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화랑, 佛 신구상 대표작가 필립 꼬네 '과밀도, 현실의 포화'展
조현화랑, 佛 신구상 대표작가 필립 꼬네 '과밀도, 현실의 포화'展
  • 왕진오
  • 승인 2018.04.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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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인포] 오랜 역사를 지닌 회화사의 유산을 어떻게 현대에 반영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현대를 이야기하는 이미지들을 독창적인 밀랍화 기법으로 그리는 작가 필립 꼬네(61)의 개인전이 4월 11일부터 부산 조현화랑에서 막을 올린다.

필립 꼬네, 'MAT'. wax painting on canvas, 165×210cm, 2017.(사진=조현화랑)
필립 꼬네, 'MAT'. wax painting on canvas, 165×210cm, 2017.(사진=조현화랑)

필립 꼬네는 사진적 시각과 회화적 풍부함을 결합한 작업으로 1990년 부상한 프랑스 신구상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그는 안료와 밀랍을 섞어 그린 후, 그 위에 두꺼운 플라스틱을 덮고 다리미로 가열해 이미 그려진 형태들을 뭉개버림으로써 일그러지고 소멸해가는 시간성을 표현한다.

작가는 직접 촬영한 사진과 비디오 이미지를 바탕으로 그려진 그의 그림들은 견고한 사실주의와 특이한 회화적 마티에르의 우연성, 일그러지고 소멸해가는 시간성이 묘하게 결합되어 가장 평범한 것을 낯설게 만들어 버리거나, 수수께기 같은 이미지로 제시한다.

조현화랑에 진행되는 '과밀도, 현실의 포화'전에는 가로 4.2미터 세폭화와 가로 4미터 이폭화 2점을 비롯한 신작 총 22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2006년 KIAF 한국 첫 개인전 이후 조현화랑에서 네번째로 열리는 전시에는 'Speakings Walls'와 'Towers'시리즈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다.

필립 꼬네, 'The big crowd 2'. wax painting on canvas, Triptych, 200×140cm, 2018.(사진=조현화랑)
필립 꼬네, 'The big crowd 2'. wax painting on canvas, Triptych, 200×140cm, 2018.(사진=조현화랑)

작가는 유년 시절을 보낸 베냉에서 납화법을 알게 됐고, 밀랍으로 그림을 그려 염료에 담가 무늬를 넣은 바틱(batik)천에서 크게 영감을 받았다.

그 후 낭트 에콜 데 보자르 재학 시절 재스퍼 존스(Jasper Johns)가 그림에 밀랍을 고착제로 사용하는 것을 본 후 목재를 사용해 조각 작품을 만들고, 화폭 위에서 작업하게 된 것이 지금의 밀랍화기법이다.

납화는 뜨거운 상태로 놓여도 순식간에 굳어지지만 다시 데울 수 있다. 작가는 이것이 살아있는 재료이며 자신이 표현하는 방법 중에 가장 잘 들어 맞는 재료라고 믿는다.

필립 꼬네, 'Termitary tower'. wax painting on canvas, 180×150cm, 2017.(사진=조현화랑)
필립 꼬네, 'Termitary tower'. wax painting on canvas, 180×150cm, 2017.(사진=조현화랑)

또한 구축하고 난 후 해체함으로써 보다 취약한 또 하나의 상태를 찾아내는 것, 그림을 이용해 세상에 우리가 인식하는 그대로 위태롭게 만들고 뒤흔드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11년전 조현화랑에서 진행한 전시에는 슈퍼마켓, 구글어스 항공뷰, 바니타스(Vanitas)라는 세 가지 주제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는 3가지 다른 테마를 더했다. 두 개 주제는 서로 연결되는 '군중(Crowd)'과 '탑(Tower)'이다. 이 두 가상의 주제는 개미나 흰개비, 그리고 서식지인 개미집이나 흰개미집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숨도 몰 쉴 것 같이 빽빽하게 들어차 군중을 이루어 살아가는 인간들과 그 많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바벨탑이 연상되는 건축물들에 관한 가상의 이야기이다.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추상적으로 보일 정도로 작고 흐릿한 군중에 녹아 들어있고, 극심한 밀도의 그림을 접하는 관람객들은 더 이상 인물의 이미지를 물질과 구별 할 수 없게 된다.

필립 꼬네, 'AS'. wax painting on canvas, 146×114cm, 2017.(사진=조현화랑)
필립 꼬네, 'AS'. wax painting on canvas, 146×114cm, 2017.(사진=조현화랑)

특히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커다란 군중 세폭화는 각각의 모듈이 수직 구조로 되어 있어 속도감을 주고, 군중을 보다 수직단면화 함으로써 우리 앞에 실존하듯 서 있는 하나의 벽으로 변화시킨다.

벽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전시 테마는 구글 스트리트 뷰와 여행길에서 얻은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이 벽들은 실재에 속해 있지만 회화의 영역으로 옮겨서 그 실재성을 잃어버린다.

세 번째 주제인 '탑(Tower)'은 에너지가 형태 내부에 농축되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폭발 직전'이라고 읽힌다. 이와같이 필립 꼬네는 일상생활의 평범함을 초월할 수 있는 회화의 힘을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필립 꼬네 작가'.(사진=조현화랑)
'필립 꼬네 작가'.(사진=조현화랑)

필립 꼬네는 사진적 시각과 회화적 풍부함을 결합한 작업으로 1990년 부상한 프랑스 신구상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2004년 프랑스 최고의 청년작가상인 '프리 마르셸 뒤샹'후보로 지명됐고, 2006년 제네바 현대미술관(MAMCO), 2007년 오트 노르망디 주 지역 현대미술 컬렉션, 2011년 베르사유 궁전(Château Versailles) 공공 위원회인 'Echo'에 취임했다.

또한, 2013년 그르노블 미술관(Musée de Grenoble)에서 회고전을 개최했고, 같은해 퐁피두 메츠 센터(Centre Pompidou-Metz)에서 Vues d'en Haut 전시에 참가했다. 전시는 5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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