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한국 아트마켓의 현황 1'
[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한국 아트마켓의 현황 1'
  • 왕진오
  • 승인 2018.03.26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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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아트스페이스 H] 부자들은 예술을 이야기하고, 예술가들은 돈을 이야기한다. 19세기 러시아의 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쓴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 등장하는 말이란다.

'2017 홍콩 아트바젤 전시장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2017 홍콩 아트바젤 전시장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이 책을 사서 읽어보지 않아서, 확실히 톨스토이의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말의 내용은 다분히 풍자적이다. 이 말에 사족을 단다면, 갤러리스트들은 예술가들 이야기를 하고, 예술가들은 화랑과 화랑 대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톨스토이의 시각에서 본다면, 예술가들은 아트 페어에서 몇 호짜리 작품이 몇 개가 팔렸다고 이야기하고, 컬렉터들은 어떤 작가의 작품이 좋아서 샀다고 이야기한다.

예술을 대하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예술가들은 오직 부자들만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 작업하는 사람들일까? 예술 작품값이 서민들이 넘보기에는 저렴하지 않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다. 역사적으로 예술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경제학이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돈으로 대표되는 물질적 부를 극대화하는 것이 경제학의 존재 이유다. 부의 극대화를 통해서, 행복까지 넘본다는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예술 작품은 투자 상품으로서 효과적인 것일까? 바꾸어 말하면, 예술 작품은 돈이 되는 것일까?

​경제 규모에 비해서 한국의 아트 마켓은 규모가 아주 작은 편이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미술 시장에서도 메이저 리그 시장과 마이너 리그 시장으로 양분된다.

이제부터는 숫자를 동원해서 쉽게 설명해보자. 미술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이 전시를 하면서 처음 작품값을 만들 때, 일반적으로 호당 3~4만 원으로 시작한다. 세미프로 작가인 셈이다.

​작가로서 몇 년의 시간이 지났거나, 대학원을 졸업한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프로 작가로 데뷔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호당 5만 원으로 작품값을 매긴다.

경제 논리라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따라서 작품값이 산출되어야 하지만, 한국 상황에서는 작가의 나이가 작품값을 정하는 기준이 된다. 작가가 꾸준히 작업하고, 작품이 팔린다면, 호당 작품값은 꾸준히 상승할 것이다.

'2017년 홍콩 아트바젤이 열린 홍콩컨벤션센터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2017년 홍콩 아트바젤이 열린 홍콩컨벤션센터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호당 5만 원으로 시작했던 작품값이 상승하여 20만 원이 되기까지는 작가의 노력에 따라서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가격대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 가격대의 작가들의 연령대는 주로 40대 초반부터 후반까지다. 꾸준히 상승하던 작품값은 25만 원의 문턱에서 멈춘다.​

호당 25만 원대가 작가들이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이다. 상당수의 작가들이 이 벽에서 고전하거나 멈추기도 한다. 25만 원 직전까지 꾸준히 팔리면서 왔다면, 이 벽을 넘어서야 50만 원대라는 더 높은 산에 도전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제부터는 나이를 감안해서 매겨지던 호당가격이 무의미해진다. 철저히 경제학적 논리에서 호당 작품값이 오르는 것이다.

​호당 20만 원 정도의 작품이라면, 10호 작품값이 200만 원 정도라서 투자와 상관없이 좋아서 살 수가 있는 가격이다. 하지만 호당 25만 원 가격대부터는 투자라는 개념이 서서히 개입되기 시작하는 심리적 숫자인 것 같다. 그런데 25만 원을 무난히 넘어서면 호당가격이 만 원단위가 아닌 5만 원단위로 바뀌기 시작한다.

​수요와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면, 작품값은 드디어 50만 원이라는 두 번째 산과 마주하게 된다. 호당 25만 원부터 50만 원 가격대의 인기 작가들은 전업 작가로 사는데 전혀 경제적 어려움은 없다. 이때부터 대부분의 작가들은 돈보다는 명예를 추구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대중들에게 이끌려가던 작가들이 대중들을 이끌어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야 주목을 받기 때문에, 대중성 있는 작품보다는 예술성 있는 작품이 대접을 받는 가격대이기도 하다.    

​이 정도 가격대가 마이너리그 시장에서 잘 나가는 핫한 작가들의 현재 모습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마이너 리그 시장에서 지금 인기 있는 작가들이 과연 시간이 지나면서 메이저 리그 시장에서 활동하게 되고, 옥션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

이것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 다음 이야기에서 논의해보고자 한다. 메이저리그 시장의 특징과 옥션에서 작품 구입의 투자 대비 경제적 가치를 다루어보고자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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