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한국 아트 마켓의 현황 3'
[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한국 아트 마켓의 현황 3'
  • 권도균
  • 승인 2018.04.12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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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아트스페이스 H] 투자의 관점으로 미술품 구입은 솔직히 권유하고 싶지 않다. 만일 투자로서 미술품을 구입하고 싶으면, 예술을 보는 안목, 막강한 경제력,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서울옥션 경매 현장'.(사진=왕진오 기자)
'서울옥션 경매 현장'.(사진=왕진오 기자)

작가의 수작을 상대적으로 저렴할 때 사서 고가에 파는 것이 기본적인 투자 방법이다. 작품 구입에 사용할 돈이 최소한  수 억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작품값도 사이즈에 상관없이 최소한 천만 원이상부터 사야 할 것이다.​

만일 예술 작품이 돈이 된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면, 최소한 몇 년의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인가? 과연 주식이나 펀드 수익률 이상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것인가? 상당수의 갤러리들이 미술 애호가들이나 전문 컬렉터들에게 예술 작품이 곧 투자라는 그릇된 개념을 심어주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투자의 대상으로 예술 작품을 판매하는 고전적인 방식을 이제는 버릴 때가 되었다.

고귀한 예술 작품을 투자로 보는 관점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투자 대상으로는 적금, 부동산, 주식, 펀드, 달러, 금, 등 다양하게 많다. 이들 투자 대상과 예술 작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예술 작품은 투자 상품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이 갖고 있는 미적 감각을 발현시켜서 행복을 느끼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라는 점이다. 예술 작품이 돈이 된 경우를 실제로 경험해보았고, 반대로 투자한 것보다 손해를 보는 경우도 보아왔다.

오래전에 재미 삼아 몇 천만 원 가지고, 2년 동안 주식을 해본 적이 있었다. 주식이란 무엇인가를 알고 싶은 호기심 탓이었다. 주식을 열심히 몰두하던 날씨 좋은 따뜻한 봄날, 나는 컴퓨터 앞에서 몇 시간 동안 주식 숫자만 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 숫자놀음에 인생을 허비하는 것이 허무해서 가진 주식을 모두 팔았다. 이익은 보았지만 말이다.    

주식을 움직이는 힘은 기관과 외국 투자자들이다. 개미 투자자가 크게 성공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개미 투자자의 적은 돈으로 주식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 마찬가지로 메이저 갤러리들과 옥션 회사는 큰 손 컬렉터들과 함께 미술 흐름을 주도할 수가 있다.

메이저 갤러리의 입장에서 작품값 상승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상상해보았다. 예전에 보았던 주식 이야기를 다룬 영화 작전이 생각난다. 아래의 글은 영화 작전의 스토리처럼, 상상에 기반을 둔 미니 픽션 소설이다. 실제로 메이저 갤러리 대표들과 인터뷰를 해본 적도 없어서 제대로 아는 정보가 없어서 다행이다.

'서울옥션 경매장의 스페셜리스트들'.(사진=왕진오 기자)
'서울옥션 경매장의 스페셜리스트들'.(사진=왕진오 기자)

[소설 제목: Project King]

나는 한국 넘버 원 갤러리인 갤러리 킹 대표다. 버거 업계에는 버거킹이 있고, 갤러리 업계에는 갤러리 킹이 있다. 폭우가 내리면 비가 새는 인삼동 지하 사무실에서 출발해, 이제는 번듯한 건물로 성을 만들었다. 미술계에서 제대로 킹이 되었다.

열심히 노력한 덕분이지만, 커다란 행운도 따라주었다. 미술계의 큰 손 김 여사와 이 여사의 전폭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나를 믿고 따라준 작가들의 도움도 컸다.

