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2018 화랑미술제 이모저모 1'
[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2018 화랑미술제 이모저모 1'
  • 권도균
  • 승인 2018.03.07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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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아트스페이스 H] 아무도 없는 텅 빈 갤러리에서 혼자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때로는 깊은 산사에서 홀로 명상하는 수행자가 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조용히 나와 마주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음도 좋지만, 혼자만의 시간에는 마음이 겸허해지는 것 같아서 좋다.

'2018 화랑미술제 기간 도슨트 설명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2018 화랑미술제 기간 도슨트 설명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지난 몇 년 동안 수 십 번의 아트 페어를 경험했지만, 아직도 스피커에서 종료 멘트가 나올 때는 허무해진다. 시작할 때는 늘 설레지만, 끝날 때는 밀렸던 피로감이 한꺼번에 밀물처럼 밀려온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갤러리스트들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힘든지를 말이다. 고고하게 물 위에 떠있는 백조의 느낌이다.

이번 화랑미술제를 설치하고 났을 때의 기분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지난 10년간 노력한 만큼 정도의 안목이 생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설치된 상태를 보고 어떤 갤러리스트가 코멘트를 해준다. 작품성은 좋은데, 작품을 너무 많이 걸었다고. 욕심이 너무 많은 것처럼 보인다고.

​작품을 많이 걸면 걸수록, 판매 확률은 떨어진다는 사실을 이제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분명히 욕심이 있는 건 맞는 듯하다. 하지만 욕심의 내용이 조금은 다르다. 관람객들에게 더 많은 작품을 보여줘서,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욕심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관람객 수가 매우 저조했다. 페어에서 늘 만나던 전문 컬렉터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경기 부진 탓인지, 날씨 탓인지, 홍보 부족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너무 한가해서 작년처럼 매일매일 현장 리포트를 써볼까 했었다. 그런데 체력이 작년만 못하다는 것을 느껴서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모든 아트 페어 중에서 화랑미술제를 제일 좋아한다. 화랑미술제는 회원 화랑들이 비슷한 사이즈의 부스를 배당받는 평등 개념의 페어고, 키아프는 돈의 힘을 보여주는 자본주의 개념의 페어라서 일 것이다.

​처음 화랑미술제를 나갔던 순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엄청나게 많은 조각 작품을 팔았다. 당시에는 메이저 화랑보다 많이 팔았다고 자랑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철이 없는 짓이다. 메이저 화랑들은 키아프에 돈과 노력을 집중하지, 화랑미술제는 별로 신경도 안 쓰고 에너지 낭비를 안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의 발길이 잠시 뜸했던 순간에 생각 하나가 머릿속에 밀려들어왔다. 비싼 예술 작품이 팔리는 것이 신기하게 보였고, 사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도 신기하게 생각되었다. 하지만 작품을 팔아서 갤러리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두려운 것인지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 순간 공포감이 밀려왔다. 알면 알수록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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