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히며 깨지듯이 세상사 함께하는 것" 조각가 김지영, 돌에 '관계' 표현
"부딪히며 깨지듯이 세상사 함께하는 것" 조각가 김지영, 돌에 '관계'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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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0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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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인포] 알록달록한 회화와 달리 울퉁불퉁한 돌을 정으로 두드려 자르고 깨기를 반복하는 조각은 육체적 노동의 강도가 여느 예술 장르에 비해 고단함이 수반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김지영, '합;combination'. 370 x 100 x 430mm 화강석, 대리석, 사암.
김지영, '합;combination'. 370 x 100 x 430mm 화강석, 대리석, 사암.

또한 미술재료상에서 판매하는 캔버스의 가격이 몇 만원인 것 비해 돌이라는 재료는 가격까지 만만한 것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조각가 김지영이 수 없이 많은 돌을 자르고 깍꼬 또 다듬고 붙여서 쌓는 행위를 반복하며 만들어낸 조형 이미지를 '관계'란 타이틀의 개인전을 통해 세상에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한다.

3월 7일부터 서울 인사동 갤러리 코사(Gallery KOSA)에서 진행하는 김지영 작가의 개인전은 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 청구전을 겸하고 있다. 전시에는 대리석과 화강석을 주요 재료로 가족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만의 조형언어로 풀어낸 작품이 함께한다.

김지영 작가는 "돌의 삶과 나의 삶이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죠. 돌은 새로이 무언가 창조하기 위한 물질적인 재료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그 존재 자체로도 나와 내 주변인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 코사에 설치된 작품과 함께한 김지영 작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코사에 설치된 작품과 함께한 김지영 작가.

그래서일까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작품들은 작가 주변인들의 삶의 모습과 그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제목들이 붙어있다. '가족', '관계', '불안', '합', '하루', '흐름' 등 일상에서 부딪히며 고민했던 이야기들이 함축적으로 드러난다.

김 작가는 "작품에 사용된 돌은 한 곳에서만 생성된 것이 아닙니다. 전국 각지에서 때로는 바다 건너 온 돌도 종종 있죠. 그런 모습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과 너무 흡사한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라며 "고향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작업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며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이 마치 '관계'라는 명제에 부합되는 것 같았다"고 이야기한다.

김지영, '관계;group'. 300 x 250 x 300mm 화강석, 대리석, 사암.
김지영, '관계;group'. 300 x 250 x 300mm 화강석, 대리석, 사암.

화려하고 쨍쨍한 색상의 눈길을 모으는 예술 작품이 범람하는 시기에, 투박하지만 구도자의 길을 걷는 것 같은 마음으로 망치와 정으로 돌을 자르고 깨내는 작업을 묵묵히 진행하는 조각가 김지영의 모습에서 '우공이산(愚公移山)'과도 같은 경외감마저 들게 한다. 전시는 3월 13일까지.

아트인포=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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