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트랜스의 현상을 보여주는 김지영·김형섭·박경태·엄효용의 '몰입·망각: 경계' 展
포토 트랜스의 현상을 보여주는 김지영·김형섭·박경태·엄효용의 '몰입·망각: 경계' 展
  • 아트인포(artinfo)
  • 승인 2018.03.20 1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아트인포] 사진이라는 하나의 장르 아래 각기 다른 주제를 비유와 은유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신선하고 감각적인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엄효용, '미호천 길 벚나무 봄'.Pigment Print on Cotton Paper,80x142cm, 2017.(사진=금산갤러리)
엄효용, '미호천 길 벚나무 봄'.Pigment Print on Cotton Paper,80x142cm, 2017.(사진=금산갤러리)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갤러리가 3월 28일부터 진행하는 '몰입·망각: 경계'전에 김지영, 김형섭, 박경태, 엄효용 작가의 작품이 함께 걸린다.

이들 네 명의 작가는 포토 트랜스(Photo-transe) 현상을 보여준다. 영화감독 장 루쉬(Jean Rouch)의 시네 트랜스(Cine-transe)의 이론처럼 어떤 대상을 영화로 촬영할 때 내가 촬영을 하는 동안 그 대상에 동화되어 촬영하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현상과 제품 혹은 무생물을 촬영할 때 어떤 교감이 발생해서 그 대상에 완전히 몰입되어 작가와 대상이 한 몸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현상이다.

김지영의 사진은 현실의 이미지를 내면의 교감작용을 통해 다른 현실로 바꾸는데, 여기서 드러나는 주술적 기능은 눈앞에 보이는 이미지를 초월해 신과의 교감과 같은 작용을 한다.

김지영, 'In the Beginning 01'. Pigment-based Inkjet on Cotton Paper, 120 x 120 cm, 2015.(사진=금산갤러리)
김지영, 'In the Beginning 01'. Pigment-based Inkjet on Cotton Paper, 120 x 120 cm, 2015.(사진=금산갤러리)

그의 사진에서 유심히 살펴봐야 할 부분은 수평선에 관한 부분이다. 사진에서 바다를 찍은 수평선은 1/2 위치에서 약간 올라가 있다. 이런 구도는 관습적인 시각을 배제한 방식으로서 수평선 너머의 관념적인 세계를 통해 단순히 시각적인 효과를 떠나보는 이에게 마치 어머니 품과 같은 따뜻함과 편안함을 주는 일종의 부적 같은 작용을 한다.

김형섭 작가는 사탕과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의 친숙한 소재를 대중적인 어법으로 단맛에 대한 인간의 본능 또는 단것에 의한 치유를 사진으로 표현해 왔다.

김형섭, 'MM7'. Pigment Print on Cotton Paper, 145 x 110 cm, 2008.(사진=금산갤러리)
김형섭, 'MM7'. Pigment Print on Cotton Paper, 145 x 110 cm, 2008.(사진=금산갤러리)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달콤한 맛은 지루한 일상을 견디는 활력소와 같은 역할임과 더불어 단맛이 사람들에게 주는 쾌락과 치유를 다양한 방식의 시각적 연출을 통해서 미각과 촉각으로 전달하고 있다.

박경태 작가의 작품은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과거의 이미지들은 원래의 기억에서 왜곡되지 않은 것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특정 장소를 흐릿한 이미지로 촬영해 모호하고 불명확하게 묘사하는 방식을 통해 과거의 기억이 완벽하게 재현된 사실이 아닌 상상과 현실이 혼합된 이미지로 재구성해낸다.

파스텔 톤의 중첩된 나무 이미지를 작업해온 엄효용은 나무라는 지시체를 통해 스쳐 지나간 시간속의 기억을 되살리고 나아가 지각 가능한 현재, 상상 가능한 미래를 바라보는 공간과 시간의 초월성을 담아내고 있다.

박경태, 'A Dream to Return02'.Pigment-based Inkjet on Matte Paper, 100 x 150 cm, 2017.(사진=금산갤러리)
박경태, 'A Dream to Return02'.Pigment-based Inkjet on Matte Paper, 100 x 150 cm, 2017.(사진=금산갤러리)

무수한 나무들의 서로 겹쳐진 이미지는 파스텔 색감의 회화적 요소를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하게 기억속의 또 다른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번 전시는 관객과의 단순한 교감에 그치지 않고 세상을 새롭게 보는 포토 트랜스(Photo-transe)의 순간을 전달한다. 작가들이 느꼈던 정신적인 교감을 짧은 순간의 사진으로 재현했지만, 전시 공간에서는 관람자들에게 몽롱한 환영으로 보여준다.

금산갤러리 측은 “영화를 감상하면서 빠졌던 ‘자발적인 몰입’은 시네 트랜스(Cine-transe)에서 다시 포토 트랜스(Photo-transe)로 관객에게 이동한다. 관객은 작가들이 대상을 마주하고 느꼈을 그 미세한 순간을, 카타르시스를 다시 한 번 똑같이 체험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4월 20일까지.

(아트인포=이예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