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한국 아트 마켓의 현황 4'
[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한국 아트 마켓의 현황 4'
  • 권도균
  • 승인 2018.04.22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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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아트스페이스H] "한국 옥션 거래의 허와 실"

세계적인 옥션 회사로는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유명하다. 역사도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거래 규모나 거래량, 그리고 거래 시스템도 안정적이다.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 양대 메이저 옥션 회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쉽게도 메이저 갤러리들이 만들었다는 점에 있다.

'홍콩 소더비 경매 현장'.(사진=왕진오 기자)
'홍콩 소더비 경매 현장'.(사진=왕진오 기자)

형평성의 문제점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옥션을 설립한 갤러리들과 옥션 회사의 보이지 않는 커넥션 때문에, 어떤 작품에 대한 작품 추정가와 낙찰가에서 간혹 문제점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때로는 이러한 문제들로 다양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옥션에서 작품을 사는 컬렉터들의 심리를 분석해보자. 갤러리에서 구입한 작품을 리세일하기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투자 관점에서 작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은 옥션에서 주로 작품을 구입한다. 옥션에서 구입한 기록을 제시해서, 몇 년 후에 오른 가격에 쉽게 리세일 할 수 있다는 기대 심리 탓일 것이다.

​옥션에서 시작가 700만 원에서 출발한 작품이 1000만 원에 낙찰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단골이 아닌 처음 거래하는 낙찰자의 경우에는 15퍼센트에서 18퍼센트의 수수료, 그리고 부가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림잡아 1200만 원의 작품값을 지불해야 한다. 반대로 판매자는 800만 원 정도의 작품값을 받게 된다.

​1200만 원을 지불하고 구입한 낙찰자가 몇 년 후에 옥션 회사에 재 판매를 의뢰했을 경우에 최소한 1500만 원 이상으로 작품이 팔려야 수수료를 제외하면 그나마 본전이 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수수료를 논하지 말고 생각해보자.

​처음 구입할 때 공표되는 낙찰가는 1000만 원이었다. 몇 년 후에 이 작품이 1500만 원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단순한 산술로는  작품값이 무려 50퍼센트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의 실상은 본전인 것이다. 이것이 옥션 회사에서 작품을 구입하는 컬렉터가 유의해서 생각해볼 문제다.  

'서울옥션 메인 경매 현장'.(사진=왕진오 기자)
'서울옥션 메인 경매 현장'.(사진=왕진오 기자)

얼마 전 처남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변호사 친구 사무실을 방문하였더니, 친구 장모님께서 선물한 원로 작가 OOO 작품이 걸려있는데, 혹시 이 작가를 아느냐는 것과 최근 작품값을 알아봐 줄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활동하는 작가가 워낙 많아서 검색해보고 알려준다고 했다. 이럴 경우 작품값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치가 있는 법이다.

검색을 해보니 다행히도 나름 꽤나 유명하신 원로 작가였다. 그렇다면 양대 메이저 옥션에도 거래 기록이 있을까가 몹시 궁금해졌다. 하나의 옥션에는 유찰된 기록 하나가 존재한다. 다른 옥션에는 온라인 옥션에서 제법 많은 거래 기록이 나온다. 

​가장 최근 낙찰 작품이 20호인데 낙찰가가 55만 원이다. 0하나를 빼먹었는지 눈을 의심하면서, 찬찬히 숫자를 읽어보았다. 게다가 재작년 기록은 20호가 36만 원에 불과하다.

물론 여기에 옥션 수수료를 더하면 작품값은 조금 올라간다. 아무리 수수료를 20퍼센트 더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작품값은 호당 5만 원 정도밖에 안된다.

이런 비슷한 사례가 여럿 존재한다. 현직 미대 교수인 친한 작가의 선친은 홍대 미대를 나오시고 서울의 어떤 미대 교수를 하셨다고 한다. 살아계실 때는 예술가로서 나름 인정을 받으셨고, 호당 작품값도 상당했던 분이다. 상당수의 작품을 가족들에게 유산으로 남겨줘서, 선친의 작품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받고 싶어서 작품을 옥션에 내놓으려고 문의를 했다.

​그런데 과거의 옥션 기록 하나가 발목을 잡았다. 호당 5만 원대에서 거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옥션에 작품을 내놓으려던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호당 5만 원대 가격은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의 기본적인 작품값이다. 원로 작가나 작고 작가의 작품값으로는 도무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옥션의 추정가를 저평가 추정해놓고, 시작가는 거기서 더 싸게 출발한다. 차라리 작품을 받지 말거나 유찰되더라도 추정가를 제대로 하면 좋을 텐데, 낙찰률을 중시하는 옥션 회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이런 추정가는 누가 산정해놓은 것일까? 작품을 감정하는 감정사들이 추정했으리라고 짐작한다. 그런데 그분들은 작품의 진위를 감정하고, 작품값을 추정하는 능력은 어디서 배운 것일까?

​한국 미술 대학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미술 대학에서 학생들은 미술 기법을 주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 같다. 몇몇 대학에 예술 학부나 미술 이론을 가르치기는 하는데, 주로 서양 미술사나 미학에 근거를 두고 연구하는 것이다. 철학과에서 가르치는 미학 이론 또한 실제 작품과 동떨어진 철학적 미학 이론인 것이다. 미술계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양성 기관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현실적으로 한국의 근 현대 미술을 연구하거나 강의하는 연구자나 전문가 그리고 비평가의 숫자가 턱없이 적고, 대학이나 연구소의 숫자도 다른 분야에 비하면 숫자가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한국 미술계의 가슴 아픈 현실이다. 제대로 된 전문가 양성이 필요한 시점이고, 한국 순수 예술의 발전을 위해서 다양한 분야에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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