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흐린 날들에 담은, 우리네 인생 이야기’... 하이경 개인전
‘맑고 흐린 날들에 담은, 우리네 인생 이야기’... 하이경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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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0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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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인포] 비오는 날의 동네 입구, 숲이 우거진 골목길, 빗방울이 떨어진 도로의 모습 등 삶의 궤적을 하나하나 쌓아가면서 한 번 이상은 스쳐 지나갔던 정감 있는 공간의 모습들이기에 굳이 그림으로 표현했을 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서울 성북동 아트스페이스 H에 설치된 작품과 함께한 하이경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서울 성북동 아트스페이스 H에 설치된 작품과 함께한 하이경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이들 작품은 작가 하이경(46)이 3월 7일부터 서울 성북동 아트스페이스 H에서 '맑고 흐린 날들'이란 타이틀의 개인전을 위해 선보인 작품들의 반응이다.

사진보다 더 사진 같은 작품들과 이해할 수 없는 선과 면의 변주로 가득한 추상 작품, 개념을 전면에 내세워 머릿속 온간 지식을 동원하다가 결국은 작가의 설명이 담긴 설명서를 통해 작품을 강제로 이해당하는 오늘날 미술 세계 속에서 '뭐 특별할 것 없는 너무 익숙하다 못해 기억조차 못했던 상황을 화면에 올린다는 것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이경, '집으로 가는 길(Way home)'.  oil on canvas, 72.7x60.6cm, 2018.
하이경, '집으로 가는 길(Way home)'. oil on canvas, 72.7x60.6cm, 2018.

하이경 작가는 "기발하고 남다르고 특이한 것은 다른 이의 몫인 것 같아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의 균형을 이루며, 어제 걸은 길, 전에 같던 그 곳, 내 사람들과 함께한 모든 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 생각하고 그린다"고 설명한다.

또한 "기억과 그리기 그리고 거리를 두고 바라봄을 통해 지금의 제작업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경, '가을 빛(Autumnal tints)'.  91x116.8cm,  oil on canvas, 2018.
하이경, '가을 빛(Autumnal tints)'. 91x116.8cm, oil on canvas, 2018.

그래서일까, 하 작가의 작품을 보는 것은 마치 남의 일기장을 들여다 볼 때의 스릴과 함께 잊고 있던 소중한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준다.

이전 작업에서 작가는 눈으로 바라본 풍경을 치밀하게 묘사를 했다고 말한다. 어느 순간 얽매이지 않고 머릿속 지도와 마음 속 나침반을 통해 손이 가는대로 화면을 완성하는 것이 후련함이 더욱 강해졌다는 것이다.

하 작가는 "너무 개인적인 일상을 그리면서 맺고 풀고 다듬고 문지르기를 반복하다보면, 완성이 잘 되지 않아 유난히 곤혹스러운 순간이 생긴다"며 "어느 순간 자유로운 풍경이 완성되는 때를 맞이한 것 같다"고 설명한다.

하이경, '코너힐 까페(Cafe Corner-Hill)'. 112.1x145.5cm, oil on canvas,  2018.
하이경, '코너힐 까페(Cafe Corner-Hill)'. 112.1x145.5cm, oil on canvas, 2018.

묵묵히 작업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완성되는 틀 안의 세상이 마치 우리네 인생살이의 축소판처럼 보인다는 작가는 삶과 닮아있는 그리기를 통해 그 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며 두런두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건네고 싶어 한다.

그 결과 과정은 치열하되, 보이는 모든 것이 예사가 되고 수선스럽지 않는 작품을 완성하는 하이경 작가의 작품은 혼돈스러운 세상 속에 잠시 고른 숨을 쉬며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

아트인포=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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