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판 위에 그린 수묵, 불의 세례로 완성” 도자회화 작가 오만철의 '사계'
“도판 위에 그린 수묵, 불의 세례로 완성” 도자회화 작가 오만철의 '사계'
  • 왕진오
  • 승인 2018.04.1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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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백자도판위에 수묵화를 올리고 불가마 속에서 1330℃ 고온의 불세례로 굽는 '도자회화작가' 오만철(55)이 '자작나무'가 가득한 풍경화를 들고 세상 나들이에 나선다.

오만철, '겨울-자작'. 28×38.5cm, 백자도판 1330도 환원소성, 2018.(사진=아트린갤러리)
오만철, '겨울-자작'. 28×38.5cm, 백자도판 1330도 환원소성, 2018.(사진=아트린갤러리)

4월 16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언주로 아트플러스 & 린 파인아트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자작나무숲-도자회화의 사계'에는 조선백자의 꽃인 달항아리과 세한삼우(歲寒三友)외에 새롭게 등장시킨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의 사계절을 담은 작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오만철 작가는 도자회화라는 신개념 장르를 개척하며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선 작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흙과 불 그리고 회화를 접목시켜 그만의 세계를 완성시켰다.

오 작가의 도자회화는 일반적인 도자그림이 화병이나 호, 원형 접시 등 장식용과 관상용으로 단순한 문양으로 그려진 것에 반해, 붓으로 흙 판에 그림을 그린 뒤 불가마 속에서 소성시켜 완성시키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이다.

오만철, '가을-자작'. 28×38.5cm, 백자도판 1330도 환원소성, 2018.(사진=아트린갤러리)
오만철, '가을-자작'. 28×38.5cm, 백자도판 1330도 환원소성, 2018.(사진=아트린갤러리)

특히, 미리 예측 가능한 회화와 달리, 고온의 불가마 속에서 구워지는 백자도판은 불의 세기와 온도에 따라 색감과 표면의 균열까지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신의 경지라 할 수 있다.

오 작가는 도자기의 주요 원료인 고령토를 주요 재료로 화선지에서 볼 수 있는 스밈과 번짐, 파묵과 발묵, 농담 및 여백의 느낌이 자연스럽게 드러나서 은은한 매력을 주는 수묵화를 백자도판위에 완성시킨다.

그가 도판위에 그림을 그렸을 뿐, 나머지 완성은 불가마를 좌지우지하는 신의 도움이 함께하는 것 같은 신기함마저 불러일으킬 정도다.

오만철, '세한삼우(송)'. 44×81cm, 백자도판 1330도 환원소성, 2017.(사진=아트린갤러리)
오만철, '세한삼우(송)'. 44×81cm, 백자도판 1330도 환원소성, 2017.(사진=아트린갤러리)

오만철 작가는 "숱한 실패와 좌절,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도공과 화공의 역할을 자처하며 지내온 25년여의 시간, 수묵화에서 볼 수 있는 스밈과 번짐, 발묵과 파묵으로 일필휘지의 도자회화 작품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세상에 다시없을 희열을 가져다준다"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에는 '반추'란 제목의 달항아리를 백자도판에 저부조 형식과 정제된 우리 고유의 색깔과 독창성으로 세계 어느 그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한국적인 미의 결정체를 흙과 불, 회화라는 고난도의 실험정신으로 재현해 우리문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려고 한다.

또한 추운겨울 세 벗이라는 세한삼우 즉 소나무, 대나무, 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여느 도예가들이 풀어내지 못한 공예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은 작품으로 도자회화를 독창성을 알리려한다.

오만철, '반추(달항아리)'. 81×85cm, 백자도판 1330도 환원소성, 2017.(사진=아트린갤러리)
오만철, '반추(달항아리)'. 81×85cm, 백자도판 1330도 환원소성, 2017.(사진=아트린갤러리)

'자작나무숲-도자회화의 사계'란 타이틀에 걸맞게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바라본 자작나무숲의 모습이 마치 서양물감으로 그려낸 듯 알록달록한 풍경화로 우리의 시선을 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새롭게 구현한 작품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선보이는 작업들이다. 그동안 우리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앞서서 달항아리와 백자, 청자 등이 오른 작품들을 선보인 전시와는 사뭇 신선한 구성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오만철, '겨울-자작'. 28×38.5cm, 백자도판 1330도 환원소성, 2018.(사진=아트린갤러리)
오만철, '겨울-자작'. 28×38.5cm, 백자도판 1330도 환원소성, 2018.(사진=아트린갤러리)

오 작가는 "매일 만지고 주무르면서 기다림의 미학을 깨달았고, 불을 지피면서 새로운 도자회화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다시없을 삶의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며 "도공과 화공이라는 1인 2역을 맡으면서 앞으로 생을 마칠 때까지 가장 우리다운 미적 가치인 한국화와 도자기를 작업에 화두로 삼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편, 오만철 작가의 달항아리와 도자회화작품은 5월에 열리는 영국 런던의 공예주간(Crafts Week)과 10월 개최되는 어포더블 아트페어(Affordable Art Fair)에 영국 갤러리를 통해 소개되며, 10월 11일부터 31일까지 런던 한 컬렉션에서 초대전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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