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의 제목은 모두 '평화'라고 하고 싶어요" 고암 이응노 미공개 ‘군상’ 공개
"내 그림의 제목은 모두 '평화'라고 하고 싶어요" 고암 이응노 미공개 ‘군상’ 공개
  • 왕진오
  • 승인 2018.04.1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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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인포] "모두 서로 손잡고 같은 율동으로 공생공존을 말하는 민중그림 아닙니까? 그런 민중의 삶이 곧 평화지 뭐. 이 사람들이 바로 민중의 소리이고 마음이야."

이응노 미공개작, '군상'.한지에 수묵담채, 37x47cm, 1977.(사진=가나문화재단)
이응노 미공개작, '군상'.한지에 수묵담채, 37x47cm, 1977.(사진=가나문화재단)

자유와 평화를 향한 고암 이응노(1904~1989)의 열망이 담긴 말이다. 역사 속 생동하는 인간의 삶을 춤추는 군상으로 승화시켜 자신민의 독창적 수묵 추상으로 완성시킨 작가의 미공개 '군상'시리즈 40여점이 공개된다.

4월 18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진행되는 이응노 '군상-통일무' 전은 가나문화재단이 고암 도불 60주년 기념 일환으로 준비한 전시로 '군상'연작 40여 점과 옥중에서 제작한 조각 2점을 포함해 60여 점의 작품이 함께한다.

이응노 미공개작, '군상'. 한지에 수묵, 34.5x36cm, 1987.(사진=가나문화재단)
이응노 미공개작, '군상'. 한지에 수묵, 34.5x36cm, 1987.(사진=가나문화재단)

고암은 1945년 광복 직후부터 1950년대 중반에 이르는 혼돈의 시대 속에서 곤궁한 환경을 버티며 살아가는 서민들의 일상에 주목했는데, 이들에게서 생동하는 기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응노는 서민의 모습을 거칠고 자유분방한 필묵으로 추상화시켰고, 이러한 형상을 담아낸 수묵 추상은 1980년대 '군상'시리즈의 기원이 됐다.

이응노 미공개작, '군상(people)'.한지에 수묵담채,35x54cm, 1988.(사진=가나문화재단)
이응노 미공개작, '군상(people)'.한지에 수묵담채,35x54cm, 1988.(사진=가나문화재단)

'군상' 연작 속 '춤추는 인간'은 자유와 평화를 향한 고암의 열망으로, 이 열망은 일필휘지로 그려진 추상적 형상으로 표현되는데, 마치 1970.80년대 독재정권의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광장에 모인 민중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전시를 준비한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은 "한국 애호가들에게 공산주의라는 지적 때문에 작품 가격이 제대로 매겨지지 않았다. 피카소도 한 때 공산주의자였다. 예술은 초이상주의자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예술적 접근을 통해 이념을 뛰어넘는 경지에 도달할 때 예술가가 지향하는 자유가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이응노 미공개작, '군상'. 한지에 수묵, 69x100cm, 1988.(사진=가나문화재단)
이응노 미공개작, '군상'. 한지에 수묵, 69x100cm, 1988.(사진=가나문화재단)

'통일무(統一舞)'시리즈는 곧잘 '군상(群像)', 또는 '군무(群舞)'라고 말하는 인간시리즈를 '통일무'라 명명한 것은 작가 자신이었다. "통일된 광장에서 환희의 춤을 추는 남북의 사람들"이라는 설명이었다.

이번 전시는 고암 이응노의 평생의 염원이 깃들어 있는 통일의 춤이자, 민주의 춤인 '군상'연작을 통해 그가 이룩한 예술적 성취를 입체적으로 조망하고자 마련됐다. 전시는 5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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