다.

​미술계 절친 김성복 조각가의 전시 오프닝에 갔다. 너무 많은 사람들로 전시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미술시장이 침체된 후로, 전시 오프닝에, 그것도 조각 장르에서, 이처럼 많은 축하객들을 본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김성복 작가의 평소 인간성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뒤풀이 장소를 물색해주고 함께 예약할 때, 김 작가는 음식점 전체 120석이 모자랄 수 있다고 걱정했다. 난 기우라고 했다. 하지만 음식점 사장님 아들이 하는 옆집 음식점도 필요하면 쓰기로 예약했다. 김 작가의 예상이 적중했다. 120석을 채우고도 자리가 모자라서, 옆집에도 30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2차 호프집에서도 70여 명 정도가 끝까지 남아서 김 작가와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해주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조각가들, 갤러리스트들, 컬렉터들 대부분이 내가 아는 분들이라서 악수하며 안부 묻기도 바빴다. 관람객들은 천 점의 조각 군상 전시를 좋아하는 듯 보였다.

사비나미술관 김성복 개인전 '도깨비의 꿈' 전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사비나미술관 김성복 개인전 '도깨비의 꿈' 전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낱개로 몇 점씩 사고 싶어 했다. 현재로는 전혀 팔 생각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사고 싶은 욕구를 아트 상품으로 만든 브로치를 구입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300개쯤 갖고 온 1차 물량이 거의 동이 났다는 소리를 들었다.

​여자 지인들이 도깨비방망이 형상과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는 인체 형상의 브로치들을 구입하자마자 바로 외투에 달았는데 잘 어울려 보였다. 예술가의 감각이 들어간 아트 상품은 역시 아름답게 보인다. 인사동의 수많은 중국산 아트 상품도 예술가의 손길이 닿았으면 좋겠다고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사업을 하는 지인 컬렉터가 돌로 깎아 만든 혀를 날름거리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 호랑이 두 마리에 관심을 보였다. 가격을 무척 궁금해했다. 판매 목적이 아닌, 보여주기 위한 미술관 전시라서 작가는 아직 작품 가격을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각만을 컬렉팅 하기로 유명한 재벌 회장님과 중견 사업가 대표는 오뚝이처럼 쓰러졌다 일어나는 거대한 꿈 수저 작품값을 작가에게 물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은 회사가 힘들 때도 오뚝이처럼 쓰러지지 않고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쓰러져도 금세 일어나는 오뚝이 작품을 사고 싶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 김 작가와 전화 통화를 삼 십여 분했다. 근래에 가 본 전시 오프닝 중에 재미와 흥행성도 최고였다고 평가해줬다. 조각가들이 살아가기 힘든 미술계의 현실 속에서, 침체된 한국 조각계를 위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 측면도 좋았다고 말해주었다.

'사비남미술관 김성복 개인전 '도깨비의 꿈'전에 설치된 도깨비정원'.(사진=왕진오 기자)
'사비남미술관 김성복 개인전 '도깨비의 꿈'전에 설치된 도깨비정원'.(사진=왕진오 기자)

아트 상품에서 조각의 상품 가능성을 보았고, 나무 작품들로 이루어진 군상 전시에서는 갖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해주었다. 오뚝이 작품을 보면서,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도 작품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전시를 보는 내내, 도깨비의 꿈이라는 전시 제목과 꿈 수저와 같은 작품 제목이 예술가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김 작가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는 작품을 만들 때의 상황은 어떠셨습니까? 그 작품의 부제가 불확실한 미래입니다. 삶이 너무 힘들었고, 미래가 불확실하게 다가왔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작품 제목처럼 김 작가 인생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나 보다. 우스개소리지만, 김 작가를 알게 되고, 내 인생에도 비바람이 몰아쳤었다. 하지만 제목처럼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런데 김 작가가 금 나와라 뚝딱이라는 제목으로 도깨비방망이와, 신화라는 제목으로 호랑이를 만들면서, 놀랍게도 김 작가의 운명은 바뀌기 시작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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