그런데 작품 구입에 쓰는 돈이 한계가 없는 김 여사와 이 여사가 갤러리에 안 온 지 너무 오래되었다. 기다리다 지쳐서 전화를 건다.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한다는 음성만 들린다. 걱정이 태산이다. 침체된 미술계를 활성화시킬 새로운 작전을 짜야겠다. 작전명은 갤러리 이름을 따서 프로젝트 킹이다.

요즘 미술 시장의 위축으로 밤에 잠도 잘 못 잔다. 출근하면서 이것저것 생각만 많이 한다. 출근하자마자 큐레이터, 갤러리스트, 딜러들을 소집한다. 이미 상승할 대로 상승한 단색화 장르 대신 새로운 동력을 개발하는 회의를 시작한다. 다른 메이저 화랑 대표들도 회의에 초대를 한다. 이른바 원탁회의다.

단색화 장르를 대치할 장르로 비구상 계열로 계속 갈 것인지, 아니면 구상으로 갈 것인지, 그리고 구상 중에서도 팝아트나 극사실화로 갈 것인지, 또는 침체된 한국화나 조각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요즘 마이너 갤러리 시장에서 핫한 작가들을 스카우트해서 작품값을 올리는 작전을 쓸 것인지.

다양한 토론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결국 단색화의 한국적 표현인 수묵화로 정한다. 갤러리 소속 작가 중에서 한국화 분야의 중견 작가와 원로 작가들로 라인업을 구성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프로젝트 기간은 3년에서 5년으로 한다.

갤러리의 큰 손 고객들에게 전화를 통해서 정보를 알려준다. 에이 작가, 비 작가, 씨 작가들의 작품들을 사라고 권유한다. 이 세 작가의 개인전을 차례로 열어준다. 전시 작품 중에서 수작들은 갤러리에서 매입한다. 그리고 A급 컬렉터들이 나머지 작품들을 사준다.

옥션에서도 작전이 시작된다. 홍보 마케팅 관점에서 딜러들이 참여해서 작품값을 올린다. 15퍼센트의 옥션 수수료는 홍보 마케팅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전시 판매 솔드 아웃 결과와 옥션 낙찰 결과는 매스컴 보도로 대중들에게 알린다. 에이, 비, 씨 작가들의 예술 작품이 인기가 있다는 보도와 함께 이 세 작가는 새로운 브랜드를 형성한다.

서서히 개미 컬렉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호당 30만 원에서 50만 원이었던 작품값이 빠르게 100만 원의 벽에 도달한다. 보유했던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개미 컬렉터들이 투자하기에도 위험부담이 생긴다. 하지만 갤러리 킹과 처음 샀던 컬렉터들은 많은 수익을 남긴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는 대 성공을 거둔다. 어랏, 이 모든 것이 한낮에 꾸었던 꿈이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작가들 작품을 꽤나 많이 산 컬렉터 분과 아트 페어에서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작품값을 대충 어림짐작해도 수 십억 원어치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구입한 고가의 작품들이 도난이나 화재의 위험을 걱정해서, 메이저 화랑 특별 보관소에 매달 보관료를 내고 보관한다는 것이다. 작품을 보고 싶을 때면, 보관소에 찾아간다는 것이다.

이분은 작품을 면회 가면서까지 왜 작품을 구입한 것일까? 첫째는 투자고, 둘째는 자기 과시였을 것이다. 예술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작품을 통해서 정신적 만족과 행복을 얻기 위함이지, 투자가 목적이라면 부동산이 최고 아닐까? 어떤 미술품이 너무 좋고 갖고 싶어서 구입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어느 순간 가격이 올라서 이익을 얻게 되는 자연스러운 방식이 정신 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

쇼펜하우어에게 예술은 의지의 진정제였다. 니체는 예술이란 삶의 위대한 자극제이고, 예술은 인간의 삶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한다. 철학자들도 각자의 관점에서 예술의 중요성을 인식했던 것 같다. 예술이 욕망의 수단이 아닌, 행복의 수단이라는 인식으로 세련되게 바뀌었으면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예술은 과연 무엇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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