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의 작가 이배, 홍콩 아트바젤 솔로쇼에 '불에서 부터'통해 작품 세계 조망
'숯'의 작가 이배, 홍콩 아트바젤 솔로쇼에 '불에서 부터'통해 작품 세계 조망
  • 왕진오
  • 승인 2018.02.2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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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숯'이라는 재료와 흑백의 서체적 추상을 통해 한국 회화를 국제무대에 선보여 온 작가 이배(62)의 '불에서 부터(Issue du feu)'가 3월 29일부터 31일까지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홍콩 아트바젤(Art Basel Hong Kong)에 출품된다.

이배, 'Issu du feu'. 240×140×140cm, Charcoal mass and Elastic string, 2017.(사진=조현화랑)
이배, 'Issu du feu'. 240×140×140cm, Charcoal mass and Elastic string, 2017.(사진=조현화랑)

조현화랑이 준비한 홍콩 아트바젤 솔로쇼에는 'Issue du feu' 시리즈의 2.1×4.8미터 대형 평면 회화와 소품 그리고 높이 2.4미터의 대형 숯 조각 작품이 설치될 예정이다.

이배 작가는 단색화라는 조형 언어를 현대적으로 변용하며 국제 화단에 이름을 알린, 한국 단색화의 2세대 작가로 평가된다. 파리를 거점으로 20년 넘게 한국과 파리, 뉴욕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는 1990년 도불 이후 서양 미술재료 대신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재료인 숯을 작품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과거 그의 작품은 캔버스 위에 물감을 쏟아붓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층층히 유화물감을 축적시키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재정적으로 곤란을 겪고 있던 당시 작가로서 유화물감과 캔버등의 과중한 재료비를 감당해 낼 길이 없었다.

작가가 목탄으로 이것저것 드로잉 하는 것에 만족하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우연희 그의 아뜰리에 근처에 싼값으로 판매하는 숯 포대를 발견한 것이 숯을 사용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배 작가 작품 설치뷰'.(사진=조현화랑)
'이배 작가 작품 설치뷰'.(사진=조현화랑)

이배 작가는 지난 십여 년 전부터 최근까지 검정과 크림빛 흰색의 서체적 추상회화들을 주로 선보여왔다. 2000년대 초 숯이라는 재질에서 벗어날 필요성을 느끼고 검은 숯가루와 숯덩어리를 공중으로 던지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그날 이후 아크릴 미디엄과 검은 안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이 퍼포먼스 이전의 작업들과 대형 숯 조각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로 이배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다 깊이 알 수 있는 자리이다. 절단한 숯 조각을 나란히 접합한 후 표면을 연마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Issu du feu' 시리즈는 숯의 본질을 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다양한 조각적 형태로의 확장을 시도하는 작품이다.

또한 회화 'Issu du feu'는 수백 개 숯의 단면이 화면을 가득 매워 각각 다른 빛을 표현하는데 다양한 방향의 각도로 드러나는 그 빛은 은은하고 수줍기조차 하다.

마치 숯 덩어리 묶음 작품을 단면으로 잘라놓은 모습을 띈 것 같기도 한 이시리즈는 나무 결 같기도, 나무테 같기도 한 세밀하고 섬세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배, 'Issu du feu',210 × 120cm each, Charcoal on canvas Quadriptych, 2002.(사진=조현화랑)
이배, 'Issu du feu',210 × 120cm each, Charcoal on canvas Quadriptych, 2002.(사진=조현화랑)

이배 작가는 "거석을 보고 영감을 받은 것이다. 인간이 옮겼다고는 믿을 수 없는 거대한 돌덩이에서 어떠한 기호나 상징도 읽을 수 없는 절대적인 추상을 보았고 그것을 숯 덩어리 작품으로 표현했다. 또한 모든 색을 포용한 검은 색에는 한 가지의 검은 빛깔이 아닌 백 가지 색이 들어 있다"고 설명한다.

동양에서의 검정은 단지 색채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검정은 깊이이며 모든 색과 빛을 흡수한 색이라는 것이다. 오랜시간 동안 숯을 사용한 독창적인 작업방식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중심을 이끌어 온 이배 작가의 이번 전시를 통해 전통적인 소재들이 융화된 현대미술의 오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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