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한국 아트 마켓의 현황 2'
[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한국 아트 마켓의 현황 2'
  • 권도균
  • 승인 2018.04.0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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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아트스페이스 H] 도덕경 40장은 다른 장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무척 짧다. 反者 道之動, 弱者 道之用 (반자, 도지동, 약자, 도지용), 天下 萬物 生於有, 有生於無 (천하 만물, 생어유, 유생어무)라고 쓰여 있다. 되돌아감은 도의 움직임이고, 약해지게 함은 도의 작용이다. 천하 만물은 있음에서 나오고, 있음은 없음에서 나온다.

'2018 아트바젤 홍콩 전시장 모습'.(사진=아트인포 DB)
'2018 아트바젤 홍콩 전시장 모습'.(사진=아트인포 DB)

대학 시절 다양한 철학 강의 중에서, 도덕경 강의를 들을 때가 가장 행복했었다. 왠지 모르게 유명한 도덕경 1장보다 밋밋한 40장이 더 좋았다. 반자 도지동은 우주의 이치가 돌고 도는 순환 구조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매년 어김없이 4계절이 순환하고, 낮과 밤이 반복한다. 사람의 감정도 순환한다. 기쁨의 감정은 이내 슬픔으로 변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유행과 인기의 업 앤드 다운이 무척 빠르고 심하다. TGI 프라이데이나 아웃백과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의 인기와 유행을 봐도 그렇다. 요즘 한국 미술계는 홍콩이 대세다.

홍콩 아트 바젤, 아트 센트럴, 호텔 아트 페어 등, 주위의 작가들이나 갤러리 관계자들은 매년 3월이면 대거 홍콩으로 몰려간다. 우리는 남 따라 하기 좋아하는 습성을 가진 민족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만의 개성을 찾는 것을 두려워해서일까? 홍콩의 열기가 언제까지 갈지 궁금해진다.

사업에도 성공이 있으면, 실패도 있게 되는 것이고, 플러스 성장이 어느 순간 마이너스로 되기도 한다. 욕망을 원동력으로 성공하기도 하고, 과도한 욕망은 비극적으로 끝맺음을 하기도 한다. 있음은 없음에서 나온다는 노자의 말을 살짝 바꾸면, 무명작가에서 유명 작가가 되는 것이고, 유명해져도 인기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법이다.

대부분의 성공한 작가들은 고가의 멋진 차를 구입함으로써 성공했다는 사실을 주위에 알리고, 작업실을 제대로 짓는다는 명목하에 부동산에 투자한다. 메이저 갤러리들을 분석해봐도 역시 마찬가지다.

고가의 작품이 많이 팔려서 현금이 확보되면, 미술계 발전을 위한 플랫폼 구축이나 새로운 작가에 투자하는 대신, 오로지 부동산 매입과 갤러리 건물을 확장하는 데만 투자한다.

메이저 갤러리들은 단기적으로 원활한 현금 융통을 위해서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아트 관련 사업으로 영역을 다각화하기도 한다. 메이저 갤러리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거의 모든 아트 관련 사업에 손을 뻗치기도 한다.

예술 작품 구입이 장기적으로 좋은 투자 대상일까? 한마디로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그림도 돈이 될 수 있을까? 만일 미술품에 투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아보았다.

'아트바젤 홍콩 2018에 전시된 제프 쿤스의 작품'.(사진=아트인포DB)
'아트바젤 홍콩 2018에 전시된 제프 쿤스의 작품'.(사진=아트인포DB)

호당 50만 원에 안착한 작가들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으로 시작인 것이다. 호당 가격이 50만 원이라면 한국 미술 시장 규모에서는 비교적 높은 가격대다. 그리고 50만 원부터는 호당 가격이 보통 10만 원단위로 상승한다. 메이저 갤러리들이 관심을 두기 시작하는 가격대다.

작품값이 너무 싸면 마진율이 적고, 작품값 상승률의 속도가 느릴 수 있다. 반대로 너무 높으면 다량의 작품 확보에 예산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돈이 묶일 수 있어서 모험일 수도 있는 것이다.

개미 컬렉터가 요즘 마이너 리그 시장에서 솔드 아웃을 만드는 몇몇 젊은 핫한 작가들의 작품을 산다면, 투자적 관점에서 과연 안정적일까? 작품이 맘에 들어 산다면 괜찮지만, 투자 목적으로 산다면, 확신을 갖고 대답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호당 50만 원대 작가의 작품들부터가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대상으로 생각해볼 만하다고 여겨진다.

호당 50만 원 가격대에 스스로의 힘으로 안착한 작가도 이제부터는 갤러리 도움 없이 더 높게 성공할 수 없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그런데 중소형 갤러리조차도 호당 50만 원의 작품값을 100만 원까지로 끌어올리는 것은 무척 어렵다. 어쩌면 메이저 갤러리와 옥션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작품 가격의 마지막 가장 험난한 산이 바로 호당 가격이 100만 원이 되는 것이다. 아주 극소수의 선택받은 작가들만이 이룰 수 있는 꿈의 숫자다. 100만 원이 되면 이제는 호당 가격이 더 이상 무의미하게 된다.

유명한 원로 작가들조차 100만 원 선을 순조롭게 넘지 못한다. 예술성의 문제가 아니다. 단지 큰손 컬렉터들과 메이저 화랑들 그리고 옥션의 입맛에 맞느냐가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물론 세계적인 프리미엄 갤러리나 소더비와 크리스티 같은 세계적인 옥션에서 선발된 작가라면 예외일 것이다. 참고로 세계적인 3대 갤러리를 꼽으라면 미국의 가고시안, 영국의 화이트 큐브, 프랑스의 갤러리 페로탱이 있다.

세계 넘버원 갤러리인 가고시안의 일 년 매출액 규모는 1조다. 현재 작품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국제 갤러리가 2015년 1120억에서 2016년 410억으로 매출액이 급감했다.

요즘은 한국의 메이저 화랑들의 고민과 시름이 깊어지는 때다. 바로 메이저 화랑들의 가장 큰 스폰서였던 홍라희 리움 관장의 사퇴로 인해서 매출액이 빠르게 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메이저 갤러리들이 계속 새로운 컬렉터를 만들지 않고, 너무 안일하게 홍라희 관장에게만 의존했던 것이 이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처럼 보인다.

한국의 고미술과 현대미술은 삼성 이병철 회장과 홍라희 관장의 관심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삼성의 3세대 경영자인 이재용 부회장은 할아버지나 어머니와 달리 예술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 미술 시장이 점점 더 위축될지도 모른다.

'2018 아트바젤 홍콩이 열린 홍콩컨벤션센터 입구'.(사진=아트인포DB)
'2018 아트바젤 홍콩이 열린 홍콩컨벤션센터 입구'.(사진=아트인포DB)

삼성의 힘으로 낙후된 분야의 스포츠 스타들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스포츠는 순간의 경기지만, 예술 작품은 후손에게 전해지는 인간이 만든 가장 고귀한 물건이다. 따라서 스포츠 발전도 좋지만, 예술에 관심을 가지면 좋을 텐데 말이다.

아이디어로 빠르게 급성장한 IT 분야의 대표들이 예술에 관심을 가지면 좋을 듯하다. IT와 예술이 함께 하면 서로 간에 시너지 효과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2017년 카카오 프렌즈 매출액이 976억 원이라는 기사를 읽으면서, 앞으로 한국 미술계의 새로운 방향성은 어디로 향하면 좋을까를 자문해본다. 이어지는 3편에서 메이저 갤러리와 옥션에서 일어나고 있을 법한 이야기를 픽션 소설화해서 예술과 투자에 대한 문제점을 논의해볼까 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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